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셀러가 ‘드랍쉬핑’을 만난다면

네이버 1호 풀필먼트 투자기업 ‘위킵’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물류로 시작한 이 업체는 ‘유통’으로 나아간다. 다가오는 5월 말, 드랍쉬핑 플랫폼 ‘셀웨이’의 공식 론칭 시점과 맞춰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셀웨이란 쉽게 말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연동된 B2B 도매몰’이다. 사전에 공급사가 위킵 물류센터에 재고로 입고시켜놓은 물량이 셀웨이 플랫폼에 구매 가능한 상품 정보로 연동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셀웨이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선택한다. 판매 상품별로 구매가(도매가)가 노출되는데, 판매자는 여기에 웃돈을 올려서 소매 판매가를 결정한다.

예컨대 2000원짜리 비누받침이 셀웨이 플랫폼에 올라왔다면, 이걸 2100원에 팔지, 2200원에 팔지, 3000원에 팔지 결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자유다. 그렇게 가격을 결정한 상품은 셀웨이 플랫폼에서 추가(Add) 버튼만 누르면 해당 판매자가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연동돼 일반 소비자에게 노출된다.

셀웨이는 그냥 유통이 아닌 ‘드랍쉬핑(Drop Shipping)’ 플랫폼을 표방한다. 제조사에서 도매상, 도매상에서 소매상, 소매상에서 소비자까지 몇 단계를 거치는 물류가 아닌 공급 플랫폼인 위킵이 바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해주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셀웨이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공급한 상품이 팔리면 그 정보는 곧바로 위킵에게 전달된다. 위킵은 해당 주문을 기반으로 소비자까지의 물류를 처리한다. 소비자 구매 이후 반품 응대 또한 위킵의 몫이다. 그러니까 판매자는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지도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셀웨이로 인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는 다수의 무자본 무재고 신규 판매자가 등장할 전망이다. 네이버쇼핑은 이에 따라 상품 구색(Selection)을 늘릴 수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늘어난 신규 판매자들은 네이버가 그간 통제하지 못했던 ‘배송 속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 이들이다. 물류를 처리하는 것은 개인 판매자가 아닌 물류업체 위킵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식 풀필먼트의 단면이다.

장보영 위킵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셀웨이를 연동하는 작업을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아마 우리뿐만 아니라 권역별, 제품별로 여러 풀필먼트 업체가 묶이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네이버는 셀웨이 플랫폼 연동을 통해 신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상품을 유입시킬 수 있고, 판매 매출 또한 늘릴 수 있다. 요즘 투잡으로 셀러 일을 시작하는 분들도 참 많은데 그런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네이버로 유입될 것”이라며 이번 서비스 연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물류가 유통에 뛰어든 사연

위킵은 왜 ‘유통’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일까. 네이버 때문은 아니다. 셀웨이의 모태는 위킵이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기 전인 2018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셀웨이는 드랍쉬핑이 아닌 ‘판매대행’ 서비스라 불렸다. 당시 위킵을 이용하는 고객사가 300개 정도 됐는데, 이들이 잘 팔지 못하고 남게 된 사장 재고를 위킵이 7~10%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팔아줬기 때문이다.

당시 위킵 고객사 중에는 10인 이하 중소 판매자들과 다른 일을 병행하는 투잡 판매자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판매 경험이 짧은 초보 판매자들이다보니 이들에게 생긴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물류가 아닌 ‘판매’였다.

생각해 보자. 판매자들이 백날 좋은 제품을 소싱하더라도 잘 팔지 못하면 재고로 남을 뿐이다. 그리고 재고는 비용이다. 가만히 있어도 보관비가 나온다. 소비자까지 상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물류는 활약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몇몇 판매자들이 위킵에 판매대행 의뢰를 맡기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의뢰를 맡다보니 물류기업인 위킵이 판매자들보다 더 상품을 잘 파는 이상한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킵은 그렇게 확보한 역량을 내재화했다. 물류기업인 위킵에 유통회사에 보이는 MD(머천다이저)라고 불리는 직군이 생긴 이유다. 이들이 위킵 물류 서비스와 연동된 30여개 국내외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맡아 한다. 셀웨이 플랫폼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현시점에 이들은 3자 공급자로부터 받은 상품을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관해두고 온라인 마켓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위킵은 이들을 ‘셀디’라 부른다.

