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미국사람들도 ‘황제의 외동딸’을 볼까?
미국 사람들도 한국에서 잘 먹히는 ‘황제의 외동딸’ 같은 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볼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웹툰을 번역해 글로벌 서비스하는 웹툰 플랫폼 ‘태피툰’이 최근 6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국내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카오페이지나 레진 등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을 작가(또는 소속사)와 계약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의 ‘황제의 외동딸’이나 레진의 ‘킹스메이커’ 등이다. 예상보다 매출도 꽤 나온다. 이 회사 월매출은 이달 기준, 300만달러에 육박한다. 태피툰의 회원수는 300만명으로, 북미에서의 성장을 기반해 최근에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프랑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시작된 웹툰이라는 장르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콘텐츠가 됐다. 네이버웹툰이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일본 시장도 라인망가, 카카오페이지의 픽코마 등이 접수 중이다. 이처럼 대형 플랫폼이 잘 나가는 상황인데도 새로운 웹툰 플랫폼은 계속 등장한다. 태피툰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9일서울 역삼동의 태피툰 사무실에서 만난 문경준 개발총괄(CTO)는 “내부적으로 성장 속도에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성과들을 보면 (성장 예측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작품성이나 흥행 면으로 잘 팔릴만한 것들이 많은데, 이들이 적절한 플랫폼을 찾지 못해 글로벌 진출을 못한 만큼 태피툰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문경준 CTO로부터 글로벌 웹툰 서비스의 가능성과, 기술적인 도전 등을 물었다.
한국의 웹툰이 글로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국내에서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으로 검증된 대표작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사용자들에게도 먹혀든 것이라고 본다. 웹툰 외에도 음악, 영상 매체 등 전반적인 K-컬처가 인기다.
네이버웹툰이 미국에서 선전한다. 레진이나 타파스미디어 같은 곳도 있다. 이미 여러 플랫폼이 있는데, 태피툰이 어떤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한국에는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여럿이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작품의 수 역시 많다. 한두개 플랫폼에서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글로벌로 웹툰 시장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플랫폼 다양화가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해외 독자들도 여러 신규 플랫폼에서 원하는 작품을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 플랫폼이 차별성을 갖고 경쟁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태피툰의 경우에는, 한국과 문화나 정서가 다른 여러 문화권 사용자들에 맞춰 번역, 편집, 식자 등 현지화 작업을 섬세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 브랜드 이미지 전반에서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이 결과적으로 유효했다고 판단된다.
지난 7일,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61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리즈A를 마감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매출이나 트래픽면의 성장을 두고 내부적으로도 매달 놀라면서 일을 한다. 한국 만화가 아시아권 외에 북미 문화권에서도 성공한 것이다. 글로벌 기반으로 유저와 구매 등의 데이터가 축적이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언어와 시장으로 진출을 확장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태피툰은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내 콘텐츠를 소싱해서 글로벌 진출하는 방식이다. 다른 플랫폼의 작품을 받아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흥행한 작품들이 플랫폼을 못 찾아서 글로벌 진출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 그런 작품을 소싱을 받아 진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IP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미국은 아직 종이출판 만화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만화를 보는 것이 익숙할텐데
웹툰 자체가 세로 스크롤로 보는게 본질이다. 그래서 미국의 10대나 20대 같은 제트세대는 모바일에 친숙하기 때문에 웹툰의 사용성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존 출판 방식의 미국 만화보다 오히려 웹툰이 모바일에서 훨씬 더 읽기가 편하다는 거다. 이러한 장점이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어필이 잘 되었다. 태피툰의 사용자들에게는 새롭고 편한 것이 중요하다. 처음 접해 어색한 것이라는 것 자체는 허들이 아닌것 같다.
앱의 기획이나 개발적인 측면에서 현지화하는 부분이 있을까?
알파벳 기반 언어 대부분은 2-4배로 모든 내용이 길어진다. 누구든 긴 문구를 읽기 꺼려하고 젊을수록 그 성향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서비스의 내의 문구나 구도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 태피툰에는 외국인이 많이 근무한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은 미국인이고, CEO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그래서 문화적인 것이나 감각적인 부분에서 현지를 잘 이해한다. 그런 부분이 마케팅을 하거나 제품을 만들 때 경쟁력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하다못해 작은 카피나, 혹은 금액을 표시하는 기호 같은 것에도 반영이 된다.
최근 프랑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럽 시장의 특징이 있나?
론칭한지 아직 오래 되지 않아서 답변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1인당 구매액이 미국보다 높다. 미국의 약 2.5배다. 프랑스어 사용 국가가 많아서 유입수도 더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독일어 런칭 후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서비스에 기술적으로 더욱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서버랑 인프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는 사용자들이 국내 네트워크 망을 쓰므로 대륙간 발생할 수 있는 지연(latency)이나 성능 이슈를 아무래도 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태피툰의 경우에는 타깃이 북미이고, 시살상 글로벌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리전 간 네트워크 통신을 했을 때 지연 이슈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같은 이슈가 있었는데
맞다. 비슷한 거다.
태피툰의 서버는 다 한국에 있나?
태피툰의 경우에는 미국 사용자 접속이 가장 많기 때문에 서버 관련 인프라는 주 거점이 미국이다. 서비스 관련 메인 DB 및 웹서버 등도 모두 미국 리전에 위치해 있다. 다만 비율상 미국이 가장 높다는 거고 세계 각지에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접속자의 리전은 사실상 전세계다.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프랑스에도 리전을 만들고 있다.
다른 나라에 리전을 두면 개발자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이미지나 정적인 데이터(asset)는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으로 배포하면 되기 때문에 리전이 달라도 퍼포먼스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DB 접속을 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버들은 리전 별 배포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지연이 이슈가 된다. 실제로 개발자 로컬 머신에서 유럽에 있는 RDS(아마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서비스)로 접속을 하려고 하면 상상 이상으로 지연시간이 길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개발 및 테스트용 서버들은 서울 리전에 배포가 되어있다.
프로비저닝이나 배포를 할 때도 리전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고민들은 국내 서비스만 할때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고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으면서 개발자들의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현지 리전에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이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까 지역별로 네트워크 환경이 제각각인데 이를 위해서 개발팀이 작년에 미국 현지로 테스트를 가기도 했다. 실제 미국에서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앱 사용성이나 속도가 어떤지 직접 경험해보고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하는 목적이었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더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많이 났다. 테스트를 위한 앱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 관련 개선 포인트를 여러개 도출해 실제 개선하기도 했다.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트래픽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인프라는 AWS 위에서 동작하고 있다. 인기 작품의 새로운 챕터가 업데이트 되는 등 사용자들의 트래픽이 급증하는 시간대가 있는데 이를 위해 오토 스케일링(auto scaling)으로 미리 대비해두는 전략을 사용한다. 한국 웹툰 서비스들도 비슷할 거 같은데 서버 인스턴스 CPU 등 지표 기반 오토 스케일링을 사용하면 갑작스럽게 트래픽이 급증할때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지표 기반 오토 스케일링을 사용하되 특정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스케일링을 미리 해놓는 방식이다. 또,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지지 않는 선에서 기능별로 서버를 분리하고 있다.
개발직군을 채용 중이라고 들었다. 원하는 인재상은 어떻게 되나? 또, 개발자가 태피툰에 들어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디지털 콘텐츠를 사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글로벌 서비스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관심 있고, 코드 퀄리티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글로벌로 이 정도 되는 트래픽 서비스를 경함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이나 기술적 도전을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구축하며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개발자로서 매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 스타트업이지만 코드 퀄리티는 타협의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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