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품을 잘 팔리게 하려면 뭔 짓을 해야 할까. 아마 거의 모든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고민이다. 남들과 똑같은 상품을 떼어 파는 이상 어디선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떼어 와서 가격을 낮추거나, 아예 독립적인 상품을 소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광고를 한다면 좋겠지만 이건 돈이 든다.

당장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그래, ‘콘텐츠’다. 이거라면 돈 안 들이고 건드릴 수 있다. 상품상세를 뒤집든, 페이스북에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리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판매 링크를 달든. 모두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기자도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매출 증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 인스타그램을 상업용으로 변신시켰다. 이렇게 올린 콘텐츠가 매출까지 잘 연결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울고 싶다.

아, 물론 이것도 하는 건 쉬운데 잘 하는 건 어렵다. 기자는 직업 특성상 많이 읽히는 콘텐츠는 고민했지만, 많이 팔리는 콘텐츠는 고민한 적이 별로 없다. 고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떠오른 게 블랭크. 블랭크는 ‘콘텐츠 커머스’, ‘미디어 커머스’라 불리는 판에서는 입지전적인 회사다. 2016년 2월 만들어진 회사가 창업 2년만인 2018년 1263억원의 매출을 만들었다. 지난해 매출 실적은 1350억원. 종전처럼 파괴적인 성장이 없어서 아쉽지만 여전히 콘텐츠를 기반으로 잘 파는 회사임은 분명하다.

블랭크 하면 떠오르는 콘텐츠란 뭔가. 왜 때문인지 베개에 계란을 깔아두고 밟아 깨뜨리는 영상 콘텐츠를 유행시킨 바디럽의 마약베개? 하하, 이건 좀 옛날 이야기다. 요즘 블랭크는 짤막한 영상 콘텐츠가 아닌 시리즈물로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찍더라. <고등학생 간지대회>라던가. 여기 PPL이 꽤나 많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23만명이다. 지난해 8월 블랭크 브랜드 바디럽이 주최한 상금 1000만원을 건 <잠 안자기 대회> 영상도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법 하다. 이 영상은 심지어 바디럽 안티 세력을 메인 참가자 중 하나로 부각했다. 제정신으로 만들었나 싶은데, 마지막 장면 보면 조금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요즘 블랭크는 아예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 버린다. 고등학생 간지대회 시즌2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영상은 270만명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 건 따라하지 못하잖아?

맞다. 이런 건 아무나 따라하지 못한다. <고등학생 간지대회>처럼 김희철과 한혜연, 박태일, 레디 같은 분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시려면 돈이 많이 든다. 바이라인네트워크 박리세윤 PD한테 혼자서 저런 거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든다. 재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뭉쳐야 된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지난해 블랭크 매출 1350억원 중에 영상 못지않은 큰 비중을 어찌 보면 소소해 보이는 콘텐츠가 만들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미지와 카피라이팅, 상품상세 링크의 단순한 조합이다. 조금 복잡해지면 ‘카드뉴스’나 ‘움짤(움직이는 gif 이미지)’ 정도? 이 정도면 판매 콘텐츠 바보인 기자도 그냥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어떤 콘텐츠인지 쭉 한 번 보자.

블랭크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전개하는 다양한 목적의 콘텐츠. 오늘 이야기할 콘텐츠는 거창하게 돈 많이 드는 콘텐츠가 아니다. 우리도 만들 수 있는 소소한 콘텐츠 이야기다.

어떤가. 위 콘텐츠들은 모두 블랭크가 상품 판매, 고객 바이럴, 프로모션 등 목적 달성을 위해 기획했다. 특별하고 전문적인 편집 기술이나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연예인 섭외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다. 이런 걸 만드는 데도 센스와 노하우는 필요하다. 그래서 이 콘텐츠들을 만든 사람을 만났다. 블랭크 마케팅유닛 콘텐츠셀을 이끌고 있는 안영모 프로다. 그는 블랭크가 전개하는 20여개 브랜드당 각 1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하여 블랭크 매출 성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안영모 블랭크 마케팅유닛 프로

블랭크에서 뭔 일을 하고 있는가. 소개 부탁한다.

