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가 빨라졌다. 종전 20~50일 이상 걸리기도 했던 한국까지의 배송기간이 3~7일 내로 줄어들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전용 물류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제 알리익스프레스도 통상의 구매대행 판매자의 속도를 따라왔다. 덧붙이자면, 모든 상품 카테고리 배송이 빨라진 것은 아니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그동안 알리익스프레스는 저렴한 해외 직구가 가능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명성을 높였다. 일례로 지난해 기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달러짜리 휴대폰 케이스 하나를 샀다. 휴대폰 케이스 자체도 저렴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배송비가 무료인 부분이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배송되는 상품이 한국 택배비보다 저렴한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해상과 항공운송 등 다양한 형태를 결합하여 운송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물류 방식을 선택한다”며 “물류 전반적인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함에 따라 상품 관련 비용 절감까지 가능하다”며 무료 글로벌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공짜 물류는 없을 것이니 물류비는 어느 정도 상품 가격에 녹아있을 것이라 추측 가능하다.

모든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가 싸고 느린 것은 아니다. 물류비를 많이 내면 속도는 그만큼 빨라진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상품을 구매한다면 이렇게 여러 개의 배송옵션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추가하는 주체는 알리익스프레스 입점 판매자다.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를 쓰든,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류를 쓰든, DHL이나 우체국을 쓰든, 판매자가 직접 구축한 물류망을 쓰든, 선택은 판매자의 자유라는 거다.

파괴적인 가격의 반대급부일지 모르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속도는 매우 느리다. 통상 구매대행의 그것이라고 하는 7~14일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무료 배송비로 구매하는 상품은 언젠가 도착하겠지 생각하면서 까먹고 있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한국전용 물류망 개설의 의미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속도가 빨라진 것은 3월 5일부터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마스크, 보호안경, 방호복, 손소독제 등 ‘방역, 위생용품 전문 판매 사이트’를 오픈한 시점에 맞춰서 한국 전용 물류 노선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용 노선 중 하나인 중국 웨이하이에는 창고에 상품 재고를 먼저 확보하여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창고에서 배송되는 상품은 최대 7일 이내 글로벌 배송이 가능하다는 알리익스프레스측 설명이다.

웨이하이 창고엔 한국인이 선호하는 상품 카테고리가 들어선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인이 자사 플랫폼에서 많이 구매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하여 반영했다. 주로 전자제품, 스포츠 관련 용품들이 한국에 많이 팔리는 인기 카테고리다.

배송 속도가 빨라졌지만 배송비는 종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웨이하이 시정부로부터 창고 사용 비용을 면제 받았다”며 “무료 창고 사용이 가능해져서 물류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확실한 건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2018년 한국법인인 알리바바그룹 코리아 안에 알리익스프레스 전담팀을 구성했다. 2019년 8월에는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의 네이버쇼핑 입점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 챗봇 알리샤오미(阿里小蜜)에 소비자 문의사항에 한국어로 답변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마치 한국 사이트처럼 이용할 수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메인 화면. 영어에서 한국어로 언어팩을 전환하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배너가 자동 노출된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글화가 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최근 일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총괄 책임자 레이 장(Ray Zhang)은 “한국은 알리익스프레스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서비스 품질을 향상 시키는데 더욱 힘쓸 것이며, 배송 시간 단축과 한국어 챗봇 도입이 국내 고객 경험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강화해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우수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주소가 입력된 아이디로 미국 아마존닷컴에 접속하면 메인화면에 나오는 한글이용 안내 배너. 한국어는 아마존닷컴에서 사용 가능한 영어를 제외한 8개의 외국어(스페인어, 중국어-간체, 독일어, 포르투갈어, 중국어-번체, 한국어, 히브리어) 중 하나다.

굳이 알리바바가 한국에 마켓플레이스를 열지 않고서도,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과 시장을 다투는 그림이 여기서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든, 쿠팡이든 서로 겹치는 카테고리에서 동일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아마존이 한국에 마켓플레이스를 굳이 열 필요가 없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지난해 초 미국 아마존닷컴에 한국어 언어팩을 추가했다. 국경 없는 이커머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