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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연봉 1억원 배달기사는 실존할까

음식배달 시장이 그야말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편에서는 배달기사의 품귀 현상이 관측된다. 배달기사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여 부족한 공급을 충당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항간에서는 “라이더 억대 연봉 시대… 대기업 부럽지 않아요”와 같은 언론사 헤드라인이 튀어나온다. 정말일까.

음식배달 시장의 급성장

음식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이 음식배달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끄는 배경이 된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음식서비스(음식배달) 거래액은 1조37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6.3%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카테고리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연코 음식배달이다.

2020년 7월 기준 온라인쇼핑 주요 카테고리 거래액 및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자료: 통계청)

이에 따라 음식배달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8월 주요 배달앱의 서비스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 운영하는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에서만 8월 결제금액이 1조205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4.8% 늘어난 숫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8월 기준 주요 배달앱 결제자수 및 결제금액 추정. 같은 조사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배달앱을 통해서 결제한 사람들의 1인당 평균 결제횟수는 3.3회, 평균 결제금액은 2만2780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자료: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이달 음식배달 시장은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의 수치를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30일부로 정부의 수도권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강화로 프랜차이즈 카페 등의 매장내 음식, 음료 섭취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모든 일반음식점과 주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익일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됐다. 지금껏 업장 입장에선 선택이었던 ‘배달’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반강제화 되고 있다.

시장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격변기를 맞이했다. 오랫동안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요기요, 배달통 삼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던 배달 플랫폼 지형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쿠팡의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와 위메프의 배달 플랫폼 ‘위메프오’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아이지에이웍스의 8일 발표에 따르면 MAU 기준 국내 3대 배달 플랫폼은 배달의민족(1066만), 요기요(531만), 쿠팡이츠(75만), 배달통(27만), 위메프오(18만) 순이다.

월순사용자수(MAU) 기준 국내 배달 플랫폼 현황(자료: 아이지에이웍스)

라이더 품귀 현상과 배달지연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은 자연히 배달 공급자인 라이더 부족 문제를 야기했다. 라이더 부족 현상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후에 더욱 가속화된 것이 배달업계의 공론이다. 한 편에서는 코로나19로 불황을 맞이한 사업자와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배달 현장에 나와 부족한 공급을 충당하지만, 이들만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나 길었던 장마 기간이 겹쳐서 더 높은 프로모션 요금을 내세우며 한정된 배달기사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달대행업계에서 그 중심으로 지목되는 업체는 ‘쿠팡이츠’다. 쿠팡이츠는 장마기간 동안 건당 1~2만원이 넘는 배달비용 지급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했다. 기존 서울에서 배달을 하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들이 지급받는 금액이 건당 3000~4000원 상당이었음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지난 7월 어느날 기준 쿠팡이츠 프로모션 요금 현황. 일반적인 배달대행 요금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배달 라이더들이 기존 배달대행업체에 잠깐 쉬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쿠팡이츠 라이더로 전향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쿠팡이츠처럼 돈을 쓰지 못하는 배달업계의 공급 부족은 더욱 심해졌고, 자연히 소비자까지 걸리는 배달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한 배달대행업체 지사장은 “(지난 장마 기간 동안) 소속 배달대행지사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고 쿠팡이츠나 배민커넥트에서 배달을 하는 배달기사가 크게 늘어났다”며 “해당 플랫폼들의 건당 금액이 굉장히 괜찮게 나왔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장마기간 배달지연율은 종전대비 못해도 25~30% 이상은 늘어났다”고 전했다.

라이더 연봉이 1억원이라고?

몇몇 언론들은 배달시장과 라이더 품귀현상을 전하면서 배달기사의 몸값이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배달 라이더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는 내용이 이슈화된 이유다. 이 내용을 보도한 한 매체는 “지난 8월 30일 강남구에서 활동한 쿠팡이츠 라이더가 하루 57건에 일 급여 47만1100원을 벌었다”며 “이 데이터를 주 5일 근무로 가정하면 연 1억1200만원 버는 셈”이라며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맞지 않는 내용이다. 연봉이라면 ‘안정적’ 수입을 전제로 산정해야 되는데, 이 매체가 언급한 내용은 ‘프로모션 배달요금’이 부여되는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당연히 프로모션은 한시적이며, 계속되지 않는다. 일례로 쿠팡이츠는 매일매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는 지역별 건당 배달요금을 제시하는데, 8일 마포구에서 쿠팡이츠 라이더로 배달을 한 기자는 건당 4000원(거리할증 포함 4400원)을 벌었다. 57건을 한다고 쳐도 그 금액은 22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공식을 대입해 연봉으로 환산해도 1억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9월 8일자 쿠팡이츠 배달 요금표와 같은 날 기자가 쿠팡이츠로 배달을 하고 받은 요금. 장마가 끝난 최근에는 파괴적인 요금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음식값을 뛰어넘는 배달요금 지급은 쿠팡이츠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거다.