블랭크 마케팅유닛 콘텐츠셀을 맡고 있다. ‘셀’은 다른 회사에서 쓰이는 파트라고 보면 되는데, 공식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독립적으로 일하다보니 블랭크 안에서는 다들 ‘셀’이라 부른다. 블랭크가 론칭한 20개 브랜드가 전개하는 상품 관련 콘텐츠 제작을 기획하고, 광고 관리 업무도 같이 하고 있다.

블랭크에는 각 브랜드별로 브랜드 마케터들이 있는데 그들과는 ‘공동 목표’를 잡고 협력한다. 브랜드 마케터들은 유튜브 영상 PPL 같은 외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면 우리 콘텐츠셀은 블랭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업무 과정을 잠깐 설명하자면 각 브랜드 마케터가 잘 팔릴 법한 상품을 갖고 우리에게 협업을 요청한다. 그러면 마케팅유닛 매니저가 브랜드의 기댓값은 무엇이고,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인지 검토하고 우리와 업무를 연결해준다. 예전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일했는데 요즘엔 이렇게 바꿔가려고 노력한다.

영상 콘텐츠는 아예 안 만든다는 건가.

보통 이미지를 활용한 콘텐츠 작업을 많이 한다. 하지만 영상을 아예 안 만드는 건 아니다. 이미지를 활용하여 짤막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작년 11월에 블랭크 식음료 브랜드 소소생활에서 숙취해소제 프로모션을 크게 했는데 그 때 만든 룰렛 영상이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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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 당신은 사실 잘생겼다.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우리 셀이 외부 모델을 섭외해서 만드는 영상 기획을 하지는 않는다. 블랭크에는 콘텐츠 PD라는 직무가 있는데, 그 분들이 영상 만드는 건 워낙 잘한다. 우리가 만드는 영상은 움직이는 이미지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예전에는 움직이는 웹툰도 만든 적이 있는데, 카드뉴스에 비해 반응이 별로라 지금은 안 한다.

블랭크가 전개하는 브랜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각 브랜드별 상품구색도 10여개 이상이다. 생전 처음 보는 생소한 브랜드를 강조하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우리 셀이 여성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ViveVive)의 콘텐츠 마케팅을 한다. 너무 어려웠다. 남자인 내가 도저히 공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어볼 수도 없는 거 아닌가.

블랭크 마케팅유닛 콘텐츠셀 박민지 프로가 제작한 비브비브 브라렛 콘텐츠. 콘텐트셀에서 그림까지 그리는 것은 아니고, 디자이너와 협업한다. 이 콘텐츠는 ‘편안한 속옷’을 강조한 카피라이트를 썼는데 고객 공감을 이끌고 매출을 끌어냈다는 측면에서 성공한 콘텐츠로 평가 받는다.

이런 브랜드를 만나면 일단 상품 기획자를 만난다. 상품 기획자로부터 그 제품을 왜 만들었는지, 고객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상품을 좋아하는지 설명을 듣고 먼저 정리한다. 그 다음 상품상세 페이지를 보면서 공부한다.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댓글을 보면서 챙긴다. 실제 고객이 될 수 있는 주변 여성 지인에게도 상품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다뤄야 할 메시지가 뾰족해진다. 예를 들어서 비브비브 속옷 같은 경우는 ‘편안한 것’, ‘시원한 것’, ‘질이 좋은 것’과 같은 메시지가 모인다. 우리 셀이 맞다고 생각하는 건 일단 다 나열한다. 예를 들어서 누구는 ‘할인’이 중요할 것 같다고 하고, 누구는 ‘디자인’이 중요할 것 같다고 하면 일단 두 개 다 콘텐츠를 만들어본다. 그러다 반응이 좋은 콘텐츠가 보이면 강화하면서 넓혀간다. 먼저 가설을 확실하게 세우고 점점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만약 우리 콘텐츠의 목표가 ‘매출 증대’라면 제일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어떤 브랜드가 예뻐서 잘 팔릴거라 생각했는데, 어떤 고객은 가격이 싸다고 살 수도 있는 거다. 그러면 우리는 예쁜 걸 강조하는 콘텐츠가 아닌, ‘가격’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된다. 고객 지향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판매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궁금하다.

