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업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이 있다. 삼성전자처럼 신문의 산업면에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IT제조업체도 있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이 거의 전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 회사도 있다. 한글과컴퓨터나 안철수연구소처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도 있으며, 핀테크, O2O,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도 넘쳐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 IT업체들은 언론지면에 화려하게 노출될 정도로 멋있지도 않고, 겉으로는 표시도 안 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의뢰한 프로그램을 대신 만들어 납품해주는 SI 업체나 HP,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총판이나 대리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난 30년간 IT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의 밸류체인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시대가 조금씩 변한다. 새롭게 형성되는 IT 생태계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점점 줄어든다. 대표적인 원인은 클라우드다. 이제 기업들은 SI업체에 의뢰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보다는 클라우드에서 직접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구매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또 글로벌 IT 벤더의 제품을 유통하던 IT유통업체들의 역할도 줄어들고 있다. AWS가 HP 서버를 한국의 리셀러를 통해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SI업체나 글로벌 기업의 유통사들도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여기 고우아이티라는 회사가 있다. 고우아이티는 전형적인 중소 SI 회사다. 대기업의 의뢰로 정보시스템을 개발해 납품하는 것이 주업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클라우드 시대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절실한 대표적인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고우아이티는 클라우드 회사로의 변신을 택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어느날 갑자기 마음먹는다고 금방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영역이어서 중소IT 기업이 도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

고우아이티 역시 단숨에 클라우드 업체가 될 수는 없었다. 이에 고우아이티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글로벌 기업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201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피스365를 국내 기업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오피스365를 판매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 유통마진이 너무 낮기 때문에 큰 수익이 되지는 않는다.


고우아이티 허범무 대표가 “첫해에는 이걸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고우아이티 허범무 대표

고우아이티의 1차적인 해결책은 오피스365와 부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피스365는 단순히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월정액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다. 이메일부터 문서관리, 오피스, 채팅 등이 통합된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솔루션이다. 고우아이티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오피스365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체적으로 콜센터도 운영하면서 오피스365 이용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그 결과 고우아이티를 통해 오피스365를 도입하는 기업이 점점 늘었고,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고우아이티는 오피스365의 라이선스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오피스365는 고우아이티의 지적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비즈니스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우아이티는 오피스365에 없는 기능을 자체적으로 더해서 고객에 제공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전자결재다. 해외에서는 이메일 답장으로 OK만 해도 결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오피스365와 같은 해외 협업 솔루션에는 전자결재 기능이 없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직급별로 올라가며 사인을 받아야 결재가 된 것으로 본다.

이에 고우아이티는 고웍스(GoWorks)라는 자체 전자결재 시스템을 개발해 오피스365와 통합시켰다. 고우아이티는 태생이 SI기업이고, 현재도 SI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프로젝트 경험으로 국내 기업이 필요로하는 요구사항도 알고 있다. 고웍스를 통해 오피스365 이용기업은 협업뿐 아니라 전자결재까지 가능해졌다.

고우아이티가 고웍스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결재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만들어서 승부를 보려했으면 아마도 시장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다수의 전자결재 시스템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고웍스는 전자결재 시장의 작은 후발주자일 뿐이다.

하지만 고우아이티는 오피스365를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이용자들이 오피스365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약간의 부족함을 고웍스가 해결해줌으로써 가치를 배가시켰다. 독립적인 시장에서 경쟁자와 싸우지 않고 오피스365의 고객을 내 소프트웨어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물론 고우아이티가 전통의 SI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SI만 붙잡고 있으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도태될 것이다. 또 갑자기 클라우드 사업을 하겠다고 혈혈단신 시장에 나서면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피스365를 지렛대 삼아 고웍스라는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을 확장시켜가는 전략은 유의미해 보인다.


“단순히 전자결재를 만들어서 팔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솔루션을 만들어서 어떻게 시장에 전달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 유통을 시작하자는 의사결정을 한 것도 오피스365에 우리의 가치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고우아이티 전재완 상무의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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