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통신 서비스로 영역 확장 중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금융사들이 통신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알뜰폰(MVNO)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 우리금융그룹도 KT와 손을 잡으면서 금융과 통신 서비스의 결합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은행들이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가장 먼저 통신업에 진출한 국민은행은 직접 망을 빌려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반면, 하나은행은 통신사 제휴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4월, 금융권 최초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았다. 이후 그 해 10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리브엠은 셀프개통, 친구결합 요금할인, 잔여 데이터 환급, 실시간 데이터 및 요금 조회 등의 기능이 특징이다. 알뜰폰 최초로 5G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 스스로도 알뜰폰 사업을 통해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파격적인 할인혜택과 서비스를 내세웠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시기 알뜰폰 사업자와 손을 잡았다. 작년 11월 하나은행은 SK텔레콤, SK텔링크와 제휴를 맺고 올 해 3월 하나원큐 제휴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 알뜰폰 서비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디어 콘텐츠결합상품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했다. 특정 요금제에 월 3300원을 추가할 경우 웨이브 또는 플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월 6600을 낼 경우 둘 다 이용할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달 KT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직접 통신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은행처럼 제휴를 통해 사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금융과 ICT를 결합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공동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사업 중 하나로 제휴요금제 및 금융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왜 통신 서비스를 할까?

작년 국민은행이 당국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승인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통신업은 전통적인 금융업과는 거리가 멀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았다.

무엇보다 알뜰폰 시장이 어려운 이유가 가장 컸다. 알뜰폰 업체 1위 사업자인 CJ헬로는 LG유플러스에 매각됐으며, 나머지 사업자는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결국 ‘고객확보’가 핵심 목표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리스크로 오랜 수익모델인 ‘예대마진’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돌파구로 알뜰폰 고객들을 끌어들여,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한 일환인 것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10월 리브엠 사전출시 행사에서 알뜰폰과 연계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해 국민은행의 고객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씬파일러’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는 “20대 대학생, 취업준비생, 신입사원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공급할지가 최대 고민”이라며 “리브엠을 통해 통신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좋은 대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이러한 전략은 상품에서도 엿보인다. 요금제 데이터를 다 사용하지 못할 경우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리브메이트 포인트리로 적립해준다. 리브메이트는 국민은행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다. 여기서 쌓인 포인트는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자행 고객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측은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통신 결합 및 제휴 기회를 발굴해 상품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확대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두 은행 모두 자행 금융상품을 이용할 경우 통신요금을 할인해준다. 국민은행은 급여이체를 할 경우 월 5500원, 아파트 관리비 이체 월 5500원, KB국민카드 결제액 출금 월 2200원을 할인해준다. 친구결합 시에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국민은행 고객이라면 한명 당 22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자행 계좌로 급여·4대 연금 자동이체 시 월 2200원, 모바일 뱅킹 앱인 하나원큐로 월 한 건 이상 이체 시 월 1100원, 주택청약 신규 발급 및 월 납입 등의 금융 제휴 서비스 이용 시 월 1100원 등 월 최대 4400원의 통신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파격적인 요금할인과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며 자행계좌 활성화에 나선 은행들은 결국 고객들의 락인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최소 1년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통신과의 결합을 통해 충성고객 확보를 노리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측도 “KT와 금융, 통신 분야에서 축적한 데이터,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KT의 통신 인프라와 금융을 연계해 휴대전화와 인터넷 정보 등을 이용한 공동 마케팅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고객 접점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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