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고가 전국 800여개 ‘허브’를 도심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2일 발표했다. 바로고의 허브는 쉽게 말해 배달대행지사다. 그간 사무실 겸 라이더 휴식 공간으로 활용됐다. 바로고는 이 공간을 ‘도심 물류 거점+이륜차 즉시배달 연계 상품’으로 전환한다.

요컨대 배달의민족의 B마트 같은 즉시배달 서비스 구축 니즈가 있는 유통사업자가 있다면 바로고 허브에 공간을 터서 입점할 수 있다. 쉽게 구하기 힘든 도심 물류거점을 임대료, 보증금 없이 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닌데, 판매 상품가격의 일부는 바로고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공간은 실제 ‘물류센터’처럼 거창하게 크지 않으니 참고하자.

바로고의 첫 번째 제휴사는 24시간 시간 지정 즉시배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는 ‘나우픽’이다. 이 업체는 지난달 15일부터 바로고의 물류 자회사 바로고엔이 운영하는 강남 직영 허브 유휴 공간에 ‘물류 거점’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바로고 물류 거점엔 나우픽 직원이 파견된다.

바로고 허브에 들어선 나우픽 도심 공유 물류거점. 사진의 냉장고와 랙은 입점 파트너가 설치하는 것이다.(사진: 바로고)

바로고 강남 직영 허브는 하루 8000개의 주문이 발생하는 강남권역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공간이다. 총 144제곱미터(43.56)의 공간 중 약 1/3인 15평 공간을 나우픽이 사용한다. 나우픽이 ‘온라인 편의점’을 표방하는 만큼 HMR(Home Meal Replacement), 도시락,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냉장고도 이 공간에 함께 들어섰다.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보관할 수 있는 랙도 들어갔다.





바로고 허브에 입점한다면 즉시배달 물류망은 ‘바로고’의 것을 이용해야 한다. 나우픽의 경우 나우픽 자체 채널과 입점 채널(위메프오)에서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인근 바로고 라이더가 픽업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바로고 배달대행 시스템과 API 연동은 돼 있지만, 실제 운영 시스템은 나우픽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바로고측 설명이다.

바로고는 현시점 직영 허브 한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거점화 작업을 지점까지 포함하여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즉시배달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다양한 화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win-win이 중요하다. 바로고는 배달대행 거점을 물류 거점으로 바꿔서 무엇을 얻을까. 반대편의 입점 파트너는 바로고의 배달대행 거점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서 어떤 효용을 얻을까. 이 질문들에 대해 바로고 관계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바로고가 얻는 것

바로고는 상품 매출 건당 발생하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입점 파트너로부터 받는다. 그 외에 별도로 공간 임대료나 보관료를 받지는 않는다.

바로고는 허브의 물류 거점화를 통해 2만5000명 등록 라이더들의 주문이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라 본다. 이를 통해 배달기사의 수익도, 바로고의 수익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단순히 물량 증대뿐만 아니라 ‘픽업 물류 효율’ 증대 또한 가능하다. 한 공간에 여러 상품이 보관돼 여러 고객에게 동시 출고되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동시에 여러 주문을 거점에서 픽업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라이더들이 픽업지까지 이동하는 동선 또한 짧아질 수 있다.

라이더 복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허브는 라이더 휴식 거점으로 왕왕 활용됐다. 라이더 입장에서는 배달을 하는 중간 중간 식사를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허브에 들려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도심거점이 생기고 그 안에 ‘신선식품’ 카테고리가 들어선다면 라이더는 굳이 번거롭게 편의점이나 도시락 가게에 가서 상품을 사오지 않아도 된다. 거점에 있는 냉장고에서 상품을 꺼내 즉시 결제하여 먹을 수 있다. 나우픽의 경우 오프라인 판매를 하지 않지만, 바로고 라이더 대상으로 한정해서 오프라인 카드 결제를 받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향후 라이더를 위한 다양한 제휴할인 상품도 마련할 계획이다.

파트너가 얻는 것

유통 화주 입장에서 요즘 뜬다는 도심 30분 즉시배달망을 구축하고자 하더라도 ‘물류거점’을 얻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일단 임대료와 보증금이 부담될 것이고 강남 같은 지역의 경우 보증금뿐 아니라 ‘권리금’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 높은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바로고 허브를 활용할 수 있다.

도심 거점과 즉시 배달망이 포함돼있는 서비스도 강점이다. 바로고 허브에 입점한다면 라이더가 손쉽게 배달할 수 있는 이점으로 인해 라이더를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고, 입점 파트너의 고객 대상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론적으로 2~3km 거리라면 15~20분 내에 배달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다가오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즉시배달이 좀 더 활성화 된다면 즉시배달에 따르는 ‘최소 주문금액’도 점차 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우픽뿐만 아니라 ‘즉시배달망’이 필요한 누구든 바로고 허브 입점 파트너가 되길 희망한다. 그것이 HMR PB 상품을 강화하는 마켓컬리가 됐든, 뷰티제품을 보유한 올리브영이 됐든, 하다못해 배달의민족의 B마트가 됐든. 소규모로 유연하게 즉시배달에 적합한 상품을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바로고 허브는 유의미하다고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