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팀이 있다. 한진 노삼석 대표이사 직속의 ‘사업총괄팀’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맡아 추진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하니 조금은 거창하다. 쉽게 풀어보자면 여러 스타트업 제휴, 투자를 통해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한진의 성장 동력을 찾아낸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현대자동차의 핵심 전략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그 느낌과 맥을 같이 한다.

시너지란 무엇인가

협력과 개방, 그리고 혁신. 멋있는 말이 모였는데 정말 멋있어지려면 필요한 건 ‘win-win’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가하는 스타트업과 한진 모두 이익을 얻고 시너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이 한진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가하여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이득은 ‘투자 연계’다. 29일 한진 본사에서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구축 업무협약식에 8개의 스타트업 투자업체(VC, 액셀러레이터)가 참가한 이유다. 밴처캐피탈로는 네오플럭스, 원익투자파트너스 ,마그나인베스트먼트, BSK인베스트먼트, 한컴인베스트먼트가 한진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했다. 액셀러레이터로는 빅뱅엔젤스, 스파크랩스, 텐원더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한진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가한 스타트업을 이들 투자업체에 연결해주고자 한다. 초기업체를 중심으로는 한진이 직접 투자를 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투자업체뿐만 아니라 인하대학교,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대학교, 스타트업 보육기관도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에 참가했다”며 “향후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채용해서 내부 사업화를 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이 스타트업에게 줄 수 있는 두 번째 이득은 ‘테스트베드’다. 한진이 갖고 있는 물류 네트워크를 스타트업에게 공유하여 사업 타당성을 증명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진의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19 이후 23~25%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한진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한진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물동량은 170만박스다. 한진은 이렇게 많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지역과 도심에 물류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이 인프라를 공유 받는 그림도 한진은 그리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만약 택배 트래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서비스 업체가 있다면 한진은 이런 업체를 위해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며 “도심물류를 위한 포스트가 필요하다면 택배 영업점을 개방, 공유하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라 테스트베드의 예시를 들었다.

한진이 무언가 퍼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진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얻는 것은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한진이 갖고 있는 사업역량과 엮어서 시장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진의 자본이 섞인 스타트업이 성장한다면 그 자체로 한진에게 이익이기도 하다.

몇 가지 사례들

한진이 현재 외부 업체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의 몇 가지 예시가 있다. 하나는 송장 프린터가 없는 하루 10건 미만의 물량을 발송하는 소규모 이커머스 판매자도 사용 가능한 C2C 방문택배 서비스 ‘원클릭 택배’다. 2019년 10월 시작한 이 서비스의 현재 가입자수는 7000여명이다. 기본요금 3000원에 월 101박스 이상 이용시 2500원에 이용 가능하다.

두 번째는 농협, 함안군과 협력하여 진행한 ‘함안수박 기프트카드 출시’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기프트카드 QR코드를 모바일 디바이스로 스캔하면 한진이 입력된 배송지까지 수박을 배송해주는 방법이다. 수박 수확시즌인 4월~5월 한 달 반 동안 총 1만1000박스의 수박을 출고했다. 이건 한진 내부에서도 꽤 잘 된 사업으로 꼽히는데, 한진은 이후 수박말고 다른 농산물, 과일 기프트카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진은 e모빌리티 스타트업 이빛컴퍼니와 협력하여 택배차량 전기차 도입 및 충전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패키징업체 에코라이프패키징(브랜드명 : 날개박스)와는 소상공인을 위한 친환경 택배박스 공동구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관심 있는 신사업 ‘도심 물류’

한진이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신사업은 ‘도심 물류’다. 한진이 기보유한 도심 물류공간을 외부 다양한 업체에 공유하고 당일택배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화주사 입장에서는 한진의 공간을 기반으로 도심거점 보관부터 당일배송까지 물류 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와 같은 서비스를 굳이 직접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한진을 통해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사족을 달자면 한진이 추진하고 있는 당일배송 사업은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까지 3대 택배업체가 모두 신사업으로 눈독 들이는 상황이다. 한진은 여기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우 한진 사업총괄팀 상무는 “한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달 시장과 도심물류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한진의 도심 공간을 공유하여 당일택배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