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체감 경기 역대 최악, IMF 직후보다 낮아
3분기 제조업체 체감경기 전망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악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보다 2p 하락한 55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기존 최저치였던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동일한 수치다. 1997년 12월 IMF 외환 위기 직후 조사 수치(2018년 1/2/3분기- 75/65/61)보다 낮다. 대한상의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코로나19가 제조업계 체감경기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국내 2차 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 수출과 내수 전망이 동반 하락했다. 3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직전 분기보다 1p 하락한 62, 내수부문은 3p 하락한 53을 기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요국들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코로나가 재확산 기미를 보이면서 수출길이 좀처럼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진정세를 보이던 국내에서도 n차 감염사례가 늘면서 2차 유행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의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미국·유럽 등 수출시장에서 고전 중인 ‘조선·부품(41)’과 ‘자동차·부품(45)’, 중국의 저가수출이 예상되는 ‘철강(45)’, 경기 영향이 큰 ‘기계(47)’ 부문이 50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체감경기 또한 전국 모든 지역이 기준치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 자동차, 철강 업체들이 밀집돼있는 부산(52)·울산(48)·경남(43), 대구(46)·경북(45), 인천(45) 지역의 전망치가 특히 낮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타업종, 지역 대비 양호한 지수를 기록한 곳도 있다. ‘의료정밀(88)’과 ‘제약(79)’ 부문은 K-방역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타업종 대비 BSI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제주(77)’는 여름휴가철 관광객 유입 기대감으로 전국 지역 중에서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제조업체 대응사항은?
제조업체의 과반수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과반수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응책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피해최소화에 집중하느라 대응여력이 없다(53.9%)’고 응답했다. 그 뒤를 ‘대응책 마련 중(37.4%)’, ‘이미 마련해 추진 중(8.7%)’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 사항을 마련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제조업체들은 ‘R&D 활동 강화 등 핵심기술 및 역량 개발 주력(66.2%)’, ‘글로벌밸류체인(GVC)’ 변화에 따른 부품·자재 조달 및 수출지역 다각화 검토(56.1%)‘, ’디지털 공정, 비대면·온라인 회의, 재택근무제 도입 등 생산·근무환경 변화(48%)‘, ’신사업·융복합 산업으로 업종전환 및 사업재편 고려(26.6%)‘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사업장을 갖고 있는 기업 중 유턴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7.8%에 그쳤다.
기업들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책과제 1순위로 ‘금융·세제 지원’을 꼽았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더 확대 및 강화해야 할 지원정책’을 묻는 질문에 ‘금융·세제 지원(52.4%)’, ‘내수·소비 활성화(46.8%)’, ‘고용유지·안정 지원(43.5)’, ‘투자 활성화(25.1%)’, ‘수출·해외마케팅 지원(14.4%)’ 등을 차례로 꼽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기업들은 자금압박, 고용유지, 미래수익원 부재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피해최소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들이 하루빨리 시행되고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 조치들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책주체들의 합심이 필요한 때”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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