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반지로 부정맥을 모니터링 한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병원 밖의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은 짧은 시간 동안의 증상만을 살펴서는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면 치료도 할 수 없다. 환자의 부정맥을 진단하려는 여러 기기가 나왔지만 모두 ‘연속성’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반지를 통한 부정맥 진단은 연속 측정이 가능하다. 심장세동의 탐지 정확도도 훨씬 높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가 지난 5일 심장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추적하는 반지 ‘카트-원’을 공개했다. 반지 안에 들어간 광학센서가 심방세동 환자의 불규칙한 맥박을 측정한다. 개발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 병원과 협력해 카트-원의 정확도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회사와 병원이 지난달 함께 발표한 논문은 카트-원의 정확도를 99%라 표기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99%라는 숫자는  의사의 심방세동 진단과 카트-원 추적 데이터의 일치도다.

이병환 대표는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5G 통신기술을 연구한 개발팀 리더 출신이다. 15년 간 통신과 신호처리 R&D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심장에 무리가 왔다.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낸 후 “지금은 괜찮으니 집으로 돌아가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에 만성질환 환자가 평소 몸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건강진단 솔루션의 필요를 느꼈다. 2015년 창업한 스카이랩스가  심방세동 추적을 우선 타깃한 것은, 이 질병이 여러 심장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것이기 때문이다. 마흔살 이상 성인에게 만성 심방세동이 올 확률은 네 명 중 하나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5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간담회를 갖고 ‘카트-원’을 공개했다. 이 대표가 손에 낀 것이 ‘카트-원’이다.

이미 꽤 많은 웨어러블 건강 모니터링 기기가 나왔지만 카트-원이 흥미로운 첫번째 지점은 반지 형태로 출시된다는 점이다. 이병환 대표에 따르면 (PPG) 광센서를 이용한 맥박 측정 정확도는 손가락 끝에 가까울수록 좋다. 병원에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클립을 손가락 끝에 집어 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말은, 지금까지 나온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보다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 형태의 측정기가 정확도가 높다는 뜻이 된다.

광센서를 탑재한 반지 형태 제품의 강점은 맥박 측정의 지속성과 편의성에도 있다. 심장질환은 진단이 어려워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지속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심전도 기기 대부분은 장비가 크고 복잡하다. 주로 병원에 내원해 진단을 받게 되는데, 기존의 홀터심전도나 패치형 제품의 경우 착용 기간은 24시간에서 2주 사이다. 그러나 반지의 경우 제품 내구도가 버티는 기간 동안 계속해  쓸 수 있다.

반지 형태로 출시된 웨어러블 맥박 측정기 카트-원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들은 반지 형태의 맥박 측정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를 “작은 반지 안에 센서와 프로레서, 통신칩, 배터리 등을 집어넣는 것이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계 줄로 사람마다 다른 손목 굵기에 대응하는 워치류와는 달리, 반지는 손가락 굵기별로 별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스카이랩스가 반지 형태 제품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2년이다.

카트-원의 사양. 출처= 스카이랩스

카트-원은 리튬-폴리머 배터리로 충전해 쓰는 제품이다. 가장 큰 사이즈의 반지 무게가 4.79g으로 가벼운 편이다. 사이즈는 총 8개다. 그러나 두 시간 완충해 연속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48시간이라 최소 이틀에 한 번은 충전해야 한다. 광센서를 활용한 일반 맥박 측정은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 가능해 편의성이 크다. 그러나 전기 신호를 쓰는 심전도 측정은 반지 위에 다른 손가락을 올려 누르는 방식으로, 다른 워치류와 사용법이 유사하다. 값은 40만원대 선이다. 이 대표는 제품 개발에 들어간 비용 들을 고려해 책정한 가격이라 설명했다.

두번째로 흥미로운 부분은 스카이랩스가 원격 의료 모니터링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였으나 내부에 의료진, 혹은 의학을 전공한 이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이 대표부터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엔지니어다. 따라서 스카이랩스는 병원과 긴밀한 협업을 강조한다. 개발사와 병원이 각자 잘하는 일을 해 결과물을 내자는 것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임상을 진행한 것도, 논문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협업의 일환이다. 앞서 서울대병원과 함께 작성한 논문의 제목은 ‘카트(CART, Cardio Tracker)와 PPG신호의 딥러닝 분석을 이용한 심방세동 탐지 연구’다. 이 논문은 의료정보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인터넷의학연구저널(JMIR,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게재했다.

세번째는 비전이다. 스카이랩스가 우선 겨냥한 것은 심방세동이나 앞으로는 고혈압, 심부전, 수면무호흡 등 추적과 진단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추적할 질병마다 별도로 하드웨어를 내놓지는 않을 예정이다. 대신, 카트-원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한다. 환자는 반지 형태의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이후 업데이트 되는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솔루션을 쓰게 된다. 이 부분이 하드웨어 판매 외에, 스카이랩스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올 가을께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원격진료에 카트-원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카트-원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는 서버에 저장돼 환자와 의사 모두 열람할 수 있다. 반지의 수명은 2년인데, 그간의 데이터가 서버에 집적된다. 의사는 원본 데이터를 모두 볼 수도 있지만, 스카이랩스가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결과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얼마나 자주 길게 발생하는지 등을 정리해 놓은 데이터다. 추후에는 보험이나 대규모 임상연구 등에 카트-원 제품과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만성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의료진의 부담이 커졌고, 환자도 병원에 가기 어려워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높아진 비대면 진료에 카트-원이 원격 모니터링 의료기로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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