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오라클과 틱톡, 이 어색한 조합이라니!

최근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틱톡 미국사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파이낸셜타임즈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트위터가 틱톡 인수 의사를 밝혀왔는데요, 여기에 오라클까지 참전해서 삼파전이 됐네요. 오라클과 틱톡이라니, 이 괴상한 조합은 무엇일까요?

오라클은 100% B2B 사업을 펼치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데이터관리소프트웨어로 큰 성공을 거뒀고, ERP(전사적자원관리)나 CRM(고객관계관리)과 같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죠. 오라클의 고객은 기업, 그것도 대부분 대기업입니다. 기업의 전산실에서 오라클 제품을 주로 구매하죠.

그런데 틱톡이라니요. 오라클과는 너무 안 어울립니다. 틱톡 이용자는 10~20대 개인인데 오라클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의 40~50대 간부입니다.

오라클이 틱톡을 인수하겠다는 보도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어안이 벙벙했을 겁니다. 안어울려도 너~무 안어울리는 두 회사니까요.

그럼 오라클은 왜 틱톡 인수에 나서는 걸까요? 당장 사업적인 면에서 기존 오라클 비즈니스와 틱톡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접점이 전혀 없으니까요.

다만 틱톡 서비스 그 자체보다는 틱톡이 보유한 데이터를 노리고 있다면 시나리오를 좀 그려볼 수 있겠네요. 틱톡에는 무수히 많은 이용자가 있고 이들은 틱톡 서비스 안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냅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석유라고 하죠? 엔진을 돌리려면 석유가 필요한데, 틱톡은 이 데이터라는 석유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라클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로 세계 2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오라클 소프트웨어로 관리되는 데이터는 오라클의 것이 아니라 고객의 것입니다. 오라클은 그 데이터를 볼 수도 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를 지배할 기술의 필수요소입니다. 오라클도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AI 경쟁에 참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고, 틱톡은 이를 위한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틱톡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AI 경쟁력은 클라우드로도 이어집니다. 현재 오라클의 지상과제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는 것입니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은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등이 이끌고 있습니다.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오라클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AI 경쟁이 화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3사는 서로 자신들이 AI 최강자라며 각종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구글이 빠르게 클라우드 3파전에 끼어들 수 있었던 비결도 알파고로 상징되는 AI 기술력 덕분이었습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에서도 아직은 인프라나 DB, 애플리케이션 같은 전통적 IT 서비스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라클도 AI 회사가 된다면 클라우드 AI 경쟁에 참전할 수 있겠죠.

또 틱톡을 오라클이 인수하면 소위 말하는 ‘웹스케일’을 직접 운영하게 된다는 점도 오라클 클라우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클라우드 리더 3사의 공통점은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AWS, 구글) 인터넷에 경험이 많은 회사(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점입니다.

현대의 기업들은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IT환경을 원합니다. 이들의 IT환경은 유연하고 개방적이면서 서비스는 안정적이죠. 이를 두고 ‘웹스케일’이라고 부릅니다. 일반 기업들은 웹스케일을 꿈꿉니다. 이들이 AWS, 애저, 구글의 클라우드를 구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IBM이나 HP와 같은 전통적인 IT회사들은 웹스케일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고객에 웹스케일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기술과 제품을 판매했지만, 직접 웹스케일 환경으로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가 선택받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이는 오라클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오라클이 틱톡을 인수하면 웹스케일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괜찮은 자격증 하나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틱톡은 최근 구글과 대규모 클라우드 이용계약을 맺었는데, 구글로부터 대규모 고객을 빼내서 자신들이 보유하는 효과도 있겠네요.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까, 오라클이 틱톡 인수의향을 밝힌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황당했었는데, 오라클이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과연 틱톡은 누구 손에 갈까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래리 앨리슨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마이크로소프트는 CEO가 인도계여서 트럼프 대통령 취향에 안 맞을 것 같고, 트위터의 경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지워서 미움을 받았죠. 어쩌면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클을 밀어줄 수도 있겠네요.  정치적인 이유로 중요한 비즈니스가 결정된다면 그건 비극이지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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