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과 토스가 손잡은 이유

최근 NH농협은행과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의 제휴 소식이 전해졌다. 표면상으론 경쟁사 간의 제휴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은행 앱에서 타은행의 계좌조회, 출금을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과 핀테크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체 이들은 왜 손을 잡은 것일까.

앞서 이번 제휴 소식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있다. 농협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토스에 ‘하이브리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이 의도한 것은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무언가를 결합’했다는 의미의 하이브리드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농협은행은 토스에 출금이체, 입금이체, 예금주 조회 등의 ‘펌뱅킹’, 모든 은행의 입출금, 잔액조회 등의 ‘오픈뱅킹’ 계약을 맺고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이체, 조회, 공과금, 외환 등의 140개 독자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까지 제공하면서 하이브리드 표현을 쓴 것이다. 토스는 거래종류나 여건에 따라 오픈뱅킹 공동망, 펌뱅킹, 은행 API 등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토스에 예치금 관리, 환전, 공과금조회 등 140개 독자 오픈 API를 제공한다. API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명령어 묶음으로, 오픈 API는 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을 말한다. 여기에 농협은행이 ‘독자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API이기 때문이다.

토스는 한 번에 여러 API를 활용할 수 있는 계약을 한 만큼, 건 별로 계약할 필요가 없다. 토스 개발자는 언제든 농협은행의 오픈 API를 가져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농협은행의 환율조회 API를 활용해 환율조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환전신청, 공과금 API 등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토스 측의 설명이다.

토스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 농협은행의 API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제휴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럼 농협은행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이번 제휴는 농협은행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물론 펌뱅킹에 비하면 수수료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농협은행의 API를 통한 수익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누적거래 금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해왔다. 지금까지 IT스타트업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번 제휴로 약 1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토스와 손을 잡은 만큼, 농협은행의 기대감도 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토스와 같이 대형 IT 핀테크 업체가 활용할 경우 거래량이 늘어나고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오픈뱅킹 정책, 마이데이터 산업의 도입으로 금융업계에서는 펌뱅킹 비율이 줄어들고, 오픈 API 플랫폼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농협은행의 이번 행보는 다가오는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비한 당연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한편 농협은행은 토스 외에도 간편결제 기업들과 자사 API 활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태영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 부장은 “토스 외에도 다양한 간편결제 기업들에게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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