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리눅스 기반의 PC 운영체제(OS) ‘한컴구름’을 출시했다. 그러나 얼핏 들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컴은 지난 2015년부터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이하 국보연)와 함께 OS를 개발, 공공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이 다르다. 한컴과 국보연과 함께 개발한 OS의 이름은 ‘구름OS’이고, 이번에 출시한 OS는 ‘한컴구름’이다. 이름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둘 다 리눅스 기반의 국산 OS다. 한컴은 왜, 그리고 이 시점에 새로운 OS를 출시한 것일까.

2015년 이후 국보연 발주 사업인 ‘클라우드 접속단말 SW플랫폼 제작’ 주관사업자는 줄곧 한컴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관사업자가 국내SW기업인 이액티브로 바뀌면서 한컴이 빠지게 됐다. 지난 4월, 한컴이 중견기업으로 변경되고 올해부터 20억 미만의 사업을 입찰하지 못하게 된 것이 배경이다. 구름OS는 2020년부터 3년간 국보연과 이액티브 주도로 개발이 이뤄진다.

5년간 공들여 주관사로써 OS개발에 힘을 쏟은 한컴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개방형OS 사업이 물밑에서 준비되고 있는 만큼, 한컴 입장에서는 공공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독자적으로 OS사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진 한컴이 결과적으로 선택한 것이 구름OS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OS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컴에겐 그동안 구름OS를 개발하며 축적된 기술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구름OS는 리눅스 기반으로 누구나 가져다가 각종 기능을 붙여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상걸 한컴 구름플랫폼개발팀 차장은 “구름OS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사업 노하우 등을 한컴구름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방형OS 공공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한컴구름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넉넉하진 않았다. 작년 초 중견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개발을 끝내야만 했다. 따라서 아직 더해야 할 기능이 훨씬 많다. 이 차장은 “한컴구름은 리눅스 기반으로 완성형이란 없다”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름OS는 뭐고, 한컴구름은 무엇인가

한컴 측에 따르면, 구름OS와 한컴구름의 기술적인 차이는 크게 없다고 한다. 리눅스 기반의 구름OS가 한컴구름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구름플랫폼은 크게 구름OS와 구름브라우저, 구름 보안프레임워크와 중앙관리솔루션(GPMS)으로 이뤄졌다. 구름OS의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편의를 위해 윈도우와 비슷하게 구현했다. 이액티브와 한컴이 공동 개발했다. 구름브라우저는 오픈소스인 크로미엄을 기반으로 한다. 보안프레임워크는 국보연에서 개발한 보안기술로 신뢰부팅, OS 보호, 실행파일 보호, 브라우저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까지 구름OS와 한컴구름의 공통 특징이다.

한컴구름 OS 구동 모습

여기에 한컴은 한컴구름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한컴오피스’를 킬러콘텐츠로 내세웠다. 아직까지 한글뷰어(2020버전까지)만 지원하지만, 한컴오피스를 한컴구름에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상걸 차장은 “한컴구름에서 한컴오피스 기능의 30~40%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1차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눅스의 이점을 활용하다

한컴은 한컴구름의 생태계를 표방하고 있다. 구름OS 중심의 구름플랫폼 커뮤니티에는 사용자, 개발자들의 신규 기능 요청을 포함한 각종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컴은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10월 중 한컴구름의 2차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차장은 “구름플랫폼의 커뮤니티를 참조해 구름OS, 한컴구름의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반대로 한컴구름의 기능개선이 이뤄지면 구름OS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며 “구름플랫폼 업데이트 시점마다 한컴구름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컴구름 OS 구동 모습

아울러 한컴구름의 2차 버전은 UX, UI 및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이상걸 차장은 “사용자들이 윈도우에 사용해 익숙한만큼, 리눅스 기반의 OS 사용을 낯설어한다”며 “한컴만의 UI를 반영해 윈도우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표 시장은 여전히 B2G

한컴은 정부기관거래(B2G)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터넷브라우징, 문서 열람 등 간단한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공공업무에 맞춰 OS를 경량화했다.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앙에서 사용자의 프로그램 설치나 사용권한, 데이터 접근 권한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중앙관리솔루션(GPMS)도 B2G를 위한 기능이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는 한 사람당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거나 공용 PC를 사용하는데, GPMS는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울러 정부기관에서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클라우드 환경에 맞춰 한컴구름을 개발했다. 이 차장은 “클라우드 상의 가상 데스크톱을 사용하는 Daas 기반 망분리 PC, 특수목적용 단말 등을 타겟으로 한컴구름 공급 확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공공OS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지난달 31일 한컴을 포함해 KT, 티맥스에이앤씨, 틸론, 인베슘 4개사가 손을 잡았다. 공공기관의 DaaS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사업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레퍼런스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일정은 논의 중이다.

한편, 출시 약 한 달만에 공공기관에서 한컴구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차장은 “행정안전부를 시작으로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개방형OS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한컴구름을 출시한 지난달부터 공공기관에서 도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