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 금요일(1월 31일), 저희 바이라인네트워크 식구들이 워크숍을 가느라 곤지암으로 떠났을 때, 서울 삼성동에서는 유튜브가 흥미로운 이벤트를 열었더군요.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인데요, 초대 손님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성장한 유튜브 채널의 기획자들인데요.

예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선 ‘자이언트 펭TV’입니다. 얼마전에 구독자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펭수가 한국말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해 심장을 저격했죠. 다른 두 곳도 자이언트한 성장세를 그린 채널들 입니다. 유명 외식 사업가 백종원 씨가 진행하는 ‘백종원의 요리비책’과 아나운서 장성규 씨가 선을 넘나드는 ‘워크맨’ 이 주인공이죠.

유튜브는 이날 세 채널을 기획한 사람들을 모아서,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주로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자체 분석한 인기 요인 등인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한국 블로그를 클릭하면 나옵니다. 대화의 전문을 실어놨네요.

(왼쪽부터) ‘백종원의 요리비책’의 백종원 크리에이터, ‘워크맨’을 기획한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고동완 PD,  자이언트 펭TV를 만든 EBS의 이슬예나 PD. (사진=유튜브)

오간 대화들을 흥미롭게 보면서,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픈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 말입니다.

우선, 자이언트펭TV를 만든 이슬예나 PD의 말을 들어보죠.

“모든 레거시 미디어가 그렇듯 EBS도 약간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부모님이 프로그램을 선택해주는 유아 타깃층은 EBS를 보지만, 자기가 채널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된 후에는 더 이상 EBS를 선택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채널 간 경쟁이 없던 예전에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구멍이 지상파 밖에 없었으니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은 거였죠. 비교해 선택할 재미라야 뭐 채널 몇개 밖에 더 있었던가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채널이 수천, 수만개로 늘어났고 TV 밖에서 스타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펭수라는 비인간 슈퍼스타의 탄생은, 레거시 미디어의 전성시대에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장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는 펭귄이 방송사의 경계를 허물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일을,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죠.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EBS 연습생이 KBS의 채널에 출입해 영입 제의를 받는다니. 확실히 그 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입니다. 시청자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었다면, 이런 틀을 깨는 사고는 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묶어놓는 콘텐츠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을 유튜브가 무너뜨렸고, 그래서 레거시 미디어들은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전쟁터로 불려나왔습니다. 무기도 당연히 바꿔들었죠. 이슬예나 PD는 “타깃층이 선호하는 플랫폼에서,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동등하게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자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하네요.

심지어 지금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TV 색을 지워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워크맨’을 기획한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고동완PD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자막을 넣을지 고민이 될 때 ‘TV였으면 이렇게 넣었겠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그때마다 ‘이것과는 반대로 가겠다’는 생각을 해요.”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짧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얘기도 맞는 말이지만, 그에 앞서 TV의 문법 자체를 탈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살아남는다.’ TV를 필두로 한 레거시 미디어의 고민이 느껴지시나요?

그런데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생겨난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감은, 역으로 유튜브 생태계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원래 유튜브는 ‘비 연예인’들의 주 무대였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독특하고 재미난 아이디어로 타깃층의 눈을 확 잡아끌어 그 안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곳이었죠.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 이게 유튜브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죠.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이날 꼽은 초고속 성장 채널들은 모두 ‘레거시’에서 시작한 곳들입니다. 자이언트 펭TV와 워크맨은, 기존 TV의 문법을 바꿔 진출한 레거시의 진화 케이스입니다. 장성규와 백종원은 이미 TV에서 눈에 익은 스타들이 유튜브에서도 그 인기를 이어가는 사례죠.

이들은 TV에서 보여줬던 익숙한 이미지에 솔직함과 소통이라는 새로움을 더했습니다. 레거시가 망한다, 와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 기회가 생긴다! 라기 보다는, 이제 ‘레거시’라는 플레이어들이 유튜브라는 옷에 익숙해져 역으로 시장을 침범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이게 확률형 게임이라면, 매우 높은 성공 확률 아이템을 레거시 미디어에서 장착하고 나오는 거죠.

이날, 세명의 인기 크리에이터가(혹은 기획자)가 내놓은 결론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TV 스타의 유튜브 공략기.

하아, 그런데 말이죠. 사실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닌 것도 같습니다. 이슬예나 PD가 시도하고픈 콘텐츠 중 하나가 “영화”랍니다. 펭수야, 너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거니? 저는 그럼 예매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광 to the 고] 웃긴데 알찬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바이라인'에 놀러오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