한글은 못했지만…한컴, 마스크 들고 미국 진출

한글과컴퓨터가 마스크를 들고 미국에 진출한다. 마스크가 포함된 산업안전 사업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8일 한컴에 따르면, 자회사 한컴헬스케어가 미국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월 400만장 규모의 KF94 마스크를 수출한다. 한컴헬스케어는 휴온스글로벌USA와 현지 개인보호장비(PPE) 전문 파트너사, 미국 워싱턴 주정부 및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KF94 마스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8월 동안 휴온스글로벌USA를 통해 KF94 마스크를 미국 시애틀시, 소방서, 워싱턴 의과대학 등에 공급해 품질 신뢰도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회사 측은 자평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파트너사와 협업해 미국 50개주 전역으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전했다.

이번 미국 수출의 주역은 한컴그룹의 자회사 한컴헬스케어다. 한컴은 지난 3월 대영헬스케어를 인수해 이름을 한컴헬스케어로 바꿨다. 덕분에 마스크를 직접 생산공장을 확보했다. 한컴헬스케어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KF94, KF80 등급 인증을 받은 마스크 생산 업체로, 연간 최대 4천7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지속적인 생산설비 증대를 통해 오는 10월부터 연간 6억 장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면서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비롯해 독일, 호주에도 최근 수출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해 동남아, 유럽 등에도 사업을 진행한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해외사업이 활황을 띨 수 있다. 이는 곧 매출액 증대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글로벌 소프트웨어(SW) 부문은 2004년부터 미국에 진출해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기 때문에 이번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한컴라이프케어’

흥미로운 점은 한컴헬스케어의 모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는 개인안전장비 기업이라는 것이다. 한컴라이프케어의 모태는 지난 2017년 11월 한컴이 약 2650억원에 인수한 개인안전장비 기업 ‘산청’이다. 산청은 한컴에 인수되기 이전까지 약 47년 동안 호흡기, 마스크, 보호복 분야에서 140여건의 특허기술을 개발해온 개인안전장비 전문 기업이다. 한컴의 색을 입히기 위해 지난해 한컴산청에서 한컴라이프케어로 사명을 바꿨다.

마스크와 개인안전장비로 중무장한 한컴라이프케어는 한컴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한컴의 올 상반기 매출액 약 1989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40.51%인 약 806억원은 소방용호흡기, 마스크, 보호의, 임베디드 HW(보드,모듈)가 포함된 제조부문에서 발생했다.

한컴라이프케어가 한컴의 캐시카우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수 이듬해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컴의 2018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78.1% 늘어난 2158억원, 영업이익은 46.7% 증가한 425억원을 나타냈다.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출액 중 회사의 주력사업인 SW 매출은 약 54%다. 한컴라이프케어 사업의 제조부문이 나머지 46%를 차지한다. 한컴의 산청 인수가 ‘신의 한 수’로 평가 받는 대목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실적부터 지난 2월 인수한 대영헬스케어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제조부문이 2019년 전체 매출액에서 25.6%(약 910억원)를 차지한 것보다 훨씬 비중이 늘었다. 대영헬스케어의 상반기 매출액은 약 172억원, 순이익은 87억원을 보이며, 한컴그룹 자회사 가운데서도 호조를 보였다.

한컴은 왜  산업 사업에 집중하는 것일까?

한컴에 따르면, 김상철 한컴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있다. 해당 기업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졌는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사실상 검증된 기업만 인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수익적인 이점은 저절로 따라온다.

업계에 따르면, 한컴라이프케어는 인수 이전 이후 모두 개인안전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연매출 평균 약 1000억원을 기록하는 알짜기업이다.

사실상 처음에 매출규모나 회사의 이익 측면에서 기업을 인수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한컴헬스케어를 인수하는 등 한컴의 안전사업 로드맵이 만들어졌다. 대영헬스케어의 인수는 마스크 생산 설비 시설이 갖춰져있고, 코로나19로 마스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익확대가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컴 관계자도 “산청의 인수를 통해 산업안전 사업의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산업안전 사업의 시작이 산청 인수가 계기가 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SW과 산업 안전의 상관관계는?

SW사업과 개인안전장비 사업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이 의문에 한컴 측은 늘 “한컴그룹사가 가진 IT기술과 한컴라이프케어가 보유한 기술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한컴은 개인안전장비 사업과 SW사업을 융합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임베디드 솔루션 자회사인 한컴MDS를 주축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는 한컴MDS가 보유한 임베디드 SW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을 소방관용 공기호흡기에 접목한 제품 ‘SCA10’을 만들었다. SCA10는 공기호흡기에 남은 산소 잔량, 현장 온도 등을 진동이나 점멸등으로 표시해준다. 화재진압 현장에 투입되면 소방관들의 시야가 좁아지는데, 이때 아날로그 형식인 공기호흡기의 한계를 개선해 즉각적인 알림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한컴 측의 설명이다.

한컴은 전주시와 함께 스마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를 주축으로 한컴MDS의 IoT 기술과 한컴시큐어의 스마트시티 관제 플랫폼 등을 활용한다. 소방관들의 체계적인 화재 진압을 위해 ‘스마트시티 소방 안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한컴MDS의 임베디드 센서 기술을 접목해 건물 내부를 3D 모델링하는 ‘매핑(Mapping)’ 작업을 한다. 화재가 감지됐을 때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가 되고, 상황실에는 해당 건물의 내부 3D지도가 보여져 효과적으로 화재진압을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한컴라이프케어는 독자적인 사업 외에도,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창기라 성과를 논할 시점은 아니지만, 회사는 향후 매출 및 수익성 도약에 따른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해부터 황사방역마스크, 재난안전키트 등 B2C사업을 시작하고, 첨단 소방안전 관제 플랫폼 개발을 통한 스마트시티 분야에도 진출했으며, 해외 시장 확대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