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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아이언맨’으로 창업하려던 청년이 방울토마토 재배하는 이유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 농업 인공지능(AI) 대회에서 한국팀 ‘디지로그’가 낭보를 전해왔다. 경험이 풍부한 농부와 인공지능이 방울토마토 재배를 놓고 수익을 다투는 대회에서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본선 진출 여섯 팀 중 3등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적 농업대학인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이 주최했고, 텐센트가 후원한 이 대회는 센서와 데이터 플랫폼으로 정보를 확보한 인공지능이 원격으로 작물의 재배와 관련한 주요 사항을 결정 짓는 게 어느정도까지 가능한지 그 한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역삼 팁스타운에서 디지로그 팀의 일원으로 대회를 치른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를 만났다. 아이오크롭스는 2년차 농업 스타트업으로, 방울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스마트 팜 재배 작물을 인공지능과 수확로봇 등을 활용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곳이다. 원래는 ‘아이언맨’을 개발하고 싶어서 대학 연구실에 들어간 조 대표가, IoT 제품을 개발하다 농업에 재미를 붙여 창업한 회사다.

조 대표는 대회 참가 후기를 놓고 “바둑에서 알파고가 인간을 넘어섰듯, 작물재배에서도 인공지능이 더 높은 효율을 가져온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대회에 출전한 여섯 팀 중 30년 경력을 가진 재배 전문가로 구성된 일명 ‘사람’팀이 6등을 하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 때문에 나온 것이다. 1등부터 5등까지는 모두 AI가 재배와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팀이었다. 인공지능이 재배 결정을 내린 1등 팀과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 6등 팀의 수익은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인공지능이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원격으로 재배를 결정하면, 현지의 농부들이 그대로 작물을 키워 수확한 결과였다.

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 조진형 대표를 비롯해 이혜란, 서영웅, 이민석, 심소희 등 아이오크롭스의 멤버 중 다섯명이 함께 디지로그 팀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디지로그는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출신인 민승규 단장이 꾸린 팀으로, 아이오크롭스 외에도 파미너스, 이지팜, 서울대, 스페이스워크 등이 같이 뛰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이 대회는 본선에 진출한 여섯팀이 각각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시험 온실을 할당 받고 6개월 간 똑같은 조건으로 방울 토마토를 재배해 그 생산량과 비용을 비교해보는 식으로 이뤄졌다. 디지로그 팀은 아이오크롭스가 만든 토양 내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재배 저울 등의 센서를 썼다. AI는 센서가 모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가지를 어떻게 칠지, 줄기를 몇 개나 자르고 꽃을 몇 개나 딸지 등을 결정해 현장에 알렸다. 현장의 재배 농부들은 AI의 권고에 따라 농사를 지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회 기간 조 대표를 비롯한 일부 팀원들은 한국에서 원격으로 일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전 대회 우승팀이 ‘AI가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수행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 재배전문가들의 아웃풋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며 “올해 대회는 사람이 AI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에 보이는 온실을 한 동씩 배정 받아 6개월 간 방울토마토를 키웠다. 사진 하단의 로고들은 이 대회를 주최하고 후원한 곳들이다. 사진제공=아이오크롭스.

조 대표는 3등이라는 성적보다도 AI 농업에 대한 가능성을 본 것, 특히 이 분야 후발주자인 한국도 경쟁에 나서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등이 주된 성과라고 자평했다.  AI를 활용한 농업 부문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다. 특히 ‘스마트 팜’ 부문에서는 네덜란드를 필두로 한 유럽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에서도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조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팜은 네덜란드의 하위버전”에 머무른다. 그렇다고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체계화된 데이터 농업을 보고 돌아온 젊은 팀들이 빠른 시간 내에 기술력을 키우면 못 할 것도 없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핵심 포인트는 역시 AI다. AI로 해결할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한 후, 이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오크롭스는 현재 농가에 자체 개발한 센서를 판매하고 있다. 농가는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작물 재배 의사결정에 도움을 얻고, 아이오크롭스는 그 결과를 더 나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 조 대표는 기술발달로 인해 국내 농덥도 네덜란드처럼 대형화, 첨단화, 분업화, 규모화된 농업이 기술 발달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오크롭스 역시 이 부문에서 성장할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그는 “AI 농업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인데, 앞으로는 농업과 AI를 둘 다 잘해야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화해 전달할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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