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깊어가는 고민, 벨벳은 과연 얼마일까

LG전자의 새로운 폰 벨벳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됐다. 벨벳의 제원은 우선 유출된 것과 거의 유사하다.

우선 많은 관심을 받은 두 부분은 전면과 후면이다. 전면의 경우 물방울 노치를 적용한 6.8인치 OLED를 사용한다. 좌우 너비는 74.1mm도 다른 폰에 비해 얇은 편이다. 화면비는 20.5:9다.

극찬을 받은 후면 카메라는 4800만 메인, 800만 초광각, 500만 심도 카메라가 탑재됐다. 망원 카메라가 빠진 것이 특징이다. 물방울 카메라 최하단에는 플래시가 적용돼 있다. 최근 폰들치고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구성이다. 해외에서는 6400만 혹은 1억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중가 폰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관 자체는 훌륭하지만 몇 제품에 오로라 컬러를 넣으며 저렴해 보이는 효과까지 얻기는 했다. 엣지 디자인(LG 3D 아크 디자인)을 처음 시도하며 후면 카메라 외에도 LG폰에서 볼 수 없던 사용자 친화적이고 파손 및 수리비 비친화적인 제품으로 거듭났다.

이외 LG폰다운 사운드 기능들이 있다. AI를 통해 상황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들려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영상 내에서 소음이 시끄러운 상태에서 등장인물이 대사를 한다면 그 대사를 더욱 크게 들려주는 기능이다. 비슷한 기능을 동영상 촬영에도 넣었다. 사운드 보케로 부르던 기술을 ‘보이스 아웃포커스’로 재단장해 내놓았다. 예를 들어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서 바람 소리를 제거하고 피사체인 인물의 목소리를 키우는 식이다. 반대의 기능인 ASMR 레코딩 기능도 들어가 있다. ASMR 영상을 찍을 때 특정 소리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CPU는 공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사용한다. 5G 모뎀이 칩셋에 통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적절한 구성이나 컬러 등에 대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벨벳의 가격은 80만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벨벳 공개 후 LG전자가 행복한 반응을 얻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 애플이 아이폰 SE를 55만원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이후 갤럭시 A31을 40만원 미만의 가격에, A51을 50만원대에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A시리즈를 저가에 내놓는 건 매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애플이 너무 큰 수를 던져버렸다. 무려 최고사양 프로세서를 다른 폰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아버린 것이다.

LG는 OLED까지 사용해가며 그럴듯한 폰을 내놓았지만 비슷한 사양에서 LG폰이 저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선 사용하기 어려운 폰이지만 중국제 폰들이 스냅드래곤 765를 탑재하고 가격을 낮춘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을 생각해보자. 누비아 Play 5G는 스냅드래곤 765G, 48MP + 12MP + 2MP + 2MP에 AMOLED를 탑재한 6.65인치 폰을 약 42만원에, ZTE 액손 11 5G는 AMOLED/스냅드래곤 765G, 64MP + 8MP + 2MP + 2MP 폰을 약 49만원에 내놓은 바 있다. 즉, 벨벳의 가격이 80만원대로 책정된다면 글로벌에서 가격적 매력은 없다. 또한 국내에서도 가격적 매력이 크지 않다. 스냅드래곤 765에 비해 렌더링 속도를 더 확보한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한 것도 매력이다. 이외 다양한 스냅드래곤 765 폰이 있지만 대부분 80만원대보다는 저렴하다. 어쩌면 아이폰 SE 등장으로 인해서 현재 가장 매력적인 중가 폰의 가격은 50만원대가 돼버린 것이 아닐까.

누비아 플레이 5G
ZTE 액손 11 5G

애플은 아이폰의 유산을 계승하며 디자인과 부품 호환 등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고, 그 가격을 콘텐츠 구독 서비스로 회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플래그십을 만들고 그 플래그십의 디자인을 A나 M 시리즈에 사용한다. 그러나 LG에게는 그런 유산이 없다.

아이폰 SE

LG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벨벳의 매력은 수준 높은 디자인 외에도 하드웨어를 조정한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듀얼스크린과 펜 등의 액세서리 구매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고급 기능들을 중국 제조사들이 탑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가격은 구매에 여전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LG 벨벳은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첫 시도로, 이번 제품이 성공해야 다음 제품에서 이 디자인 요소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의 가격이 높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LG에게는 악재인 셈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LG의 잘못이 아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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