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기업 중에서 “클라우드에 올인한다”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기업의 모든 IT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긴다는 이야기다. 게임이나 인터넷(모바일) 기업이 모든 IT인프라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은 크게 놀랍지 않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도 그런 길을 가는 것은 흥미로운 변화다. 대한항공, 두산그룹, LG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 대열에 HMM(현대상선의 새이름)이 합류했다. 아직 메인프레임을 사용할 정도로 IT 변화에 민감하지 않던 HMM은 현재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중이다.

보통 ‘클라우드 올인’을 선택하는 기업은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선택한다. 이 둘이 글로벌 시장의 1,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수많은 고객사를 보유한 검증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HMM은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의 후발주자다. 가트너 매직쿼더런트 2019 조사에 따르면,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틈새 플레이어’에 머무르고 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이 시장의 리더다.

HMM은 왜 일반적인 선택(또는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고 후발주자이자 틈새시장인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했을까?

박상훈 HMM 팀장은 최근 한국오라클이 개최한 웨비나에서 “(클라우드로 가더라도) 검증된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해서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오라클 클라우드에 대한 경험은 없었지만, 오라클 DB를 쓰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고, 엑사데이터나 웹로직 WAS(Web Application Server) 등 오라클이 가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경험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같은 서비스와 엔터프라이즈 미션크리티컬(성능과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의 클라우드 전환은 성격이 다르다”며 오라클 클라우드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오라클 DB는 오라클이 가장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다. 수많은 미션크리티컬 시스템에서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AWS 는 오로라 등 자체 DB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미션크리티컬 시스템 시장에서 오라클 수준의 검증을 받지는 않았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을 타깃해 자율운행 DB를 선보이며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HMM은 지난 2018년부터 클라우드 전환에 돌입했다. 당시 메인프레임을 쓰고 있던 HMM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IT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을 결정했다고 한다. 1차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e비즈니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겼고, 인사 시스템 등을 2차로 이전했다. 현재는 현재 선박 예약 시스템을 오라클 클라우드 상에서 개발 중이다.

박 팀장은 HMM이 클라우드로 전환한 이후 경영진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비용 면에서도 인프라 운영비와 유지보수료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현업 사용자도 성능 개선으로 인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팀장은 클라우드 전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톱 매니티먼트(최고경영자)의 결단력”이라고 표현했다. 실패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에 실무단에서는 클라우드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만약 실무단에서 추진하게 되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여러가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빠르게 변하는 IT환경에서 검증에만 1~2년을 쓰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된다.

물론 전체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HMM도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예상치 못한 오류들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박 팀장도 “별의별 문제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예를 들어 기존 시스템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던 소프트웨어가 같은 환경의 클라우드에서는 구동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문제가 많았다. 박 팀장은 “온프레미스면 그래도 나은데 클라우드에 올라가 있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들웨어 문제인지 DB 문제인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엿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외부 전문인력이 필수적”이라고 박 팀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HMM은 클라우드 전환과정에서 내부에 IT인력을 많이 확충했다. 기존에는 IT 인력 전체를 아웃소싱 했었다.

박 팀장은 “차세대 구축,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HMM의 IT부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경험을 자산화 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