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향 이커머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엄 기자님, 5월 행사에는 회사의 다른 일정이 겹쳐서 참가가 어려울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는데 2월에 발표하려고 했던 내용을 뽑아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글로 풀어 보면 어떨까요?(박상신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 부사장)”

5월 13일 개최되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0 포스터. 박상신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 부사장 외에도 정창한 신상마켓 CSO, 강성주 프레시솔루션 대표(마켓컬리 오퍼레이션리더)가 개인 사정으로 연기된 행사에 참가를 못하게 됐다. 그 빈자리에는 곽형석 카페24 4IR TF팀장, 장보영 위킵 대표, 김영석 로지스올 전략개발팀장이 새롭게 연사로 합류했다.

지난 2월 27일 개최 예정이었던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0> 컨퍼런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연기됐다. 박 부사장은 이 날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발 동아시아 거대 단일 시장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발표 자료도 다 만들었지만 다른 여러 일정이 겹쳐서 5월 13일 재개최하는 행사에는 연사로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링크] 5월 13일 행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따로 정리했다. 그가 아쉽게 전하지 못한 많은 말들을 글을 통해서라도 느껴보자.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그의 주장을 요약해보자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헤게모니가 재편되며, 그 와중 한국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일본’ 시장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래부터는 박 부사장의 이야기다.

거대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2013년 비석세스가 주최한 ‘비론치(beLAUNCH)’ 행사에 쿠팡 김범석 대표가 연사로 나온 적이 있어요. 그 때 김범석 대표는 “우리는 해외 나갈 생각 없다. 한국만 해도 충분히 큰 시장”이라 자신 있게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 저는 그 말을 ‘쿠팡이 해외 사업을 할 역량이 없으니 한국에만 집중하는 것’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근데 지금 보니 진짜 한국 시장만 해도 너무 큰 겁니다. 만약 김범석 대표가 나름의 전략적 판단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한국 시장에만 집중한 것이라면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해 봐요.

2019년 기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규모. 한국이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3위(영국), 4위(일본) 국가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 eMarketer)

제가 이번에 준비한 발표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도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엄청 크다는 거예요. eMarketer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 5위 수준입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데, 저는 3년 내에 한국이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위 규모의 이커머스 시장을 형성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일본의 절반이라고 봤어요. 근데 우리 연간 성장률은 20%대(cf. 2020년 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4.5% 성장, 통계청)인데, 일본은 3~5%를 오가는 성장률을 보였죠. 이런 추세가 지속됐고, 저는 앞으로 한국의 이커머스는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 봐요.

한국의 이커머스 성장이 빠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택배요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리점 코드를 보유한 B2C 택배나, 편의점 등지에서 보내는 C2C 택배 단가 차이가 1000원에 불과해요. 만약 한국에서 소상공인은 택배비를 4500원 내고, 큰 사업자는 1600원씩 내고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소상공인들이 이커머스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덩달아 형성된 2500원 이하로 낮거나 아예 없는 택배비 덕분에 한국 사람들은 1000원짜리도 이커머스로 구매하는 행태를 보여요. 이런 행태를 쿠팡이 상당 부분 주도해서 만들었죠.

반면, 일본은 택배비가 6000원 상당으로 비싸요. 이커머스 판매 원가에서 택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일본의 오프라인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고 봐요.

한중일 단일 시장의 탄생, GDC의 가능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 규모 상위 5개 중 1위(중국), 4위(일본), 5위(한국) 국가가 서로 연결된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 세 나라 사이의 직선거리는 바다가 사이를 막고 있어서 그렇지 수백 km도 안 돼요. 예컨대 한국 부산항에서 일본 후쿠오카 항만까지 쾌속선으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인천항에서 중국 산둥성 항만까지는 쾌속선은 없다지만 페리를 이용하면 13시간 안에 심야(Over Night) 이동이 가능해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한중일 삼국을 합친다면 이커머스 규모는 EU(유럽연합), 심지어 미국을 넘어서는 숫자가 만들어져요. 전 세계 절반이 넘는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동아시아 삼국이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커머스 업계에선 앞으로 ‘동아시아 시장’이 핵심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봤을 때 한중일 세 개 국가만 장악해도 이게 몇 %입니까.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 와중 삼국의 중심을 ‘한국’이 잡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마치 과거 고려시대, 개경 벽란도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중개무역으로 쏠쏠한 수익을 냈던 것 처럼요. 저는 현대의 벽란도의 역할을 ‘인천항’과 ‘부산항’이 할 것이라 봐요. 특히나 인천은 세계적인 규모의 공항과 항만 두 개가 붙어있는 도시예요. 인천에 설치된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를 통해 한국에 또 한 번 동아시아 시장을 장악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GDC는 관세청이 한국을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 허브’로 조성하고자 우정사업본부, 인천공항 및 항만공사, 국내물류기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중점 사업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아이허브 등 해외기업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의 제품을 인천 GDC에 선반입하여 재고로 보관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의 개인주문에 맞춰서 제품을 배송하는 일종의 ‘전자상거래용 보세창고’다.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여 물류 리드타임과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자료 : 관세청)

실제 아이허브가 이미 GDC를 잘 쓰고 있는 기업이예요. GDC에 아이허브 화물을 재고로 보내서 동남아시아와 일본까지 물량을 뿌리고 있으니까요. 아이허브가 미국에서 일본까지 직접 보내면 5~7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방법을 쓰니 일본까지 이틀내 배송이 되는 겁니다. GDC는 일종의 보세창고로 B2C 전자상거래 통관과 관련된 관세, 부가세 면제 또한 받을 수 있죠.

