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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NBP 박기은 CTO “온라인 개학이 보여준 클라우드의 힘”

최대 4만명의 동시 접속을 수용하던 IT시스템이 있다. 이를 1주일 안에 300만명을 수용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능할까?

한달을 맞은 온라인 개학은 이런 일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온라인 개학의 한 축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 NBP(Naver Business Platform)의 박기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온라인 개학의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어진 시간은 단 9

NBP는 거의 전국민이 이용하는 네이버의 인프라를 담당하는 회사다. 네이버에 비하면 이용자가 최대 300만명에 불과할 e학습터의 인프라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열흘도 안된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지난 3월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했다. 첫 개학은 4월 9일. 9일 동안 기존 e학습터의 인프라를 바꿔야 했다.

박 CTO는 “대규모 이용자로 인한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네이버의 방법론이 있지만, e학습터가 저희가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선택된 방법은 같은 시스템을 여러개 만드는 것이다. NBP 클라우드에 구축된 e학습터를 복제해서 여러개의 e학습터를 만들었다.

“네이버 방법론을 사용할 수 없어서 똑같은 걸 여러개 만들자, 그리고 지역별로 접속자를 구별하자, 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경기도용 세트, 서울용 세트 이런 식으로…”

4월 9일 1차 온라인 개학을 위해 7개의 e학습터 세트가 마련됐다. e학습터가 클라우드가 아닌 물리 서버에서 구동되던 서비스였다면 9일만에 용량을 7배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버를 주문해서 IDC에 들어오기까지 한달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로그인 장애

나름 준비를 했지만, 개학 이후 접속지연을 피하지 못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대답이 없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언론에서는 부족한 준비를 질타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문제의 원인은 로그인 서버였다. e학습터 세트는 7개로 늘렸지만, 로그인 서버는 1대뿐이었다. 아침 9시 모든 이용자가 동시에 로그인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앞에서 받아들이는 시스템은 여러 세트로 만들어 놨는데 로그인 서버는 하나뿐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로그인 서버가 다 못 받아줬어요”

e학습터뿐 아니었다. KERIS와 함께 공공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책임졌던 EBS의 ‘온라인클래스’도 버티지 못했다. 개학과 함께 서비스 장애 상태에 빠졌다.

e학습터와 함께 KERIS가 운영하는 위두랑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위두랑은 계속 접속불가였다.

“선생님들이 위두랑에 학생들을 그렇게 많이 데리고 올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죠. 1차 개학 이후 부랴부랴 위두랑도 5개 세트로 늘렸어요”

위두랑 역시 클라우드가 아니었다면 급속도로 용량을 늘리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기업의 공적인 역할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이토록 단기간에 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했다. 박 CTO에 따르면, e학습터를 온라인 개학 플랫폼으로 변경하기 위해 NBP에서 약 50여명의 기술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됐다. 30~40명은 밤샘 작업도 피하지 못했다.

사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가상 서버와 같은 인프라를 제공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이것만을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50여명의 온라인 개학에 투입됐다는 것은 NBP가 클라우드 공급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CTO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해야할 일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많이 했다”면서 “사기업이지만 코로나19라는 재앙 앞에서는 공적인 역할도 마다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EBS의 온라인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인 온라인클래스 운영사가 온라인 개학에 대처하기 버거워 하자 LG CNS 등 대기업이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일종의 자원봉사와 같은 일이었다.

증명된 클라우드의 가치

이제 온라인 개학은 점점 마무리 될 것이다. 정부는 5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초중고 학교의 교문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개월 남짓 운영될 온라인 개학은 많은 교훈을 줬다. 가장 큰 점은 클라우드의 중요성이다. EBS의 이솦이나 KERIS e학습터가 클라우드가 아니었다면 온라인 개학은 불가능했다. 물론 구글 클래스와 같은 사기업의 서비스가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사기업만 믿고 전국 수백만의 학생들의 교육정책을 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많은 공공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월 31일 정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이 발표되자 전국 각 학교 홈페이지와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정보를 찾는 학부모들이 갑작스럽게 몰렸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이 아니었던 홈페이지는 그 트래픽을 견디지 못했다.

NBP의 경우 온라인 개학에만 클라우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각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도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구동됐다. 원래 이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몰려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실시간으로 네이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넘겨주고, 일반 시민은 클라우드에 접속해 정보를 확인하도록 했다. 만약 클라우드가 아닌 심평원 서버에서 직접 정보를 제공했다면 접속 장애는 불가피했고, 시민들은 어느 약국에 얼마나 마스크가 남아있는지 확인하지 못해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박 CTO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클라우드를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커졌을 것을 본다”면서 “공공부문에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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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바이라인 네트워크에서 세미나 같은 강연을 해도
    돈 주고 갈 거 같아요.
    덕분에 여러 가지 관점에서 세상을 접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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