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스팟이 ‘괜찮은’ 화물차주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
물류학원론 교과서 첫 장부터 나오는 3S란 개념이 있다. 정시성(Surely), 신속성(Speedy), 안전성(Safety)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어떻게 보면 3S야 말로 물류의 본질이다. 화주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빠르고 안전하게 물건을 전달해주는 것. 여기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하기는 참 어렵다.
3S 개념은 현실 물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잘 할 거라고 해서 물류업체에 운송을 맡겼더니 화물차주가 우리 물류센터가 어딘지도 못 찾고 버벅대고 있으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바로 오늘인 7월 1일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여의도에서 합정으로 사무실 이사를 하는데, 사무 가구 배송기사는 어떻게 된 게 온다는 시간에 맞춰서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이유지 대표의 복장이 터진다.
물류회사라고 명쾌한 해법이 있을까. 글쎄다. 한국의 화물차주 네트워크는 대부분이 ‘지입제’로 운영된다. 쉽게 말해서 화물차주 개개인이 개인 사업자로 업체 통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차주 네트워크 또한 ‘무한’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차량이 부족해 배차 자체가 제 때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통상 이럴 때 물류업체는 ‘화물 정보망’이라 불리는 전국24시콜화물 같은 곳에 주문을 띄워 아무 차주나 주문을 잡아 수행하도록 하는데 차주가 원하는 ‘서비스 품질’ 보장은 복불복이다.
로지스팟의 고민
화물운송 플랫폼 ‘로지스팟’의 고민도 같은 선상에 있다. 로지스팟은 450여개 화주사와 직접 계약해 하루 평균 600~700건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물류업체다. 화주에게 어떻게든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장소까지 안전하게 화물을 픽업하여 운송할 수 있는 차주를 주선해주고 ‘돈’을 받는다. 로지스팟은 이를 ‘책임 배차’라 부른다.
로지스팟은 ‘책임 배차’를 완수할 수 있는 차주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데 힘을 쏟는다. 먼저 자사앱에 등록한 1만6000여명의 차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배차를 진행한다. 당연히 로지스팟의 네트워크만으로 배차가 어려울 수 있다. 실제 로지스팟이 자사앱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배차하는 비중은 42%에 불과하다. 나머지 58%는 5~6개의 제휴 협력 운송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그럼에도 적절한 차주를 못 찾으면 ‘화물정보망’에 올려서 주문을 수행할 차주를 수배하는 구조다.
로지스팟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여기 있다. 화주사의 특성에 맞춰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차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나 로지스팟이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자사앱 등록 차주 네트워크의 규모를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로지스팟은 최근 차주앱 개편을 진행하며 몇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유일 로지스팟 CLO(Chief Logistics Officer, 최고물류책임자)는 “로지스팟은 화주의 니즈에 따라 서비스 품질 높은 차주를 배차해주는 게 목적인 플랫폼”이라며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특정 운송업무를 많이 한 차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인데, 차주앱에 추가된 기능을 중심으로 로지스팟이 괜찮은 차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① 데이터 기반 ‘추천 오더’
앱개편과 함께 추가된 대표적인 기능은 ‘추천 오더’다. 추천 오더란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주가 선호할 법한 주문을 노출해주는 기능이다. 바꿔 말하면 화주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차주를 연결해주는 수단이 된다.
추천 오더를 위해선 당연히 기반 ‘데이터’가 필요하다. 로지스팟은 앱 가입 차주들에게 ‘차종’과 ‘차고지 및 소재지’, ‘선호 출도착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주의 주문 특성별로 특정 차종을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을 오고가는 것을 선호하는 차주를 매칭한다.
예컨대 철강 화물을 취급하는 화주라면 비닐포 같은 제품에 습기가 차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차주를 배차해야 한다. 아무래도 철강 화물을 운송한 경험이 많은 차주를 연결한다면 사고 없이 잘 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아무나 배차하면 안 된다가 핵심이다.
유일 CLO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는 차주에게 어느 정도 선별된 주문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 예를 들어서 경기권역을 돌면서 업무를 하고 싶은 차주에게 전국 주문을 모두 보여주면 좋아하는 주문을 잡기도 어렵고 정보가 방대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선호 지역 주문을 중심으로 보여준다면 배차 매칭률이 올라갈 수 있고, 기사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차주가 원한다면 전국의 주문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지스팟이 추천 오더를 위해 활용하는 두 번째 데이터는 ‘화주의 만족도’다. 로지스팟을 이용하는 화주는 특정 차주의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만족도에 대한 평점을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시스템에 입력한다. 혹여 심각한 클레임이 발생한 차주의 경우 화주의 요청에 따라 해당 화주 주문이 노출되지 않도록 시스템에서 막을 수도 있다.
