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들어간 ‘게임산업법’ 초장부터 논란
게임산업법이 15년 만에 이름과 내용을 바꾼다. 사행성 방지와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법안을 전면 개정해 산업의 진흥을 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게임 업계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먼저 냈다. 바뀌는 법의 이름과 내용이, 게임 산업을 진흥한다기보다는 규제하는 쪽에 무게를 더둔다는 지적이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반 년간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팀에 연구 용역을 줘 마련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상태 교수는 법 개정 추진 배경과 규제 방향을 “사행성 방지 등 게임산업 규제에 주점을 두고 있는 현행법률이 새로운 화경 변화를 반영한 진흥 정채의 근거 규범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정의 및 부정적 표현 전면 개정비, 게임 문화·산업 진흥기반 조성, 게임 이용자 보호, 규제 합리화 등을 주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 개정안, 어떤 내용 담았나
김상태 교수의 발제문을 살펴보면 전면 개정안은 크게 ‘체계’와 ‘총칙’의 두 가지 측면에서 달라진다. 우선, 법률 제명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일명 게임산업법)’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바꾼다. 아울러, 분산된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총칙을 비롯, 게임 문화 진흥, 게임산업 진흥, 등급분류, 게임사업, 게임 이용자 보호, 사업자에 대한 지도와 감독, 보칙, 벌칙 등의 체계를 나누고 그 밑에 관련도 높은 조문 내용을 재배치한다.
총칙의 면에서는 정의 규정과 부정적 표현을 재정비한다. 예컨대 그동안 게임산업법에서는 게임을 ‘게임물’이라고 표현해 왔는데, 이를 ‘게임’으로 변경한다. 새로운 형식, 새로운 플랫폼 기반의 게임이 나타나고 이용자가 이와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게임이라고 구분짓겠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게임이 산업의 주류가 됐음에도 오프라인 사업형태를 기본으로 규정해 발생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잡기 위해서 ‘온라인게임제공사업’ 정의를 신설하고, 게임제공사업과 관련한 용어와 정의를 변경토록했다. 법에서 지정하는 청소년의 연령을 만 19세 미만으로 통일하고, ‘사행성 게임’ 이라든지 ‘중독’ ‘도박’ 같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는 표현을 삭제했다.
■게임법, 개정이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업계도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게임산업법이 2006년 제정되고 15년이 지나면서 게임 개발과 유통, 소비에 관련한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에 따르면 “연관기술 발전, 플랫폼 융복합화, 유통방식의 변화를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의 진화 등 그동안 급격하게 변화된 게임 생태계의 환경을 반영하여 현실에 맞고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개정의 방향이다. 게임산업협회 측은 법 개정에 앞서 게임 중장기 계획의 수립을 먼저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게임산업법 개정과 중장기 계획 수립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함께 진행되고 있으니까, 중장기 계획이 먼저 수립되고 난 이후에 그에 맞춰 법을 개정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 쉽게 말하면,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업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걸맞는 법 개정을 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름, 무엇이라 불리는 가의 중요성
진흥을 하겠다고 하면서, 왜 법의 이름에서 ‘진흥’을 빼느냐.
게임 업계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바뀌는 이름.
문체부가 법의 이름을 게임사업법이라고 바꾸는 것은, 현행 법 안에 게임의 진흥과 규제 내용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가 대체로 인정하듯, 진흥보다는 오히려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 더 많았다. 즉, 법의 이름과 내용일 불일치 했다. 이 경우 해결책은 둘 중 하나다. 이름을 바꾸거나, 혹은 이름에 맞춰 내용을 바꾸거나.
이날 토론에 참여한 법무법인 온새로미 이병찬 변호사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내용이 규제 밖에 없느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법률의 내용을 진흥으로만 채우던가, 실질적 게임 내용에 맞게 제목을 바꾸던가 두 가지 중 하나”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이름은 선언적인 부문이다. 따라서 이름 그 자체가 법률에 효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내용을 그 이름에 잘 담아야 한다는 것이 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면, 이름에 맞춰 법을 바꾸는 것보다는 법 내용에 맞춰 이름을 바꾸는 것이 더 실리적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그 취지가, 정부가 게임을 바라보는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초, 게임산업법이 게임의 진흥을 목표로 만들어졌다면 그에 맞춰 제도를 개선하고 산업의 활성을 위한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법의 이름을 ‘사업’으로 바꾸는 선택을 했다. 이로 말미암아 법에 새로운 규제가 포함될 확률이 커졌다는 것이다.
협회 측에 따르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66개의 법률 중 진흥 및 지원에 관한 법이 41건이다. 그 외에는 기본법이 15건, 기타 10건의 법률이 있는데 아직까지 사업법은 없다. 게임사업법이 생긴다면, 첫 사례가 된다. 현행 사업법이 주로 공공이나 허가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산업을 사업법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진흥법이 사업법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협회 측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 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 개정안이 다루는 또 다른 부분들
개정안은 청소년의 정의와 확률형 아이템 등도 다루고 있다. 현 개정안은 청소년의 연령을 만 19세 미만의 자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다른 콘텐츠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영화나 비디오 등은 청소년을 만 18세 미만으로 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게끔 하는 의무와 관련해서도 산업계가 하고 있는 자율적인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업계는 지난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시행해오고 있고, 두 차례에 걸쳐 자율 규제의 단계를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데까지 높여왔다. 그러나, 개정안은 단순한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게끔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협회 측은 “결국 다수의 미준수 게임물이 해외 게임사의 게임물임을 고려하지 않아 역차별 문제로 이어지며, 실질적으로 이용자 민원이 해소될 수 없는 실효성 없는 해결방안이므로 해당 부분의 삭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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