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관리 솔루션 기업이 ‘스마트팜’에 뛰어든 이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시스템으로 유명한 공급망관리(SCM) 통합 솔루션 회사 ‘진코퍼레이션’이 식물공장(Vertical Farm, 수직농장) 사업에 뛰어든다. 진코퍼레이션은 26일 ‘인공지능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오픈식을 개최하면서 식물공장 구축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진코퍼레이션은 서울 가산동 본사내에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마련했다. 진코퍼레이션은 이곳에서 기능성 식물의 최적 생육환경 데이터를 연구한다. 축적된 데이터로 시생산을 통해 결과를 검증한다. 궁극적으로 기능성 작물의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을 개발한다.

진코퍼레이션 스마트팜 테스트베드는 총 50여평 규모로 구축됐다. 3개의 재배실, 육묘실, 작업장, 견학실 등으로 구성됐다. 1재배실에서는 ‘케일’을, 2재배실에서는 ‘케일’과 ‘배초향’을, 마지막 3재배실에서는 ‘예비대상 작물’을 키운다. 1번, 2번 재배실은 40피트 컨테이너와 유사한 크기로 설계됐는데, 추후 컨테이너를 활용한 유닛화된 식물공장 시스템까지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테스트베드 공간은 외부와 차단된 밀폐 시설(3재배실의 경우 반밀폐)에서 재배에 위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한다. 식물이 재배되는 랙(Rack)에는 단별로 온도, 이산화탄소, 양액 농도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최적의 작물 재배 조건을 찾기 위함이다.

진코퍼레이션 1재배실 내부 모습. 일반적인 식물공장은 양액공급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돼 있지만, 진코퍼레이션의 테스트베드 공간은 6개의 독립된 랙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양액이 공급된다. 이 공간의 목적이 양산이 아닌 ‘시험 재배’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의 숙제 해결하려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식물공장의 동향과 전망, 김정호)의 정의에 따르면 식물공장이란 “농작물에 대하여 통제된 일정한 시설 내에서 빛,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및 배양액 등의 환경 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하여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연속 생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식물공장은 국내에선 1990년대부터 거론됐던 오랜 개념인데, 요즘 같은 시대엔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붙는 게 트렌드다. 멋있는 말로 ‘스마트팜’.

식물공장을 도입하면 좋은 점은 많다. 외부 환경 변화와 지역 풍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량을 예측하여 수확 가능하다. 특히 한국에선 ‘저출산’과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 받았다.

진코퍼레이션 역시 농촌 고령화 문제 문제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안전한 먹거리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팜’을 주목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일본 산신금속공업주식회사 및 M식수경재배연구소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통해 수경재배와 관련된 기술 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2018년 1월부터는 사내 스마트팜 부설연구소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열된 장점과 산학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식물공장 사례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이유는 ‘돈이 안 돼서’다. 기존 생산 방식에 비해 경제성이 안 나온다.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의 가짓수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부의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 식물공장 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진코퍼레이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이창희 진코퍼레이션 대표는 “50~60년 전부터 수경재배 기술을 보급한 일본 같은 경우도 약 40%는 실패하고 있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패의 이유는 농가의 수익성”이라며 “농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부가가치가 있는 작물 선정과 재배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정해진 스마트팜

진코퍼레이션은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수요’에서 경제성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 진코퍼레이션 스마트팜에 들어설 생산자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요처’는 처음부터 정해진 상태로 사업이 진행되는 이유다.

진코퍼레이션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두 가지 작물 중 하나인 ‘배초향’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코스맥스NBT의 식품 원료로 공급된다. 두 번째 작물인 항암 효과를 2.4배 향상시킨 ‘케일’은 축산 전문 식품회사 설성푸드가 운영하는 신선식품매장에 공급된다. 이 외에도 진코퍼레이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천연물연구소와 연구 개발을 통해 스마트팜 생산 작물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우 코스맥스NBT 상무는 “우리 고객사에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품뿐만 아니라 원료 확충이 중요하다”며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생산성에 영향을 받는 기존 방식과 달리 스마트팜을 통해 적정 가격의 원료 공급을 용이하게 하고 국제 수준에 부합한 첨단 소재 개발 또한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박상필 진코퍼레이션 스마트팜 부설연구소장은 “우리나라 현실적으로 식물공장에서 ‘쌈채소’를 생산하여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현재까지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원료로 채택되지 않으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만들 것

진코퍼레이션의 식물공장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진코퍼레이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충남대학교와 협력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GW바이오 원천기술개발사업 국가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의 최종 목표는 ‘최적생산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식물공장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여러 가지 환경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능과 성분을 조절하여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작물 생산 기간도 단축시키는 3세대 스마트팜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수경재배용 스티로폼 베드가 깔려있는  1세대형 재배 공간의 모습. 진코퍼레이션은 스티로폼 베드가 없는 2세대형 재배 공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박종석 충남대 원예학과 교수는 “버티컬팜은 장밋빛 미래와 함께 실질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모델로 많은 기업이 쓴 맛을 본 분야”라며 “규모와 자동화, 작물에 특화된 기능성을 부가하여 새로운 산업의 소재, 원천 식물의 공급 기술로 가미하지 않으면 레드오션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존 레드오션을 블루오션화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말했다.

이창희 진코퍼레이션 대표는 “이번 스마트팜 플랫폼 구축 사업이 성공하면 모든 재배 조건을 자동으로 컨트롤해 농장 운영을 자율화할 수 있다”며 “적은 인원으로 원격 다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지고, AI 기술 기반으로 작물 생육 주기에 맞춰 각 조건에 맞는 독립 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의 의미를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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