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국내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4개 단체가 12일 “인터넷 규제 입법 20대 국회 임기 말 졸속처리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7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상임위를 통과시킨 세 가지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아직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도 되지 않은 사안을 왜 이리 급하게 처리 하려 하느냐, 21대 국회로 법안을 넘겨 토론할 시간을 확보하자”입니다. 곧 열릴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우선은 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입니다.

과방위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70개가 넘습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화들짝 놀란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 세 가지입니다.

이 법들이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인터넷 기업들이 반대할까요? 각각의 법안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또 인터넷 기업들이 이 법을 왜 반대하는지를 짚어 봤습니다.

체감규제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인터넷 기업 협단체들이 과방위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네이버처럼, 데이터센터를 가진 부가통신사업자가 가장 화들짝 놀란 법안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입니다.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포함하고,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내용에 데이터센터의 보호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여 방송통신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통신시설 등급지정 및 관리상태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주요통신사업자에게 설비에 관한 보고를 하게 하거나 설비 상황, 설비 관련 장부 또는 서류 등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함(안 제43조제1항제3호 신설).”

2018년 벌어졌던 KT 아현지사의 광케이블 화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인근 지역의 인터넷이 이틀간 먹통이 됐었죠. 이 사건으로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 신설됐습니다. 통신시설에 대한 통신사의 관리의무를 강화한다는 목적이었죠. 재난상황에서, 국민들이 통신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요. 가입자 수 10만명 이상, 회선 수 50만 이상인 사업자가 해당 규제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를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포함시키고 같은 의무를 지우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지요. 방송통신재난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데이터가 소실되면 기업과 소비자에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입니다.

얼핏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데이터센터의 설비 상황이나 설비 관련 장부를 검사할 수 있게 한 조항 때문이죠.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을 정부가 언제나 열어볼 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아무 때나 까볼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과방위 논의에서도 나온 문제제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데이터 산업이 클라우드 등등 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데 이부부에 이렇게 규제를 과도하게 하게 되면 국내에서 이탈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습니다.

중복 규제라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역시 과방위에서 관련해 언급이 있었죠. 더불어민주당 손금주 의원은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 이미 기존에 정통망법 46조 시행령에서 재난에 대한 대비한 보호조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일반법인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에서 재난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규정하게 되면 중복 규제의 우려가 있지 않느냐 이런 문제제기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법 규제에 적용시키는 것은, 원래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합니다.  인터넷기업협회 등 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심사안건에 오르지 않았던 부가통신사업자도 대상에 넣는 법안이 사전 협의 없이 심의과정에서 삽입되었고, 그 결과 데이터센터 운영사업자 등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 통과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 정부는 늘상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하지만 이런 계획과 말들과 눈앞의 신생규제들은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두번째는, 모두가 분노한 ‘n번방’ 사건 때문에 시기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국민적으로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법안입니다. 그만큼, 인터넷 기업들도 쉽게 반대할 수 없지요.

성명서에서 “법 개정안이 ‘n번방’ 사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면 약간의 산업적 위축이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전제를 깐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명서는 해당 법안이 “실제 n번방 사건의 통로가 된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지행력은 전혀 진보된 바 없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만 배가시키고 있으며, 실제 다크웹의 패킷 전달 통로인 통신사의 책무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는 등 문제의 본질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불법촬영물은 국내 플랫폼이 아닌 해외 플랫폼, 서버를 통해 유통되는데 지금 개정안은 이들 해외 서비스를 단속하지는 못하면서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일단, 이 개정안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불법촬영물의 유통으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신속한 삭제와 접속 차단이 우선되어야 하므로 이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촬영물등에 대한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의무와 투명성 보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하도록 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해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해외사업자라는 이유로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불법촬영물 등을 포함한 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관한 의무를 보다 명확히 부과 하기 위해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하고자 한다는 것인데요.

훌륭한 취지입니다만, 문제는 개정안의 실효성 여부입니다. 7일 이뤄진 과방위 회의를 살펴보시겠어요?

이상민 의원: 디지털 성음란물, 범죄물 등이 대체로 해외에 있는 서버를 통해서 유통되는 것이 통상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국내 사업자들과 역차별이다 이렇게 문제 제기하는 부분은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한상혁 방통위원장: 법규정 문제가 아니고 실제로 현장에서의 집행가능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조사와 점검을 철저히 해서 즉시 삭제를 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노력들을 계속 기울여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상민 의원: 아니, 노력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답변하시겠느냐는 질문입니다.

한상혁 위원장: 그러니까 역외 규정을 둔다고 하더라도 선언적 의미의 의무규정일 수밖에 없고요.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집행이 될지 여부는 행정적인 집행력이 미치느냐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이 법을 인터넷 기업들이 ‘포퓰리즘 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이 대화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 법안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장의 사회문제를 플랫폼 규제라는 보다 쉬운 틀을 통해 해결하려는 우를 범한다는 것이죠.

박성호 인기협 총장은 “사회문제 해결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저부와 국회가 오히려 플랫폼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은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며, 오히려 민간인 사찰의 한 방법으로 변질되어 원하지 않는 빅브라더 시대와 통제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스타트업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법입니다. 일명 ‘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죠. 그 취지는, 트래픽이 많은 외국계 부가통신사업자(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곳들이요)들에게 망 사용료를 물리자는 내용입니다. 법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되었습니다.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안 제22조의7)”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대리하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함(안 제22조의8).”

법이 개정되면, 기업들은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 계획을 짜고 예산을 집행하겠죠.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그런 부분이 모호합니다. ‘서비스 안정수단’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규제를 받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정할 트래픽 수나 이용자 수 등이 어느정도를 말하는지를 전부 추후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의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부분도 기업들이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트래픽 관리라든지 망 인프라 관리 등을 CP가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해외 사업자들로 하여금 망 사용료를 내게 해서 역차별을 없앤다는 목적이,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더 많은 망 비용을 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죠.

과방위에서 박성중 의원은 “서비스 안정 수단은 망 관리가 하는 본연의 업무인데 이렇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라고 하면 부가통신사업자가 마치 이것으 ㄹ하는 형태가 되는, 오해를 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과기부 차관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업계는 정부가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망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 CP들에게는 높은 비용을 부과하고, 해외 CP들에게는 차별적 혜태긍ㄹ 제공하는 통신사들의 문제점을 파악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네트워크 비용, 망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했고, 상세한 계약 내용도 모른다”라며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호소해왔는데 이와 관련한 법안은 통과가 안 되고 망 비용 차별 해소가 아니라 강화하는 법안만 통과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