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래밍이 배우고 싶어 특성화고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이 이뤄졌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결혼이 성공’이라는 ‘기적의 논리’로는 삶이 행복할 것 같진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지금은 중견회사로 성장한 당시의 스타트업을 찾아 “인턴을 하겠다”고 면접을 봤다. 두 달 인턴십은 즐거웠지만, 평생을 회사에 다니는 건 “내 꿈이 아니”라고 느꼈다. 창업을 하자. 함께 인턴하던 서울대, 카이스트에 다니는 형, 누나들의 개발 실력이 자신과 비교해 ‘넘사벽’은 아니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하면,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성장이 빠를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했다. “배움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친구들을 설득했다. 희망을 나누던 친구들은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하나 같이 어두운 얼굴로 돌아왔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자퇴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뜻을 꺾지 못하겠다, 미안하다 했다. 분노는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 넣고 있는¹ 교육부로 향했다. 고등학교 2학년 개학날, 이미 자퇴한 학교 대신 교육부로 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다. 이 소식은 트위터와 포털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언론이 취재왔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모이더니 급기야 ‘대안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네이버가 후원하고 트위터가 협찬해 만들어 준 학교”라는 사람들의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IT 기술의 가능성이 얼마만큼 큰지, 그 단면을 엿본 것 같았다.

2012년 자퇴 후, ‘대안학교 설립’으로 화제가 됐던 IT 영재 최훈민 씨는 스무살에 ‘테이블매니저’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현재 운영중이다. 레스토랑 등을 상대로 예약관리솔루션을 공급하는데 네이버 스프링캠프, 카카오 케이큐브벤처스, 메가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누적 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예약’ 부분에서 네이버나 카카오와 경쟁하는 대신 협력하는 노선을 잡았다. 레스토랑에는 편리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이 솔루션을 포털이나 다른 기업의 예약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의 테이블매니저 사무실에서 최훈민 대표를 만났다. 10년에 걸친 최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그가 문제 인식과 대안 도출이 빨라보인다는 점이었다. 실패에서 원인을 찾아 과감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저 앳된 얼굴의 청년을, 주변에서 많이 아끼겠단 생각도 들었다.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

예약 솔루션은, 최 대표가 고등학교 시절 활동했던 창업 동아리 경험이 바탕이 됐다. 당시는 미래기술로 NFC(근거리 무선통신)나 RFID(전자태그) 등이 각광받던 때였다. RFID로 멤버십 관리를 하겠다는 그에게 레스토랑 사장님들은 장비도 비싸고 손님들도 적응 못하는 서비스를 누가 쓰겠느냐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면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1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기획해봤으나, 매년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는 안드로이드폰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최 대표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장에 딱 맞게 적용할 수 있는 UX가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최신의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는, 현장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최 대표는 생각했다. 그래서 배달 점주를 위한 ERP(자원관리 솔루션)를 개발했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주소며 배달 품목을 손으로 장부에 적지 않아도 되는 솔루션 이었다. 손님 데이터베이스(DB)가 쌓이기 때문에 단골 관리도 편할 거라고 점주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영세한 배달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했다. 어느 치킨 가게 사장님은 “치킨 한 마리 팔아서 얼마 남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커다란 프랜차이즈에서는 “솔루션 값은 더 비싸도 되니 리베이트를 해달라”는 요구도 해왔다. 현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솔루션 만으로는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겠다, 산업의 구조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은 두번째 실패에서 나왔다.

지금의 테이블매니저의 기반이 된 것은 “예약관리 솔루션”이다. 단골을 파악해 꽉 잡아두고, 노쇼를 방지하는 데 집중했다.  고객의 방문 기록이 모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지난 번 같은 자리로 잡아드릴까요?” 같은, 손님이 듣기에 달콤한 멘트가 가능해졌다.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는 DB가 쌓였고, 실제 방문 횟수를 체크해 악의적 노쇼 손님을 구분했다. 최 대표는 한동안 매주 레스토랑을 번갈아 돌아다니며 점주들이 자신들의 솔루션을 잘 쓰고 있는지 파악했다. 현장에서 활용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려운 점을 말해주면 우리가 고쳐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걸 확인한 점주들은 최 대표에게 “노쇼 손님을 단계별로 레벨링을 해달라”는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점주들의 의견은 테이블매니저 솔루션이 탄탄하게 크는데 바탕이 됐다.

최 대표는 현장에서 솔루션의 불편함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최 대표는 “소프트웨어가 불편하다고 해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대부분 없다”며 “이게 바뀐다고 생각하면 현장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제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테이블매니저 내에서도 CS 조직에 최우선 순위로 발언권을 준다.

현재까지 테이블매니저에는 약 310만건 이상의 예약 데이터가 쌓여있다. 유사한 서비스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라고 최 대표는 말한다. 테이블매니저는 이 데이터로 ‘수요예측’을 하는 AI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시도하고 있다. ‘일주일 후의 예약’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맞춰 식자재를 준비하고 남는 좌석을 타깃 이용자층에게 타임세일하는 등의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현재 테이블매니저의 예약 예측률은 평균 80%다.

테이블매니저는 앞으로도 B2B 영역을 확고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직접 경쟁하는 대신, 네이버가 못하는 것 –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게 솔루션화 하는 등-에 집중해 자신있는 부분을 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시간 방문자가 많은 네이버와, 예약 솔루션을 쉽게 쓰고 싶어하는 점주 사이에서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 테이블매니저가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봤다. 레스토랑을 넘어, 시간관리가 중요한 업종의 소상공인은 모두 테이블매니저의 타깃이다. 지금도 병원, 애견, 키즈카페 등의 업종이 테이블매니저의 솔루션을 쓰고 있다.

최 대표는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ERP를 쓰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그렇지 못해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소상공인도 과학화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돕는 것이 테이블매니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알림] 기사 상단의 1) 부분인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는”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교실이데아’의 한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2018년 기준,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총 558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