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들어올 때 노 젓는 스냅챗, 렌즈 스튜디오

미국에서 행정명령에 의해 틱톡이 금지되자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틱톡을 따라잡기 위한 방편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소셜 미디어는 인스타그램 릴(Reels)과 같은 댄스+음악 템플릿을 내놓고 있고(물론 행정명령 이전이다. 그렇다고 카피가 아닌 건 아니다), 원래부터 틱톡과 비슷했던 앱들은 홍보나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스냅챗을 만드는 스냅(회사 이름이 스냅이다 Snap Inc.)은 좀 달랐다. 자사의 필터 제작 프로그램에 댄스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필터(렌즈라고 부른다)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영상이 아니라 스냅챗이 잘하는 AR을 통해서다. 스냅챗이 새로 선보이는 전신 트리거(Full Body Triggers)와 전신 부착(Full Body Attatchments) 템플릿을 통해서 제작하면 된다. 기존에도 골격(Skeletal) 템플릿을 통해 상체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나, 스켈레탈 템플릿이 8개 지점만 추적하는 것과 달리 신체의 18개 부분을 트래킹할 수 있다. 전신 부착 템플릿은 18개의 영역에 3D 오브젝트를 부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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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스튜디오는 스냅이 제공하는 3D 제작 툴이다. 오로지 스냅챗용 필터 제작에만 사용할 수 있다. 사용처가 적은 대신 질감이나 효과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다른 3D 프로그램에 있는 오브젝트를 불러와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냅챗은 일종의 플랫폼처럼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터를 판매할 수 있다. 현재는 다른 AR 카메라 앱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무지개 토(Rainbow Vomit)’ 필터는 원래 스냅챗의 유료 렌즈 중 하나였다. 토끼 귀 등의 필터도 대부분 스냅챗에서 먼저 나왔다.

스냅챗 렌즈는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 AR 외에도 특정 건물에 입힐 수 있는 AR이나 가상의 동물 등 대부분의 AR을 지원한다. 주로 유료로 렌즈를 판매하지만, 기업의 경우 AR 렌즈를 만들어 공짜로 배포해 캠페인이나 홍보를 하기도 한다. 물론 기업은 스냅챗에 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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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작을 강조하는 이유는 스냅챗이 자신들을 메신저나 소셜 미디어가 아닌 카메라 회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만든 스노우가 그렇듯 AR 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올릴 곳이 필요하고, 네이버는 이를 역이용해 스노우를 소셜 미디어로 만들었다. 스냅챗은 원래 인스턴트 메시징으로 뜬 회사지만 인스턴트 메시징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AR을 도입했고, AR 덕분에 스냅챗 사용자는 증가세에 있다.

현재 스냅챗은 틱톡 스타들 네명과 협의해 자체 제작 렌즈를 만들었다. 이중 딕시는 틱톡 최고의 스타인 찰리 다멜리오(Charli D’Amelio)의 언니이자 그 자신도 인기 틱톡커 중 하나다. 나머지 스타들도 모두 틱톡을 하고 있다. 이 렌즈들로 인해 스냅챗 렌즈 스튜디오의 전신 AR 기능이 스냅챗 밖에서도 알려질 것이며, 더 많은 제작자를 유입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한편, 스냅챗은 스냅챗 게시 영상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조치 중이기도 하다. 스냅챗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스토리(Our Story) 기능이 있는데, 이를 링크로 공유해 외부에서 링크만 누르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스냅챗은 폐쇄성이 강한 소셜 미디어로, 모든 콘텐츠는 스냅챗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렌즈들이 제작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 렌즈를 사용할 것이고 외부에 공유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냅챗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음악 라이선싱이다. 틱톡은 모든 음원의 라이선스를 확보해 사용자들이 영상을 찍는 것 외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 강점이다. 따라서 스냅챗 역시 워너, 유니버설 등과 협의해 음원 카탈로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냅챗 음원 선택 기능

높은 수준의 AR 렌즈, 바디트래킹, 음원, 소셜 미디어가 준비됐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이 될지도 예상할 수 있다. 음원과 효과를 사용자에게 선택하도록 해 사용자가 직접 어떤 영상 챌린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틱톡의 강점이다. 스냅챗은 렌즈 제작법을 먼저 공개하면서 틱톡과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틱톡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

스냅챗의 비즈니스 모델은 느리지만 공고하다. 코어 사업 부문인 메신저가 건재하고,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정교한 AR을 구사하며(물론 AR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교함이 아니라 재미일지도 모른다), AR을 통해 스냅챗을 플랫폼화했고, 별도의 플랫폼인 스냅챗 미니까지 앱에 통합했다. 게다가 MAU는 틱톡보다는 적지만 23800만명에 달하며, 코로나19 이후 900만명이 늘었다. 또한 스냅챗은 중국 앱이 아닌 미국 앱이다. 어쩌면 넥스트 틱톡의 기회는 인스타그램이 아닌 스냅챗에게 주어질지도 모르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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