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23일 폴인이 주최한 퓨처포럼에서 신형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Z(이하 딜리Z)’를 공개했다. 딜리Z는 우아한형제들이 처음으로 발표한 실내외 동시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로봇이다. 종전까지 우아한형제들은 ‘실외 주행 로봇’과 ‘실내 주행 로봇’을 별도로 개발, 테스트했다.

딜리Z의 등장으로 음식점부터 고객까지 로봇만을 활용한 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이 2017년부터 개발해온 실내, 실외 주행 로봇 기술 및 노하우가 딜리Z에 결합된다.

본격적으로 그간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배달로봇들과 이번에 공개된 실내외 동시 자율주행 로봇 딜리Z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본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의 발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2017년 – 로봇배달 원년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부터 로봇배달 서비스를 준비했다. 2017년 7월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우진 교수 연구팀과 진행한 서빙로봇 개발 관련 산학 협력이 그 시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로봇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 로봇을 잘 만드는 여러 국내외 로봇제조업체, 솔루션 업체와 협업했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브랜드인 ‘딜리’의 제조사는 시기별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처음 우아한형제들이 로봇사업을 준비하게 된 배경은 ‘라스트마일’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최근 이슈로는 코로나19 이후 더욱더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문량을 ‘로봇’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사람 배달기사의 공급이 무한하지 않기에 그 공백을 로봇이 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이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배달의민족의 한달 주문수는 월 5100만건이다. 코로나19 이후 이 숫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2018년 – 매장 서빙로봇 등장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4월 실리콘밸리 로봇제조기업 ‘베어로보틱스’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서빙로봇이 2018년 8월 피자헛 목동점에 시범 도입됐다. 이 때 ‘딜리플레이트’라는 이름이 처음 알려졌다.

딜리플레이트는 2019년 11월 렌탈 방식의 상용화를 시작했다. 현시점 전국 48개 매장에 약 65대가 도입됐다. 렌탈 요금은 기종마다 다른데 월 60~90만원 수준이다. 로봇 및 솔루션 개발은 LG전자와 협력했다.

우아한형제들이 7월 20일 공개한 딜리플레이트 신형 로봇 2종. 이번에 추가한 신규 로봇은 설치 환경에 제약이 적고 적재 규모가 큰 프리미엄 모델 ‘딜리플레이트L01(사진 왼쪽)’과 카페나 소규모 식당 서빙에 용이한 ‘딜리플레이트K01(사진 오른쪽)’이다.(사진: 우아한형제들)


김 이사에 따르면 매장 점주가 딜리플레이트 서빙 로봇을 도입하는 이유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감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는 남았다. 이 때 고객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로 딜리플레이트를 선택하는 음식점주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딜리플레이트는 사람 직원의 일을 줄여주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회사측 평가다. 김 이사에 따르면 딜리플레이트는 한 번에 최대 12개의 그릇을 나를 수 있고,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일한다. 사람이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그릇을 나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역할을 로봇이 대체했다. 사람 직원은 예전에 서빙 업무로 인해 집중하지 못했던 고객 접객, 예컨대 고깃집이라면 고기를 구워주는 등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2019년 – 거리로 나선 로봇

2019년 4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는 ‘실외’로 나왔다.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단지에서 실외 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2019년 11월에는 건국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실외 배달로봇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11월 25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어진 테스트 기간 동안 배달로봇은 총 2219건의 주문을 수행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이 숫자는 같은 기간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운영하는 배달 네트워크 배민라이더스의 사람 배달기사가 건국대에 배달한 건수보다 많다.