장 대표는 “사장 재고에 가치를 만들고자 판매대행 서비스를 처음 시작 한 것”이라며 “위킵을 이용하는 화주사들의 재고를 물류회사인 우리가 같이 팔았고, 요즘에는 물류 창고에서 이벤트로 빠르게 내보낼 수 있는 재고를 찾는 게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의미

셀웨이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종전 위킵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사의 재고를 위킵이 대신 팔아줬던 것이 ‘판매대행 서비스’의 형태였다면, 셀웨이는 상품 공급처를 찾는 3자 공급사와 좋은 상품을 찾고자 하는 3자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현시점 셀웨이 플랫폼에서 상품을 팔고 있는 사업자는 ‘위킵’ 하나지만, 이것이 5월 말 셀웨이 공식 론칭과 맞물려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한정으로 3자 판매자 모집이 시작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양면 시장’을 만족시켜야 된다. 셀웨이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되는 ‘공급사’, 소비자가 되는 ‘판매자’를 함께 만족시켜야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위킵이 제조, 유통 등 공급사에 줄 수 있는 가치란 ‘판로’다. 장 대표는 “오프라인에 한계를 느끼고 온라인몰에 입점, 판매하고자 하는 공급사가 많다”며 “이 중 온라인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공급사가 있다면 셀웨이 플랫폼에 입점만 하면 그 뒤의 판매는 3자 판매자에게 맡기고 수익금만 정산 받을 수 있다. 그게 공급사 입장에서 가장 큰 강점”이라 설명했다.

그렇게 현재까지 셀웨이 플랫폼에 합류한 공급사는 약 100여개. 그 중 60%는 기존 위킵의 판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사였고, 40% 정도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외부에서 유입된 신규 고객사다. 위킵은 공급자의 숫자 또한 셀웨이 공식 론칭 시점과 맞춰서 빠르게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셀웨이가 판매자에게 주는 가치는 비교적 명확하다. 셀웨이를 이용한다면 기본적으로 상품을 소싱하고 사입하는 과정의 노력과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쉽게 ‘무재고, 무자본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것, 여기에 더해 ‘귀찮은 물류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판매자에게 셀웨이가 줄 수 있는 가치다.

장 대표는 “초보 판매자가 다양한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서 제조사나 유통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어찌어찌 공급사를 찾더라도 사입을 해서 상품을 떼어 온다면 재고 위험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반면 셀웨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누구나 가볍게 무자본 창업을 할 수 있다. 판매가 되고 나서야 포인트가 차감되는 구조라 재고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외에도 초보 판매자들이 더 편하게 판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셀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기획, 오픈할 계획”이라며 “이 공간에서 판매자를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 무료 촬영 스튜디오, 무료 상품상세 제작 등을 지원할 것”이라 설명했다.

크로스보더 드랍쉬핑 목표로

위킵에게 네이버는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위킵은 5월 말 셀웨이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연동을 시작으로 같은 개념의 연동 작업을 여러 국내외 마켓플레이스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카페24로 자사몰을 구축한 판매자가 셀웨이를 통해 상품을 소싱하고 물류까지 연계해서 처리하는 그림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고, 위킵 또한 바라는 바다.

궁극적으로 위킵이 가고 싶은 길은 ‘크로스보더 드랍쉬핑’이다. 쇼피파이가 2017년 인수한 드랍쉬핑 플랫폼 오벨로(Oberlo)가 알리익스프레스의 상품을 한국에 흩뿌렸던 것처럼. 위킵 또한 중국 현지에서 상품을 소싱해서 한국 판매자들과 연결하는 그림을 만들고자 한다. 반대편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셀웨이를 통해 공급받은 상품을 ‘글로벌 마켓’까지 판매하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당장 위킵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마켓플레이스 ‘쇼피(Shopee)’와 연동 계획이 잡혀있다. 이미 위킵은 지난 4월부터 아마존(미국, 일본), 이베이, 타오바오, 쇼피 등 총 5개 해외 마켓플레이스와 연동해서 주문 정보를 수집하여 특송사와 협업해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장은 국내만 우선적으로 셀웨이 플랫폼 사업을 하지만 향후 다양한 해외 마켓플레이스까지 판매와 물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위킵의 바람이다.

셀웨이가 판매대행 시절 공개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로우. 이미 위킵은 해외 마켓까지 상품을 판매하고 물류를 연계한 경험이 있다.(자료: 위킵)

위킵의 계획은 창대하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드랍쉬핑이 아니다. 그래서 셀웨이란 것을 쓰면 돈을 벌 수 있냐다. 아직 셀웨이 플랫폼이 3P 판매자에게 공개되지 않아서 확언할 수 없지만, 위킵측 설명으로는 그래도 5~10% 이상의 마진은 남길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오픈하는 셀웨이 플랫폼에 가입해서 네이버 판매자가 되려고 한다. 겸사 코리아센터의 ‘쉽투비’로 당겨온 타오바오 상품도 같이 팔아보고 비교해보려고 한다. 본격 드랍쉬핑 배틀 시작이다.

한편, 유통으로 영역을 확장했다고 하지만 위킵은 여전히 물류회사다. 현시점 위킵은 500여개 고객사를 두고 하루 약 1만1000개, 월 기준 25~30만개의 물량을 출고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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