유일 CLO는 “우리가 현장에서 차주들의 업무 상황을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주 서비스 품질의 적합도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며 “실제 물류 서비스를 경험한 화주가 차주의 운송 서비스 만족도를 판단하고, 만족 혹은 불만족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확인하여 추후 배차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② 플러스 드라이버
로지스팟이 차주앱 개편과 함께 추가한 두 번째 기능은 ‘플러스 드라이버’다. 플러스 드라이버는 일종의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차주 네트워크다. 일반 기사 중에서 동일 주문을 5회 이상 수행하고, 화주의 서비스 품질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8점 이상, 별다른 화주 클레임이 없는 차주가 플러스 드라이버 승격 대상이 된다.
플러스 드라이버가 된다고 차주가 로지스팟에 내야 하는 비용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로지스팟이 플러스 드라이버에게 상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첫 번째 혜택은 ‘배차 우선권’이다. 최초 화주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일반 차주에게 노출되기 전에 플러스 드라이버에게 10분(기준값으로 변경 가능하다) 가량 ‘추천 오더’로 우선 노출 된다. 여기서 배차가 안 된다면 일반 기사들에게까지 주문이 공유되는 개념이다. 때문에 플러스 드라이버 차주는 괜찮은 주문을 상대적으로 적은 경쟁 상황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유일 CLO는 “플러스 드라이버는 로지스팟 차주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만든 것”이라며 “일반 차주들이 플러스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동기를 줄 수 있는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본다. 개인적인 바람은 현재 로지스팟 차주앱 등록 기사 1만6000명 전부를 플러스 드라이버화 하는 것”이라 밝혔다.
로지스팟이 플러스 드라이버 한정으로 제공하는 또 다른 혜택은 ‘빠른 정산’이다. 플러스 드라이버 차주는 기존 30~40일 이상까지 걸렸던 운임 정산을 화물 운송 후 하차기준 영업일 3일 이내 지급받게 된다. 플러스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화물운송업계의 여타 유사 서비스가 차주에게 선정산 서비스의 수수료를 별도로 징수 받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물론 로지스팟이 제휴한 카드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있는데, 이는 전액 로지스팟이 자체 비용으로 부담한다. 로지스팟은 이 기능을 ‘로지페이’라 명명했다.
유일 CLO는 “로지스팟은 서비스 품질이 높은 차주들이 우리 플랫폼에 갖는 충성도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주문만 많이 주는 것만 방법은 아니라고 봤다”며 “경제적으로 차주에게 도움 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공해야 충성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로지페이를 시작했다. 플러스 드라이버에게만 로지페이를 제공하는 이유도 충성도 있는 차주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③ 오더 공유 기능
로지스팟은 차주앱에 추가한 마지막 기능은 ‘오더 공유’다. 오더 공유는 차주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사들에게 로지스팟을 통해 받은 ‘주문’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혹자는 차주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물류 플랫폼이 굳이 ‘폐쇄형 주문 공유’ 기능을 만든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어떤 차주가 개인 사정으로 주문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등록된 다른 차주들에게 주문을 넘기면 되는 것 아닌가.
로지스팟이 오더 공유 기능을 만든 이유는 화주에게 ‘적절한 차주’를 매칭하기 위해서다. 플랫폼상에서 불특정 다수 차주에게 주문을 매칭하는 것보다 주문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차주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높은 서비스 품질을 만드는 방안이 된다고 판단했다.
실제 화물운송업계에는 비슷한 구간에서 유사한 차량을 움직이는 차주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통상 이들은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좋은 주문이 있다면 그들끼리 나눴다. 예컨대 ‘냉동탑차’, ‘추레라(트레일러)’ 차주 모임 같은 게 이미 존재하고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로지스팟의 오더 공유 기능은 기존 차주 사이에서 일반화돼있는 ‘공유망’을 로지스팟의 앱 안으로 끌어당긴 셈이다.
유일 CLO는 “화주의 물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많이 경험한 기사를 매칭해줄 필요가 있다”며 “로지스팟은 화주에게 책임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업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적절한 화물차주 네트워크가 있어야 된다. 오더 공유 기능도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모델 중 하나”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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