상품 소개 문구를 엄청 신경 쓴다.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느낌까지 세밀하게 고민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드는 건 기사 같은 ‘장문’의 콘텐츠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지를 쓱쓱 넘기면서 소비한다. 이 말인즉, 글이 너무 길거나 조잡하면 고객들이 안 본다는 이야기다. 한 눈에 들어오는 카피라이트가 고객이 콘텐츠를 클릭해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카피라이트를 쓴다면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의 입장에서 고민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서 ‘상품 50% 할인’은 판매자 마인드의 카피라이트다. 만약 같은 맥락이더라도 ‘지금 이걸 사면 2만원 벌어요!’, ‘제품 두 개 사는 것과 같아요!’와 같은 식으로 만든다면 구매자 마인드다. 비브비브 여성 속옷 중에 후크가 없는 제품이 있는데 ‘후크가 없어요!’는 판매자 마인드의 카피라이트다. ‘후크가 없어서 편해요!’가 소비자 마인드다. 판매자 마인드가 아닌 구매자 마인드로 풀어서 상품 소개 카피를 만들고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한다.

또 하나 강조사항이 있는데, 한 이미지에 여러 내용을 넣으면 안 된다. 여러 내용 넣더라도 그거 일일이 다 보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어서 블랭크가 ‘가격이 싸고’, ‘맛도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상품 기획자라면 두 가지 메시지를 모두 강조하고 싶을 거다. 근데 우리는 그러면 ‘싼 가격’을 강조하는 콘텐츠와 ‘맛’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따로따로 만들라고 권한다.

브랜드별로 1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었고, 페이스북 광고 구좌로 허용되는 ‘5만개’를 다 채웠다고 들었다. 이 정도로 콘텐츠를 만들려면 창작의 고통이 엄청날 것 같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블랭크가 쓰고 있는 협업툴 슬랙(Slack)에는 ‘콘텐츠 TMI’, ‘디자인 TMI’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다. 블랭크 전 직원들은 여기에다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재밌는 콘텐츠, 혹은 인상 깊은 디자인을 자유롭게 올리고 의견을 교환한다. 영감은 여기서 많이 얻는다.

사실 괜찮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건 나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그냥 삶처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뭐 재밌는 거 없나 수시로 확인한다. 예를 들어서 기자님 노트북에 락밴드 ACDC의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가. 누가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나는 폰트를 바꾸면 가독성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자인을 바꾸면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쇼핑몰 상품상세도 자주 본다. 예전엔 그런 게 없었는데 신경 써서 보니까 뭐가 좋고, 뭐가 안 좋고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생활 속 모든 게 콘텐츠 발굴에 영감을 준다. 아마 기자님이 ‘물류’를 보면서 느끼는 게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상품상세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묻고 싶다. 나도 온라인 쇼핑몰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말 고민되는데 좋은 상품상세란 무엇인가. 반대로 나쁜 상품상세란 무엇일까.

좋은 상품상세는 고객의 니즈를 짚어주는 거다. 얼마 전에 매트리스를 하나 샀는데, 작은 회사가 개발한 제품이다. 이 회사는 “값 비싼 기성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시한 제품”이라 상품상세를 통해 강조하더라. 그러면서 대충 싼 거를 파는 건 아니라고 포인트를 짚는다. 그 회사는 우리 제품은 무엇이고, 기성제품과 비교하면 어떠한지 내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을 짚어줬다. Q&A 방식으로 못 미더운 내 마음을 풀어줬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반대로 나쁜 상품상세는 ‘판매자 마인드’로 차 있는 거다. 아까 했던 말이긴 한데 제로콜라를 판다고 할 때 이건 사카린과 같은 성분이 이러이러하게 들어갔다고 하면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사람들은 ‘이거 먹으면 살 안 쪄요!’를 원한다. 고객은 ‘시원한 소재로 제작한 팬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오래 앉아도 엉덩이에 땀이 차지 않는 팬티’를 원한다. 또 너무 좋은 것만 강조하는 상품상세도 싫더라.

기억 남는 콘텐츠 기획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 달라.

아까 꺼냈던 소소생활 숙취해소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콘텐츠는 ‘바이럴’을 목표로 했다.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친구를 태그하는 등 참여하는 액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거다. 그러면 어떤 형식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룰렛’으로 가자고 정했다.