‘하루 57건’이라는 숫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숫자를 한정적인 시간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라이더가 정상적인 노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쿠팡이츠 라이더는 한 번 배달에 한 건씩 밖에 픽업을 못하는 구조다. 한 쿠팡이츠 라이더에 따르면 한 시간에 3~4회 정도의 배달 주문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 숫자를 57건에 대입하면 이 라이더는 하루 14시간 이상을 일을 했을 것이라 예측된다.

물론 시간당 처리하는 배달량을 늘리는 방법은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더 빠르게 주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프로모션 요금이 적용된 태풍이 들이치는 어느 날, 목숨을 담보로 미끄러운 빗길을 교통신호를 위반하며 달린다면 그만큼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은 분명하다. 소문처럼 언급되는 한 시간에 14~15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는 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주행을 해서 하루 100건 가까운 주문을 처리하는 라이더는 실존한다.

지난달 26일 쿠팡이츠가 배달기사들에게 전한 배달 프로모션 안내 카톡. 이 날은 8호 태풍 바비가 수도권에 북상하던 날과 일치한다.

하지만 기자 같이 자전거나 킥보드, 도보로 배달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많아야 3~4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을 한다면 2~3개 정도가 한계치다. 이런 사람이 하루 57건의 배달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일반적인 근로자의 하루 8시간 근무로 정상적인 주문 처리가 가능할지 되묻고 싶다.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

배달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일 미디어데모스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이더 연봉 1억원을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는 언론 보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 또한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고 라이더 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실제 언론에서 언급된 라이더처럼 돈을 버는 라이더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를 모든 배달 라이더의 수익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입장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배달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 부업을 하다 전업으로 전환하는 분들도 많다”며 “이들이 연봉 1억원 기사를 보고 현장에 들어와 일을 하다보면 ‘나는 왜 이렇게 수익을 만들지 못하지’ 하는 생각에 자기 착취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속도를 높이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면 피로도가 쌓이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가 많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그 업무의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함께 언급됐다. 박 위원장은 “보통 전업 라이더로 일을 한다면 하루 12시간, 주 6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현장에 나간다”며 “오토바이값과 보험료, 차량 수리비, 유류비 등은 모두 라이더가 부담하는데, 그런 것을 고려한다면 과연 라이더가 버는 돈이 많은지 되묻고 싶다. 만약 큰 사고가 난다면 라이더가 지금까지 번 돈의 상당 부분을 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에 라이더가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배달료인 4000원의 ‘안전운임’을 요구하고 있다. 불안정적인 프로모션 요금은 낮추고, 기본 배달료를 올리자는 게 라이더유니온이 전하는 안전운임의 취지다. 안전운임 ‘4000원’은 라이더가 안전하게 신호를 준수하면서 한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배달건수 네 건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가 올라간다면 당연히 음식점과 소비자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예전에도 배달료는 무료가 아니었고 음식값에 포함되는 식으로 소비자가 지불하고 있었다. 안 보이던 배달료가 배달 노동이 외주화가 되면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인데 배달기사가 받는 돈은 10년 전에도 3000원으로 지금까지 인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안전운임을 받는다면 당연히 배달 라이더들도 손님에게 더 따뜻한 음식을 전해줘야 하고, 자영업자들에게도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며 “선순환을 만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배달기사는 이론적으로 연 1억원을 벌 수 있다. 실제 연 1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월 500~600만원 이상 버는 라이더들은 많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배민라이더스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은 423만원, 상위 10% 라이더의 소득은 632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대로 1억원이라는 숫자를 모든 배달기사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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