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IT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까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에 n번방 방지법이라는 것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성착취 동영상의 온라인 유포를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n번방 방지법은 실효성도 없고 국내 업체만 규제하는 역차별적인 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비스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n번방 방지법으로 텔레그램은 규제받지 않는다. 결국 n번방 사건 방지못하는 n번방 방지법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국내 인터넷 업체들과 오픈넷 같은 시민단체는 이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를 표했다. 실효성은 없고 국내 업체들만 규제받는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이와 같은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인터넷 및 IT 산업은 한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20대 국회의원들은 IT업계의 목소리에 별로 귀기울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좀 달라질까?

21대에는 이런 목소리를 내줄 것으로 IT업계가 기대하는 의원이 몇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영찬 의원과 미래통합당의 이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 인터넷기업협회 운영위원장 출신이다. 이영 의원은 테르텐이라는 국내 중소 보안소프트웨어 기업의 창업자이자 대표 출신이다. IT산업의 문제를 몸소 겪어본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국회 내에서 IT업계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2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IT산업 新 모멘텀 창출을 위한 간담회’에 두 의원이 참석했다. IT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두 의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윤 의원은 국내 IT업체들이 글로벌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규제 문제는 징글징글하다”면서 “디지털 경제 흐름에 대해 이해하는 의원의 수가 적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는데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가 빨리 와야 한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우리 여건에 글로벌을 맞추려고 하는 건 실효성도 없고 역차별”이라며 “글로벌을 규제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 규제를 풀어서 글로벌 사업자와 같이 국내 사업자의 규제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다만 국내 IT기업이 사회적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했다.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IT기업이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글로벌 IT기업의 창업자들은 로봇세나 기본소득 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는 경우나 많은데 우리 기업들의 경우 거대한 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기업이 살기 위해 뭘 할지도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기술혁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논의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영 의원은 “국회에 와보니 정치는 대한민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모든 시각이 대한민국 안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n번방 방지법은 살인청부업자가 살인자 리스트를 MS 워드에 작성했다고, 한글과컴퓨터를 규제하는 법”이라며 “전문가들이 국회에 더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천문학적인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면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 다 있던 것이어서 울분을 참을 수 없다”면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키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유병준 서울대 교수와 임정욱 티비티 대표의 발제도 있었다.

유 교수는 “정부의 규제가 목적이나 취지는 좋은데 성과는 없고 국내 산업만 죽이는 효과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인터넷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제2, 제3의 삼성전자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 등장해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어느정도 크면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임정욱 대표는 “우리나라 디지털 기업들이 많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 비교하면 굉장히 작다”면서 “디지털 기업이 커지면 공룡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규제 하고 역차별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그런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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