하고 나니 괜찮은 데이터가 나오더라. 블랭크 콘텐츠는 대부분이 20대가 본다. 근데 이것만 특이하게 30~40대 분포가 높았다. 그 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구매로 이어질 수 있구나 생각했다. 동료들과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여성 고객 선호도가 높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친친상회의 제품인 ‘수육대장’도 생각난다. 이건 결이 다른 콘텐츠를 만든 사례다. 보통 우리는 카드뉴스 형태로 설명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데 이건 이례적으로 사진 중심으로 만들었다. 고기 사진은 그냥 봐도 맛있어 보이지 않은가. 여기에 카피라이트만 입혔는데 실제로 굉장히 잘됐다.

정혜림 블랭크 마케팅유닛 콘텐츠셀 프로가 만든 친친상회 콘텐츠. 세 장의 고기 사진과 한 장의 패키징 사진을 모아 카드뉴스를 만들었는데 굉장히 많은 바이럴을 몰고 왔다. 네 번째 사진은 건물 사진이 아니라 실제 수육대장 제품의 포장이다. 종로 허름한 수육집을 컨셉으로 포장을 디자인 했다고.

블랭크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인 ‘아르르’의 꿀잠방석 콘텐츠도 기억난다. 이건 내가 강아지에 빙의할 수도 없고,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다. 그래서 직관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왔다. 그림(하단 이미지 참고)처럼 생긴 강아지들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눌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줬다. 이 콘텐츠는 좋아요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매출은 많이 늘었다는 특이점이 있다.

직관적인 꿀잠방석 판매 콘텐츠. 이거 말고 블랭크가 만든 개냥이에 빙의한 콘텐츠도 여럿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이상으로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더 많은 이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 부탁한다.

본질은 ‘공감’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광고를 하든, 하지 않든 사람들이 봤을 때 그들 마음속의 결핍을 움직여줬을 때 콘텐츠는 퍼진다. 아르르의 ‘꿀잠방석’도 강아지가 힘든 지점을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퍼졌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바이럴이 만들어졌다.

블랭크의 남성패션 브랜드 언코티드에서 ‘바지’를 출시한 적이 있다. 이 때 우리는 체형별로 사람들의 고민을 모아서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올렸다. 사실 나는 이게 잘될지 몰랐다. 남자들이 옷이 예쁘다고 하는 콘텐츠에 예민하게 반응할까 싶었다.

서로 다른 지점을 강조한 두 개의 언코티드 상품 콘텐츠. 언코티드 팬티에 대한 재밌는 일화가 있다. 안 프로는 처음에는 이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려고 했다. 전자파가 차단되는 제품이라 남성의 정자를 지킬 수 있다는 카피를 강조했다. 안 팔렸다. 그리고 나서 그냥 ‘예쁜’ 팬티를 강조하니 팔렸다. 그래, 팬티는 그냥 예뻐서 살 수 있는 거다. 상품 콘텐츠 마케팅은 고객 반응과 함께 진화한다.

그냥 만들었으니 올려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잘 됐다. 아마 이 콘텐츠가 사람들의 ‘바지를 입으면 내가 멋있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채우지 않았나 싶다. 이게 잘 됐으면 우리는 또 고민한다. 비슷한 결이라면 바지말고 ‘남성 속옷’도 체형별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또 ‘여성 속옷’이면 어떨까.

인터뷰를 시작할 때 콘텐츠가 매출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근데 콘텐츠는 정성적인 거 아닌가. 콘텐츠 마케터도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건가.

콘텐츠 마케터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게 그거다.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회사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그게 우리 회사 매출에 뭐가 도움이 되냐고. 좋아요 늘어서 좋다 이거다. 근데 그게 우리 회사에 뭐가 도움이 되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콘텐츠 마케팅은 성과 측정이 너무 어렵다. 콘텐츠는 너무 재밌는데 성과는 대체 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게 콘텐츠 마케터를 따라다니는 숙명이다.

