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의 입장] WWDC 2020 후기 – 앞으로 변할 것들

윈도폰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아이폰의 위젯

위젯은 윈도우 XP 혹은 그 이전부터 쓰이던 개념이다. 맥에도 라이브 타일이 적용된 적이 있다. 모바일에서는 MS가 선보였던 윈도폰 7에서 라이브 타일 개념이 삽입됐다. GUI(우리가 아는 아이콘 위주의 화면)로 세상을 평정한 윈도우가 새롭게 선보이는 형태의 인터페이스였다.

각 타일은 정보를 담고 있어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필요한 간단한 정보를 숙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듈(카드 뷰) 형태의 플랫 디자인은 카드 뷰 형태의 플랫디자인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문제는 윈도폰의 시장 진입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윈도폰은 2010년에 등장했지만 이미 2007년에 등장한 아이폰이 세상을 평정한 상태였고 안드로이드 역시 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늦은 시장 진입이 문제인 이유는,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10년의 소비자들은 한창 스마트폰을 만지는 데 재미를 들인 상태였는데, 만지지 않아도 정보를 보여주는 OS였던 것이 소비자의 니즈와는 거리가 있었던 경향도 있다.

안드로이드의 위젯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좋은 기능을 갖고 있다. 많은 양의 정보를 앱 화면 전환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날씨, 검색창, 운동량 등을 표시하기에 알맞다.

iOS 14의 위젯이 두 OS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은 모습이다. 위젯 크기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안드로이드), 커진 위젯은 라이브 타일 형태로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위젯의 비율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역시 애플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율을 마음대로 정하게 하면 사용이 불편하고(윈도우 창처럼 마구 늘어뜨린 아이폰을 생각해보라, 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예쁘지 않다. 아이폰이 강제로 4열 혹은 5열의 아이콘 배열을 유지했던 것도 동일한 이유다.

애플은 위젯과 앱 라이브러리 도입 이유를 ‘앱이 너무 많아서’라고 발표했다. 홈 화면과 앱 서랍을 별도 운영하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아이폰은 앱을 수백개 깔면 수백번 스크롤해서 앱을 찾거나 검색으로 찾아야 한다. 이것을 ‘모아서 보여주자’는 의도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2010년과 다르게 하루종일 폰을 주무르지 않는다.

다음 차례는 안드로이드에서 라이브 타일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두 OS는 이미 상당히 닮아 있다.

 

가장 애플다운 오프라인 결제 아이디어, 앱 클립

앱 설치는 정말 큰 허들이다. 애플이 예로 든 킥보드 대여를 통해 생각해보자. 강남역에 내려서 Beam을 찾으면 Beam은 없고 킥고잉과 라임만 눈에 띌 때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이때 킥고잉이나 라임에 가입에 킥보드를 빌리느냐, Beam을 찾아다니느냐의 선택지가 생긴다. 앱 설치 후 가입에는 꽤 많은 시간이 들게 되므로 Beam을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각종 멤버십도 마찬가지다. 특정   상점에서 멤버십이 있으면 파격 할인을 해준다고 하지만 앱이 없는데 뒤에 줄을 선 사람이 많으면 멤버십 가입 후 할인을 받을 여력이 없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한 것이 앱 클립이다.

앱 클립은 물론 URL-앱 콜 방식으로 온라인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장점은 오프라인에서 발휘될 예정이다.

이유는 앱 클립 결제의 심리스함때문이다. 앱 클립은 설치 없이 구동되며, 가입이나 결제가 필요 없다. 이 과정을 정확하게 다시 따라가 보자. 설치 없이 구동될 정도로 앱 크기가 작으며(10MB 이하), 가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 가입 과정이 있고(애플 계정으로 로그인, Sign in with Apple), 페이스ID와 애플 페이 계정을 통해 복잡한 결제 과정 없이 결제된다. 또한 이 과정의 저변에 보안성이 보장되었으리라는 믿음도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소규모 상점들을 살릴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다. 소규모 상점들은 각자의 앱을 제작해도 되고, 시간이 지나면 이 소규모 상점을 묶는 앱 클립 전용 멤버십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애플 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에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선 사용하기 어렵다.

구글이나 삼성도 이 발표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특히 구글이라면 비슷한 기능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삼성 역시 훌륭한 결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상태이므로 비슷한 기능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삼성 페이에는 이미 멤버십 카드를 등록할 수 있고 많은 업체들이 등록한 상태이므로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삼성 페이의 기능이 더 빨리 정착될 수도 있다. 삼성이 작은 앱을 불러오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면 말이다.

OS 단계가 아니라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의 업체가 나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OS 단계에서 작은 앱 구동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이후의 (멤버십 등의 가입이 필요한)결제 경험은 대부분 앱 클립과 비슷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인텔 없는 PC 세상이 될 것인가

아이패드용으로 제작된 A12Z Bionic 칩셋으로 포토샵, 파이널컷을 구동할 수 있는 충격적인 시연을 보여준 애플은 2년 뒤 자체 칩셋으로 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년은 적응 기간으로 삼은 셈이다.

A시리즈 칩셋은 ARM 기반으로 제작된다. ARM 기반의 칩셋은 아직까지 컴퓨팅 파워 면에서 인텔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전력 소비에서는 두 업체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런데 애플이 이 작은 모바일 칩셋으로도 PC를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비결은 최적화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맥북 에어, 맥 미니, 조금 더 나아가면 맥북프로 13형까지는 ARM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외장 GPU가 들어가는 맥북 프로 16형부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WWDC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맥과 아이맥 프로, 맥 프로처럼 전통적인 데스크톱 PC 컴퓨팅 성능을 가진 제품들도 있다.

만약 일정 수준의 컴퓨팅 성능과 앱 최적화, OS 최적화를 이뤄낸다고 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RM 칩셋 위주의 라인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ARM 계열의 퀄컴 스냅드래곤 8cx의 GPU 업데이트 버전 SQ1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피스 프로 X를 출시한 바 있다. 기본 성능은 괜찮지만 앱 호환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양한 칩셋을 실험하고 있는 단계라고 하면, 애플은 단호하다. 앱 호환성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앱 저작 도구(X Code)를 내놓고, 기존 앱은 로제타 2를 통해 컨버팅 후 사용해도 성능에 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애플이 ARM 칩셋을 사용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도 문제없이 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의 차이는 키보드 등 폼팩터 여부만 남는 것인가. 반대로 아이패드 프로에서 맥 OS를 구동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져야 할 것이다.

인텔은 PC용 CPU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맥이 사용하는 물량이 큰 것은 사실이다. 맥은 매년 1700~1800만대씩 팔리는 제품이다. 이에 MS까지 가세한다면 인텔은 무엇을 만드는 업체가 돼야 하는 것일까. 혹은 윈텔 진영과 애플암 진영으로 나뉠 것인가. 이경우 맥북에 윈도우를 깔아서 사용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가상화를 사용하는 패러렐즈 등의 방법이 유일한 윈도우 탑재법이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