아쉬운 점은 아이허브와 아이허브의 물량을 GDC에서 처리 대행해주는 CJ대한통운 말고는 GDC가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물량이 없어서라고 생각해요. 저는 서구 유럽과 미국의 여러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더 많은 업체가 들어온다면, 한국이 중국을 들이받을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 아이허브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큰 회사고, 그렇기에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죠.

우체국 아닌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의 공백

우려되는 점은 중국도 한국의 GDC와 동일한 것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당연히 인건비 측면에서는 중국이 조금 더 싸고, 그 보다 더 큰 약점이 있으니 한국에는 국제적인 전자상거래 물류망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글로벌 각국 소비자까지 전자상거래로 연결할 수 있는 국제물류(포워딩), 통관, 현지 화물운송이 결합된 물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한국에는 그것이 부족해요.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허브가 CJ대한통운 GDC를 통해 아시아 각국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물량은 CJ대한통운이 가지고 있는 물류망이 아닌 아이허브가 가진 물류망을 활용해서 보내집니다. CJ대한통운은 그냥 피킹, 포장, 출고와 같은 창고 안에서의 지원 업무만 할 뿐입니다. 만약 CJ대한통운이 관련 물류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아이허브 말고 다른 기업까지 서비스가 확산 됐겠죠. 아이허브의 물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아이허브 물량밖에 못 싣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코로나19 이후 한국 우체국 EMS가 멈춰버리니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가 함께 멈춘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EMS와 K-packet이 막혀 버리니 판매자들은 전용 화물기를 가지고 있는 특송업체 말고는 물류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져 버린 겁니다. 근데 특송 가격은 어마어마하죠.

저는 사실 5년 전부터 한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우편 의존율’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왜냐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코로나19 이후 한진 같은 업체들은 건당 500원 정도의 가격을 올리더라도 어떻게든 화물을 보내주지만, 우체국은 그냥 멈춰버렸습니다. 사설기업은 비싼 화물기라도 수배해서 어떻게든 물류를 처리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모습인데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때문에 1만명이 넘는 글로벌 셀러들이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우체국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역량 있는 B2C 특송 사업자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주목하라!

결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물류비 싸움이에요.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물류비로 가격이 확 뛰어 버린다면 쉽게 현지 고객에게 팔 수 없어요. 그래서 아마존이 FBA(Fulfillment By Amazon) 창고에 미리 갖다놓으라는 논리가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FBA는 소상공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에요. 휴대폰 케이스를 500개 만들고, 미국 물류센터까지 보냈는데 안 팔렸다고 생각해봐요. 이미 물류비도 냈고, 관세도 냈는데, 재고 관리비용까지 치솟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현시점 한국 사업자들이 공략할 수 있는 1순위 국가가 ‘일본’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한국 제품은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후진국 시장은 끝났습니다. 특히나 중국 상품 브랜드 파워가 많이 올라왔어요. 품질이나 가격 측면에서 중국 제품이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국가 소비자가 보기에는 그렇게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전 동남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진출에 회의적이에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한국 입장에서 B2C 글로벌 전자상거래로 들어갈 수 없는 시장이라 봅니다. 이미 중국에 잠식된 시장이고, 중국발 배송시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비 또한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선택하는 것도 회의적입니다. 중국 시장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접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같은 경우 현지 에이전트를 끼든, 중국법인을 통해서 판매하는 형태가 많은 것이지 직접 판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 진출 방법론 B2B2C

저는 한국 판매자들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B2B2C를 제안합니다. 일본에서 수입할 때는 B2B로 통관을 하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로컬에서 상품을 흩뿌리는 방법이에요. B2C로 보내나, B2B로 보내나 세금 측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금액이 나가고요. 물류 상식적으로 B2B가 B2C보다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 맞죠.

특히나 우리가 일본에 많이 판매하는 제품들이 ‘화장품’ 아니면 ‘의류’인데, 그 중 의류의 경우에는 B2B2C 방법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일본의 통관 정책 때문입니다. 일본의 의류는 B2C 전자상거래 통관과 관계없이 무조건 과세되는 품목이 70~80%나 됩니다. 8000원짜리 옷을 하나 팔아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B2C 통관으로 완전 면세되는 품목은 우븐(Woven) 원단 청바지나 스판 없는 면바지 정도입니다. 이 말인즉, 통상 관세나 부가세가 면제된다고 여겨지는 B2C 전자상거래 통관으로 보내도 세금이 나온다는 이야기에요.

여기에 더해 일본의 B2C 통관 절차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 같은 경우에는 통관시 이름을 적는 란에 가타카나와 영문 표기법이 필수작업인데, 일본의 한자 읽는 방법을 번역기를 돌려서 해결할 수 없어서 여기 드는 작업 공수가 상당해요. 만약 이름이 틀리면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됩니다.

사실 B2B2C 크로스보더 판매를 매우 잘해서 성장한 회사가 ‘디홀릭’입니다. 디홀릭은 일본 현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데로 동대문 새벽 시장에서 상품을 사입하고 라벨링 해서 이른 아침에 포워딩으로 일본으로 보내서 로컬에서 흩뿌리는 방법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공급망이 완성이 되면 무재고 상품 판매를 하면서 3일 만에 일본 현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진출은 쇼피파이(Shopify)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쇼피파이는 라쿠텐과도 연동이 되기 시작했고, 라쿠텐도 한국 사업자들을 글로벌셀러로 끌어들이고자 적극 입점 영업중이니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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