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의 이천 직매입 물류센터가 용도 전환으로 유명무실해졌다지만, 그럼에도 ‘빠른 배송’을 만드는 방법은 있다. 11번가가 직접 물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알아서 ‘빠른 배송’을 만들고 있는 11번가 입점 셀러들의 물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11번가는 이들의 상품을 독립적으로 검색되도록 상품 노출에 특혜를 부여한다.

11번가가 오는 3일 기존 운영하던 ‘오늘 발송’을 독립적인 탭으로 오픈한다. 마치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당일 출고되는 ‘익일 배송’ 전용 코너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렇게 11번가 검색창에서 ‘오늘발송’ 필터를 거는 방법은 옛날부터 가능했다.

내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이렇게 약 472만개 상품 구색을 갖춘 오늘발송 전용탭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오늘 발송 탭에는 최근 일주일 간 당일 발송 이행 비율이 99% 이상인 상품 판매자만 입점 가능하다. 쿠팡 로켓배송과 차이점이 있다면 쿠팡은 상품을 매입해서 자사 물류망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배송하지만, 11번가는 3자 판매자가 알아서 소싱한 상품을 판매자의 물류망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배송한다.





11번가 입장에선 직접 물류관리를 함으로 생기는 다양한 비용과 위험을 헤징(Hedging)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빠른 배송을 알아서 제공하는 판매자들은 독립된 탭에서 노출이 가능하기에 상품 판매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11번가는 향후 오늘 발송탭 입점 판매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추가로 마련하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2일 기준 4만3000여개 판매자의 472만개 상품이 오늘 발송 탭 안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상품 구색 숫자로 본다면 쿠팡 로켓배송의 600만개 이상 SKU에도 크게 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1번가는 앞으로 계속해서 판매자와 상품을 오늘 발송 탭에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남의 물류망을 고도화하는 법

11번가의 오늘 발송은 아무래도 서로 다른 판매자의 물류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당일 출고를 위한 마감 시간이 상품마다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 11번가가 운영하던 ‘오늘 발송’ 필터는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문 마감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고객은 어떤 상품은 오전 10시까지 주문해야, 또 다른 상품은 오후 1시까지 주문해야, 또 어떤 상품은 오후 4시까지 주문해야 내일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11번가에서 아모레퍼시픽 상품을 검색해서 ‘오늘 발송’ 필터를 걸어봤다. 주문 마감시간이 함께 노출되는데 모든 업체가 제각각이다. 서로 다른 판매자의 물류망을 통해 발송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11번가는 이 부분을 감안해서 오늘발송 탭에는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문 마감하는 상품만을 입점 시킨다. 너무 이른 주문 마감 시간은 고객 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에 시행한 결정이라는 11번가측 설명이다. 기존 오늘 발송 필터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문 마감 시간 설정 기준을 이어나간다.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 물류 네트워크에 의존하기에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한계는 ‘익일배송’을 확정 보장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거다. 아무래도 물류센터에는 하루 생산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벤트 등으로 인해 물류가 터지면 오늘 발송할 상품이 내일로 밀리는 일도 왕왕 있다.

11번가는 고객에게 직관적인 ‘배송 예상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별, 판매자별 배송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주문 도착예정일과 정확도를 노출하는 AI배송캐스터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이 판매자의 상품을 내일 받을 확률은 84%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혹여 판매자의 물류센터에 어떤 사고가 터졌다면 발송 지연 공지와 사유도 함께 노출시킬 수 있다. 물론 통계라는 게 그렇듯 ‘안 맞을 수’ 있다는 한계야 있다지만,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품을 마냥 기다리는 소비자의 기다림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평가다. 11번가에 따르면 AI배송캐스터를 통해 주문 전 고객의 배송일 관련 문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11번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AI배송캐스터의 모습. 전체 11번가 등록 상품들 중 신규등록, 소량 판매 상품을 제외한 90% 이상에 AI배송캐스터가 적용돼 있다는 11번가측 설명이다. 11번가와 마찬가지로 셀러의 물류망에 의존하여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는 네이버도 비슷한 거 한다.

이 외에도 11번가는 택배 발송 이후의 정확한 트래킹 정보 제공에도 신경 쓰고 있다. 판매자가 조금 더 명확하게 상품 발송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가송장 등록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상품 검색부터 주문 배송까지 쇼핑의 전 과정에서 배송 관련한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또한 3자 판매자의 날뛰는 물류를 어느 정도 통제하기 위한 플랫폼의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발송’ 탭에도 적용되는 11번가의 핵심 경쟁력은 ‘개인화 추천’이다. 요즘 이거 미는 이커머스 플랫폼들 참 많은데, 쉽게 말해서 고객의 온라인 쇼핑 및 구매행태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가로 구매할 법한 연관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11번가 안정은 포털기획그룹장은 “11번가에서 상품을 주문한 고객은 11번가가 제공하는 믿을 수 있는 배송데이터를 통해 빠른 쇼핑 서비스를 누리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오늘 발송에 동참하는 판매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오늘 발송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추가 등 11번가 배송 품질이 높아질 수 있는 노력들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