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조아라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인터뷰가 약속된 회의실에서 “어제 킹덤2를 끝까지 다 보느라 새벽에 잠들었다”는 한 남자의 말이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수희 조아라 대표였다.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킹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캐스팅이나 연출 방법부터 특수효과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주제로 킹덤에 대한 해부가 이뤄졌다.

“하루 대여섯 시간은 웹소설, 영화, 드라마를 보는 데 쓴다”는 이수희 대표는 “우리한테 있는 좋은 콘텐츠를 영상화하는 것이 꿈이라 넷플릭스에 올라온 드라마를 꼼꼼히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는 2000년 문을 연 국내 대표적인 웹소설 사이트다. 원래는 판타지와 무협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최근에는 ‘로맨스’ 소설의 원산지로 꼽힌다. 문피아와 함께 웹소설 양대 산맥으로 불렸으며, 카카오페이지-네이버라는 포털의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신진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아라를 창업한 이수희 대표는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개발자 출신이다. 2000년의 어느 날, 인터넷 소설 게시판들을 둘러보다 “작가들이 글을 올리고 독자들이 구독하는 인터페이스를 바꾸면 훨씬 편리하게 사이트가 운영될 텐데”라는 생각에 조아라를 만들었다.





그렇게 20년, 조아라는  몇년 전부터 두 가지 목표를 키워가고 있다. 하나는 조아라 생태계 안에서 성장한 웹소설을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의 IP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수희 대표가 밤잠 안 자고 넷플릭스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목표는 미국이나 인도 등 세계 각국에 ‘조아라’와 같은 웹소설 플랫폼을 여는 것이다. 통상 콘텐츠 기업의 국외 진출 목표가 한국의 IP를 수출한다는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 각 나라의 작가들이 조아라가 만든 플랫폼 안에서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최근 격월로 인도에 가서 산다. 신화가 가득한 이야기의 나라에서 조아라와 같은 플랫폼을 안착시켜보겠다는 꿈이다.

 

<인터뷰 세 줄 요약>

– 조아라의 창업자 이수희 대표는, 남성이다. 그리고 문학도가 아닌 개발자 출신이다.

– 조아라는, 20년간 쌓은 빅데이터로 큐레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IT 기업이다.

– 조아라가 하고 싶은 것은, 세계 곳곳에 또 다른 조아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수희 조아라 대표

 

■ 포털도 뛰어든 웹소설 시장, 조아라의 생존 이유

조아라의 이수희 대표가 남성이어서 놀랐다. , 생각보다 IT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내 이름을 들으면 99%가 처음엔 여성인 줄 안다. 심지어는 내 이름이 ‘조아라’인 줄 아는 이들도 있다(웃음). 또 내가 개발자 출신이라 IT에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조아라를 창업한 지 20년이 됐는데, 그동안 쌓은 데이터가 많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어떻게 추천해야 기계가 아닌 사람처럼 보일 것인가 하는 기술적 구현 문제에 대한 고민과 접근을 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면서는 서버도 모두 아마존으로 이전했다. 아마도 국내 업체 중에서는 처음일 것이다. 관련해 순수 개발자만 열다섯 명 정도 일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있다.

들어오면서 킹덤 이야기를 했다. 조아라의 콘텐츠를 영상화 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다. 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등 IP의 확장이 목표다. IP를 어떻게 전세계를 내보낼까 생각했다. 접하기 쉬운 게 영상이고, 영상보다 더 큰 게 게임시장이다. (조아라에서 연재한) ‘메모라이즈’ 같은 경우, 다섯 번이나 게임으로 출시됐었다. 조아라는 누구나 와서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표방한다. 그런데 작가라는 직업군이 거의 굶어죽는 직업군으로 묘사된다. 이만한 작가군을 조아라가 만들어냈는데, 그 다음으로는 우리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IP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스타가 되는 것까지 끌고 가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콜라보 등을 통해 일을 만들어보려 한다.

IP 확장을 주관하는 조직이 내부에 있나?

부설창작연구소가 있다. 이 팀이 신규 IP 사업을 한다. 조아라의 IP로 웹툰과 게임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IP의 수출과 라이선싱 등을 담당한다. 조직이 생긴 지 2년 정도 됐고 여전히 스타트에 가깝지만 전폭적으로 학습을 하고 있고 성장 중이다.

