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신사업 중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한다. 주력 사업인 게임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서, IP 확보와 확장에 가장 유리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있는 게임들은 모두 IP 기반이다. 그러나 게임사들이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단일 IP에 기댈수만은 없다. ‘리니지’나 ‘바람의나라’ , ‘배틀그라운드’의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들어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콘텐츠가 국적에 상관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쉬워졌다는 점 등이 게임사들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에 불을 지폈다. 이미 K팝이나 웹툰, 게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괜찮은 IP와 기술력이 있다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대표적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엔씨소프트다.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 목적의 자회사 ‘클렙’을 설립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친동생이자, 사내 신사업을 총과하는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대표를 맡았다. 출자금은 8억원으로, 엔씨소프트가 지분의 66.7%를 가진다.

클렙이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엔씨소프트가 가진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목표는 밝혔다. 신산업에는 영상이나 웹툰, 온라인음악서비스, 인터넷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콘텐츠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클렙은 별도 자회사로 법인이 세워졌으나, 내부에서는 신사업을 실행하는 일종의 스튜디오처럼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웹툰 플랫폼인 레진, 웹툰 에이전시인 재담미디어,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등에 투자하며 원작 IP 확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아울러 신기술 투자를 위해서 AI 스타트업인 스캐터랩, 시각기술인 비주얼이펙트(VFX)를 만드는 포스크리에이티브, 드론기술을 가진 유비파이 등에 투자를 해오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 관계자는 “회사가 크게 IP와 연결되는 콘텐츠, 기술력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내부든 외부든 콘텐츠 IP 확보와 기술 개발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고, 이번 클렙에서 준비하는 것도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경우에도 지난 6월, 일본 법인을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장사에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최고경영자는 투자 계획을 밝히며 “넥슨의 현금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며 ” 여러 시장에서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창출하고 유지한다는 넥슨의 비전을 장기간, 여러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매각시도가 있었던 넥슨은 경영과 투자재원 마련 등을 위해 올 초 자회사인 네오플로부터 차입한 1조5000억원 등 총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넥슨은 투자 계획을 밝힌 15억달러를  글로벌 IP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검증된 능력을 갖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조금씩 확보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데 쓴다는 계획이다. 즉,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뤄지지는 않을 예정이며, 투자 정보 역시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사전등록에 들어간 넷마블의 ‘BTS 유니버스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3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총 201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넷마블은 빅히트의 지분 25.71%(현재 지분율 25.04%)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넷마블 측은 빅히트에 대한 투자를 두고 글로벌 게임,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넷마블과 빅히트, 양사 간의 사업적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빅히트의 성장이 매우 빠른 것, 넷마블과 게임사업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확대될 것 등을 기대했다.

넷마블은 지난 5월에도 완전 자회사인 넷마블엔투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과 유통업을 하는 ‘키링’의 지분을 75.50%(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를 확보하기도 했다. 인수금액은 53억원이었고 이 역시 사업적 시너지 증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IP 제휴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최근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크래프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지난 6월 말 김창한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더 많은 IP를 확보하는 것”과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두 가지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김창한 대표는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의 대표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회사의 성장을 견인할 새 IP를 발굴하고, IP의 세계관을 확장할 새로운 산업 영역 확장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 뿐만 아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기업들도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연예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다방면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제작사를 만들기도 하고 IP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한다. 자본력을 갖춘 콘텐츠+기술 기업들이 모두 이 산업으로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유력 IP가 자본력 있는 회사의 소유로 재편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게임사를 비롯한 IT 기업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