건국대 캠퍼스를 주행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건국대 기숙사 건물에 인접한 음식점 세 곳에서 픽업한 음식을 캠퍼스 내부 9개의 정류장까지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숙사와 학교 건물 사이의 먼 거리로 인해 아침식사 시간 이후 떨어지는 음식점의 매출을 로봇을 통해 증대시킬 수 있다고 가정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로봇 실외 자율주행은 실내보다 어려운 도전이었다. 실내의 경우 로봇이 이동하는 바닥이 비교적 평탄하고 한정적인 구획으로 인해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찾는 데 유리했지만 실외는 달랐다. 점자블록이나 과속방지턱 같은 장애물이 있고, 로봇이 이동하는 도면 또한 고르지 못하다. 기상 악화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 오토바이, 사람도 변수가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테스트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로봇 배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내’를 동시에 통과할 수 있는 배달로봇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인의 상당수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고객 문 앞까지 배달을 하기 위해선 ‘실내외’ 동시주행이 필수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봇 스스로 수동 혹은 자동문이나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10월 그 중간 과정으로 사옥 안에서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실내 주행 배달로봇 ‘딜리타워’를 테스트한 이유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딜리타워는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음식을 받기 위해서 공용공간까지 왕복하는 고객의 수령시간을 약 12분 절감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0월 송파구 사옥에서 테스트한 층간이동 로봇 딜리타워의 모습

2020년 – 라스트마일까지 한 걸음

2020년 딜리타워는 ‘라스트마일’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0월까지 엘리베이터가 있는 1층에서 목적층의 자동현관문 앞까지 이동했던 로봇은 2020년 5월을 기점으로 사무실 안까지 들어섰다. 사전에 입력된 여러 이동경로를 활용해 18층 사내카페에서 직원들이 주문한 식음료를 픽업해 주문자가 있는 회의실이나 사무실 개인 책상까지 배달해주는 개념이다. 로봇이 자동문과 통신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로봇에 장착된 음식적재함도 기존 1개에서 2개로 늘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로봇을 ‘딜리타워 프로’라 부른다.

이번에 공개된 실내외 동시 자율주행 로봇 딜리Z에는 그간 우아한형제들이 테스트해온 ‘실내’, ‘실외’ 배달로봇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망라됐다. 예컨대 딜리Z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도 제자리 회전을 하여 움직일 수 있다. 이 기능이 없다면 좁은 아파트 복도에서 로봇이 돌아갈 공간이 안 나왔을 것이라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23일 폴인 퓨처포럼에서 공개된 딜리드라이브Z의 모습

김요섭 이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로봇을 테스트해보니 마치 옛날 아이들이 방역차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로봇을 따라다니더라. 그 중에 5~6살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은 달려와서 로봇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며 “그래서 신경 쓴 기능은 ‘안전’이다. 딜리Z의 외관을 에어백처럼 설계했는데, 로봇이 3D 라이더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긴 하지만 좁은 실내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딜리Z는 2020년 12월 실제 아파트단지와 대학 캠퍼스 등지에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이 된다면 딜리Z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객의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단계별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우아한형제들측 계획이다.

2022년의 배달로봇

우아한형제들은 미래 배달 로봇이 1km 이내 초근거리 배달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 평가한다. 안전속도를 고려해서 시속 5~6km로 주행하는 배달로봇이기에 사람 오토바이 라이더보다 빠른 배달은 불가하다. 그렇기에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을 통한 장거리 배달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대단지 아파트 상가 입주 매장부터 아파트 고객 문 앞까지,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식당에서 캠퍼스 특정 건물 안까지 로봇이 배달을 수행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로봇배달의 ‘최소주문금액’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인 음식점 배달에서는 상점주의 배달요금 지불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1만원 상당의 최소주문금액이 로봇배달에서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다면 예전에는 안 됐던 ‘커피 한 잔’, ‘김밥 한 줄’ 배달이 로봇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기존보다 반값 수준으로 배달비를 낮추는 것이다. 낮아진 배달료로 만들어진 가치를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고객, 음식점주와 함께 나눈다는 게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으로 만들고 싶은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물론 여전히 배달로봇 도입 단가는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이 처음 로봇 사업을 준비했던 2017년에 비해서는 훨씬 떨어졌다는 게 김 이사의 평가다. 우아한형제들이 보유한 로봇군단도 2017년 0대에서, 현시점 200여대까지 늘었다. 수요가 증가하고 더 많은 로봇이 도입된다면 단가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이 온다면 거리에서 로봇 배달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 때까지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를 중심으로 협업을 통해 여러 로봇배달 실험을 계속 한다는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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