조아라는 로맨스 웹소설의 강자로 알려져 있다

원래 조아라의 시작은 문학 사이트였다. 그렇게 하다가 제일 처음 자리 잡은 것이 판타지였다. 판타지가 어느 순간부터 돈이 되기 시작하니까 주변(경쟁 플랫폼들)에서 다 (작가를) 빼갔다. 그렇게 로맨스가 남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고 계획을 잡고 일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조아라는 여전히 일반 문학 사이트였을 거다. 유저가 원하는 흐름으로 흘러가게 두었더니 로맨스 색을 띤 사이트가 되었다.

웹소설 플랫폼의 원조지만, 경쟁 플랫폼이 많아졌다. 영향을 많이 받나

작가를 빼가는 게 가장 큰 영향이다. 이 시장에 네이버가 들어오고 이듬해 카카오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조아라가 우수한 작가풀을 보유하고 있으니 당장 작가를 수급할 데가 없는 플랫폼들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조아라 작가들을 싹 빼가기 시작했다. 조아라는 독점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어느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든 비슷한 조건이라면 같이 하자고 한다. 설립 초기때부터 가져온 방식이다. 그런데 후발주자들은 본인들이 빨리 커야 하므로, 인기 있는 작가들에게 독점을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주며 작가들을 스카우트 해간다. 저희가 수원지가 되어서, 피를 빨리듯 그런 상황이다.

빠져나가는 작가를 어떻게 붙잡아 둘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을텐데

실제로 우리가 머니 게임을 할 것인가? 답이 안 나온다. 아무리 (돈을) 올려봤자 상대편이 더 올려줄테니 치킨게임이다. 돈으로는 못 잡으니까, 다른 방식을 고민했다. 작가들의 최저생계를 위한 급여를 준 적도 있고, 100명의 작가에게 무조건 100만원의 MG(미니멈 개런티)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른 방식의 지원을 준비 중이다.

또 하나는, 스타 작가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이 글을 쓸 수 있게 하는데도 신경 쓰고 있다.  새로 등용을 받아야 하므로 그런 작가들이 자유롭게 와서 글을 쓰고 빛을 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수적인 노력을 엄청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조아라도 공모전을 하라”고 하는데, 실제 다른 플랫폼이 하는 것 이상의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하고 있다.

포털이 웹소설 시장에 들어온 것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로 들린다

대기업이 해야 할 역할과 저희가 할 역할은 구분되어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의 규모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기존의 콘텐츠 기업들을 부스트업 시켜 시장을 키우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상생 구조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대부분이 그렇듯, 잡아 먹거나 죽이거나 하는 것 중 하나로 가고 있다.

포털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들어와서 작가를 빼간다는 우려는 있지만, 시장 자체가 커져서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나누게 된 효과도 있지 않나

시장을 키웠다.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을 키운 긍정적 효과는 있다. 그러나 같이 커야 하는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시장 성장 만큼 같이 크지는 못했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정책을 따라가는 곳들은 매출이 높아졌지만, 우리는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다.

어떤 정책을 말하는 것인가?

콘텐츠를 독점해 콘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넷플리스를 저도 많이 보긴 하지만, ‘오리지널’의 개념을 싫어한다. 초창기에 우리 작가들을 빼갈 때도, 별도로 터치하지 않았다. 조아라의 목적을 ‘스타작가 만들기’에 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 중에서 스타 작가가 나오거나 유명한 작품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것’에 두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연담’ 같은 자체 브랜드를 가져간다. 조아라도 그런 출판 에이전시를 만들면 어떠한가?

저희가 플랫폼인데 출판사나 제작까지 가져가 버리면 독점이 된다. 우리는 플랫폼을 잘 운영하고, 잘 투자해서 같이 가는 파트너를 만드는 것에 포커싱을 둔다. 또, 어떤 작가들은 조아라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것이 엄청나게 자유롭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자유라면, 어떤 자유일까?

