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의 IT시스템, 카카오뱅크를 따를까?

지난 주 토스뱅크의 IT시스템 구축 우선협상 사업자로 LG CNS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구축 사업자를 선정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뱅킹 시스템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가 우선협상 사업자를 선정한 후 1년 4개월 후 금융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토스뱅크도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토스뱅크의 IT시스템 구축 사업자가  LG CNS라는 점은 어떤 형태로 IT 환경이 구성될지에 대한 대략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LG CNS가 바로 카카오뱅크의 시스템 구축 사업자였기 때문입니다.

LG CNS는 전북은행의 시스템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카카오뱅크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것이 개발 기간을 대폭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은행의 IT시스템은 워낙 거대해서 처음부터 개발을 하려면 2~3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1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전북은행 IT시스템의 기본 골격을 가져다가 썼기 때문입니다.

전북은행은 자바를 은행 기간계 시스템에 처음 사용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바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인 언어입니다.  전북은행 시스템이 자바로 개발됐기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가져오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고 합니다.

토스뱅크 역시 LG CNS가 주사업자를 맡은 만큼, 앞선 성공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북은행  시스템을 이식한 카카오뱅크가 특별한 사고없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G CNS가 자랑하는 모델기반개발(MDD) 방식도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MDD는 코딩을 하지 않고도 업무 모델만 정의하면 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기법입니다.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IT의 차별화 없이는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토스뱅크는 차별적인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주목되는 점은 클라우드입니다. 토스 측은 초기부터 클라우드 활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제안요청서(RFP)를 통해서도 “향후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유연한 시스템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과연 클라우드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도입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아직 클라우드의 활용률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해외에서는 코어뱅킹 시스템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동하는 사례가 보고되고는 있지만, 국내 은행이 기간계나 정보계, 채널계 같은 중요한 시스템에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이 제도적으로 허용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매우 큰 편입니다. 예를 들어 KB금융은 지난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엔터프라이즈 어그리먼트(EA)’ 계약을 맺었습니다. EA계약은 미리 일정 금액을 내고 그안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말합니다.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일부 업무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라고 당장 계정계를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돌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기존의 시중은행보다는 클라우드 도입에 보다 적극적일 것입니다.  한 시중은행 IT담당자는 “토스뱅크가 영업 시작 후 규모가 커지면 클라우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점을 고려해 IT시스템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이에 대해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아직 IT구축 업체와 계약협상이 진행 중이고 전체 아키텍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적인 상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오픈소스 도입도 주목할 요소합니다.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꾀한다면 당연히 리눅스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축될 것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차별화된 사용자 중심의 안정적이고 확장성 있는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한다”며 “확장성, 유연성에 초점을 두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IT담당자는 “토스의 경우 비대면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에 자원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래도 시스템을 확장하기 위해선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때 리눅스 환경이 유리하다”고 전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DB관리시스템(DBMS)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미션크리티컬 업무의 DBMS는 오라클 DB를 사용합니다.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은행이 오라클 DB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채널계에서 마이SQL을 활용하는 모험을 했고,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의 모험을 따르거나, 한 발 더 나갈까요? 아니면 오라클 DB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할까요? 이 부분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시중은행 IT담당자는 “카카오뱅크가 실험적으로 IT시스템 구축을 하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운영을 해오고 있다”며 “두 곳이 비대면, 혁신 등의 경영 방침이 유사한 만큼,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의 시스템 구축 사례를 많이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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