2015년 4월 1일 넥슨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서 현재까지도 매년 만우절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이미지. 당시 안영모 프로가 넥슨에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 업무를 하면서 페이지 좋아요 숫자를 53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이 기획 또한 그가 맡았는데, 슬프게도 바이럴 대비 성과를 측정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사진: 넥슨)

하지만 콘텐츠 마케터도 분명 회사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블랭크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커머스’라면 가능하다. 커머스 회사에선 콘텐츠 마케터가 퍼포먼스 마케터처럼 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블랭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집행한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 페이지에선 각 콘텐츠 랜딩페이지에서 특정 페이지로 넘어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만들어낸 매출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콘텐츠 마케팅도 굉장히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듣고 싶다. 블랭크 콘텐츠셀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콘텐츠의 목적에 따라서 성과 측정을 다르게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 콘텐츠의 목적이 ‘매출’이라면 당연히 매출이 중요하다. 클릭률이 중요하다면 클릭률에 맞춘다. 좋아요, 댓글, 공유 같은 게시물 참여도가 중요하다면 거기 맞춘다. 예를 들어서 앞서 이야기했던 소소생활 룰렛 안주 영상의 목표는 ‘클릭’과 ‘댓글’이었다. 사실 이건 매출은 많이 나오지 않은 콘텐츠였지만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의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처음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 목적을 명확하게 잡고 간다.

회사가 요구하는 지표는 세 개가 있다. 첫 번째는 콘텐츠 제작 전후의 성과다. 예를 들어서 어떤 특정 브랜드 상품의 콘텐츠를 만들기 전의 숫자와 고객 반응을 30일, 90일 등 일정 기간 이후 확인을 한다. 지난해엔 전체 기간을 다 봐서 고려했다. 예를 들어서 3월에 콘텐츠가 들어갔다면 12월 기준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측정했다.

두 번째는 신규 콘텐츠 연구개발이다. 새로운 콘텐츠 기획을 하고자 노력하고 이에 대해서도 퍼포먼스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는 ‘긴 카피’를 실험하고 있다. 사실 나는 카피라이트는 ‘한두줄’을 쓰는 걸 좋아한다. 세네줄 넘어가면 사람들이 안 본다고 생각했다. 근데 인스타그램을 보다보니 글이 아주 길면 또 보더라. 그래서 어떤 제품은 긴 카피를 한두개 섞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비브비브 브랜드 콘텐츠에 6월부터 긴 카피가 들어갔다.

마지막은 콘텐츠 생산량이다. 개인적으로 콘텐츠 생산량은 별로 중요한 지표가 아니라고 본다. 콘텐츠 생산량이 KPI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막 만들면 안 되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지표로 들어간 이유는 생산량보다는 어떤 특정 업무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기여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은 기획 중심으로, 어떤 사람은 제작 중심으로, 어떤 사람은 카피라이트를 많이 쓰는 식으로 업무를 분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콘텐츠양은 기획과 제작을 잘 한다면 자연히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좋은 콘텐츠란 무엇이라 보는가.

좋은 콘텐츠란 목적 달성을 잘하는 콘텐츠다. 잘 만들어진 영상만 좋은 콘텐츠가 아니다. 이미지 한 장을 만들어도 목표인 ‘판매’를 견인한다면 이건 좋은 콘텐츠다. 혹여 영상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좋은 콘텐츠다. 요컨대 콘텐츠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 목적을 만드는, 공감을 만드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다.

유튜브에 ‘강과장’이라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일상 이야기를 푼다. 그의 영상 제작, 편집 기술이 멋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구독자들은 그의 영상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 이걸 보면서 정말 콘텐츠의 품질은 중요하진 않구나 생각했다.

나는 블랭크에 오기 전에 배달의민족 브랜딩팀에서 일했다. 거기선 배달의민족 콘텐츠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했다. 알다시피 배달의민족은 영상 하나하나를 장인 정신으로 깎아 만든다. 근데 블랭크는 밖에서 보면 좀 날로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게 있다. 2018년 4월 블랭크에 처음 와서 보니 거기에 어마어마한 고민이 들어가더라.

연예인? 필요 없다. 굳이 안 나와도 고객의 감정을 따라가면 좋은 콘텐츠다. 좋아요? 공유? 예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근데 없어도 된다.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 콘텐츠는 남에게 보여주고 소개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좋아요는 적은데 매출이 나오는 콘텐츠가 있다. 이런 건 고객이 굳이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고 바로 구매하길 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건 좋아요나 공유 숫자가 아니다. 우리 회사의 목적은 무엇인가다. 그리고 그걸 콘텐츠가 달성했느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