제약 요소를 일절 주지 않는다. 계속 연재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마감 계약도 없다. 대신 휴재를 하게 되면 독자한테 공지는 해달라는 정도다. 소재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작품이 많이 팔리니 이런걸 쓰라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조아라는 새로운 트렌드나 소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소재는 조아라에서 벌써 2년전에 트렌드화했던 것들이다. 간섭이 없다보니 조아라에서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게 되고, 트렌드도 만들어 갈 수 있다.

타사우프 작가가 쓴 ‘콜로니’는 이수희 대표가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다. 콜로니와 같은 작품을 반지의제왕급 영상으로 만들어내고프다는게 그의 소망 중 하나다.

포털이 시장 규모를 키워가는데, 조아라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조아라가 사라지면 이 시장이 몇 년 동안 더 살아남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신인들이 다 절단되는 상태이다.

경쟁사들은 IPO를 준비하고, 또 투자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조아라는 투자 소식이 없다

유료화 모델을 만든 2005년부터 꾸준히 투자 제의를 받아왔다. 그런데 투자 제의를 주는 곳들을 만나보니, 투자자들은 사업 자체를 바라보기보다 수익화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100원을 넣으면 200원, 300원을 벌어가는 것 말이다. 나는 이 사업을 키워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IPO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은 아니다. 돈이 필요하면 투자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 IPO는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더라.

새로운 작가를 진입 시키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쓸 수 있게 할지를 고민하고 동기부여 하고 있다. 직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야 한다. 비용도 많이 쓴다. 일년에 공모전을 네 번 한다. 순수 상금만 3억원 정도 규모다.

정액제를 제일 처음 시작했다고 했는데, 기존 출판사 반발이 심하지 않았나?

제일 처음 시작했는데, 큰 반발은 없다. (작가나 출판사가) 정액제가 아닌 편당 결제를 선택한다고 해서 막지 않는다. 특히 이 업계에서 ‘씬’이라고 하는 성인 대상의 소설들은 외부 유통이 어렵다. 노블레스(정액제 상품 이름)는 꾸준한 수입이 가능하고, 여기서 인정 받으면 편당 결제 시스템으로 가는 시스템이 정착됐으므로, 여기에서 작품을 시작하는 작가들이 많다. 조아라의 작품 중 70%가 노블레스에서 연재된다.

 

조아라의 다음 타깃이 인도인 이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고 하는데, 현재 제대로 돌아가는 국가는 어디인가?

미국에서 셋팅이 되어서 돌고 있다. 미국에 사무실을 낸지는 일 년 정도 됐다. 그 다음으로 인도로 진출할 예정이다. 현재 격월로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인도 외에 시장 조사 차원에서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있지만, 주 타깃인 인도에 자주 가서 현지 업체와 정부 기관들을 만난다. 데이터를 받을 수 있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왜 인도인가?

가장 단순하게 접근하면 인구수가 엄청나다. 문맹률을 고려한다고 해도 5억 인구가 이미 셋팅되어 있다. 다양한 이야기 거리, 신화가 많고 신분제도로 인해 억눌린 분노도 있다. 조아라가 하는 일 중 하나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데이터 적으로는 가장 독서량이 많은 나라가 인도다. 워낙 신화가 많다 보니 관련해 판타지 쪽 픽션이 많다. 영화시장도 크다. ‘발리우드’라고 따로 부를 정도다. 인도 사람들은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크다. 다만, 쓸 수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다.

격월로 인도에 가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로컬에서 살아보는 게 문화 사업을 하는데 중요하다. 현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데이터로 보기 어려운 미세한 걸 체득하기 위해 계속 간다.

인도에는 조아라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 없나?

이미 있다. 다들 아직 초창기이고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지도 경쟁을 해야 할텐데, 자본 경쟁이 되지 않겠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하려 한다. 조아라는 돈을 버는 것보다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쓰면 사회를 변화시킬 파워가 생긴다. 정신적인 깨우침, 문화의 변화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려면 자본으로 밀어부치는 것보다는 기반과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콘텐츠를 인도로 수출하는 것인가?

아니다. 조아라와 같은 플랫폼을 현지에서 하고픈거지 한국 작품을 팔려는 건 아니다. 플랫폼 운영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