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2019년 실적을 ‘흑자’로 마감했다. 2018년까지 영업손실 678억원을 보던 11번가가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SK텔레콤은 7일 IR자료를 통해 “11번가는 소모적 마케팅을 벗어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했고, 십일절 프로모션 정착 등에 결과 2019년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쉬운 말 같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흑자 전환을 위해서 그야말로 뼈를 깎고 부수는 절실함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반면, 11번가의 매출은 2018년 6744억원에서 2019년 매출액 5949억원으로 11.8% 감소했다. 물류센터에 재고를 매입하고 판매하는 ‘직매입 부문’ 축소가 매출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수료가 매출로 계상되는 오픈마켓 판매 방식과 달리, 직매입 부문은 상품가격 전체가 매출로 계상된다. 그렇기에 직매입 부문 축소는 매출 감소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11번가가 마케팅 비용을 축소함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고객 트래픽을 유입시키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의 발표에 따르면 11번가의 2019년 결제금액은 9조8356억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거래액 9조원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쿠팡의 결제추정금액은 17조771억원으로 지난해 10조8494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2019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자료: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11번가의 2019년 보도자료는 ‘흑자 전환’ 일색이었다. 흑자 전환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쭉 달린 것이다. 2019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11번가가 배포한 공식 실적 보도자료를 살펴봄으로 11번가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예측해본다.

11번가가 추구하는 방향 ‘커머스 포털’

간략히 11번가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추구하는 방향을 요약하면 ‘커머스 포털’이다. 상품검색부터 주문, 결제, 할인 및 배송까지 쇼핑 전 분야를 포괄하는 원스탑 솔루션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류와 같은 오퍼레이션을 강화하기보다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파트너와의 연결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2019년 11번가가 론칭한 신규 서비스들의 방향이 그렇다. 방송이나 소셜을 통해 인기 급상승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실쇼검(실시간 쇼핑 검색어)’ 서비스, 유의사항과 상품구매팁, 용어설명, 가격비교 등 쇼핑에 필요한 콘텐츠가 함께 제공되는 ‘콘텐츠 검색’, 구매후기에 제품 영상을 등록할 수 있는 ‘동영상 리뷰’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서비스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반품 물건을 수거하는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는 11번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물류업체 홈픽(운영사: 줌마)과 제휴해서 만든 서비스다.

11번가 2019년 신규 구축 서비스 하이라이트. 직접 하기보다는 남에게 맡긴다. 운영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자료: 11번가, 2019년 9월 기준)

11번가가 추구하는 ‘커머스 포털’은 2019년 티몬이 추구했던 방향과 유사하다. 티몬은 2019년 알리바바와 같은 외부 파트너들을 연결하는 ‘연합군형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유한익 티몬 의사회 의장(전대표)은 지난해 6월 물류전문매체 CLO가 주최한 로지스타서밋 2019에서 “티몬은 핵심자산인 ‘모바일 부동산’을 구축하는데, 그러니까 직접 트래픽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며 “나머지는 기존 전통 오프라인 채널과 협력하여 시너지를 보는 방식을 추구한다. 티몬은 한국형 알리바바가 될 것”이라 말했다.

2019년 1분기~2분기

11번가는 2019년 1분기 매출액 1569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때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2019년을 11번가의 새 출발 원년으로 삼고 분기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한해 연간실적이 흑자 달성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11번가는 2019년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때 11번가가 강조한 것은 2019년 2월부터 시작한 ‘월간 십일절’이다. 십일절이란 매달 11일 새로운 주제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특가로 선보이는 행사다. 11번가는 항시 쿠폰을 발행하여 할인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인 ‘십일절’에 집중하여 마케팅 군더더기를 뺐다.

11번가의 2019년 2분기 실적은 매출액 1458억원, 영업이익 4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부터 11번가는 ‘매출 감소’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군더더기 마케팅을 배제함으로 11번가의 흑자는 이어졌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마케팅 예산으로 인해 트래픽 상승률은 저조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2분기에도 11번가는 ‘십일절’을 강조했다. 1분기와 다르게 새롭게 튀어나온 개념에서는 ‘단독 판매 이색 제품’이라는 키워드가 추가됐다. 6월 십일절에는 20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하루 결제고객 수 60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3분기~4분기

11번가의 2019년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405억원, 영업이익 3억원으로 2019년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 11번가는 보도자료에서 처음으로 매출액 감소의 원인을 공개했으니 ‘직매입 사업 축소’다. 실제 11번가가 2016년 론칭하며 직매입 사업의 허브로 썼던 이천 물류센터는 그 목적성을 잃은 지 오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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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보도자료에서 11번가가 강조한 또 다른 사항은 ‘쿠폰 발행’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거다. 여기선 쿠폰 대신 2019년 7월 출시된 SK페이 포인트 혜택 강화가 키워드로 부각됐다. SK텔레콤 대리점, SK스토아 등 SK계열 온라인 서비스와 외부 제휴업체에서 SK페이로 결제해서 얻어진 포인트를 11번가에서 활용 가능하다. 11번가의 성장을 SK연합군이 지원하는 모양새가 나왔다.

SK페이 주요 가맹점. SK페이는 11번가의 11페이와 SK텔레콤의 T페이, 두 가지 간편결제 서비스가 통합돼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3분기 보도자료에서도 ‘월간 십일절’과 ‘타임딜’, ‘단독상품 완판사례’가 강조됐다. 비용 대비 효율적인 판매 성과. ‘가성비’는 11번가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11번가의 2019년 4분기 실적은 매출액 1517억원, 영업손실 36억원으로 2019년 들어서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로 돌아선 이유는 연말 쇼핑 성수기를 맞이하여 11번가의 마케팅 비용 집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십일절 페스티벌은 1713개 브랜드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11번가는 그간 월간 십일절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선호한 브랜드 상품을 여기 총 집결했다는 설명이다. 십일절 페스티벌 기간 동안 11번가는 일 거래액 1470억원, 하루 구매고객 111만명의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만큼 마케팅 비용은 늘어 분기 실적은 손실로 돌아섰다.

2020년의 11번가

11번가의 2020년 계획에도 ‘커머스 포털’은 있다. 11번가는 2020년 검색기능을 강화하고, 고객 참여기반의 커머스 서비스를 본격 출시한다. 이를 통해 고객 트래픽을 높이고 다양한 대형 제휴사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11번가는 2019년 수익성 개선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로 지속적인 비효율 사업 축소를 예로 들었다. 11번가가 보는 비효율 사업이란 직매입을 만들기 위한 물류가 대표적이다. 11번가가 직접 물류를 버린 만큼, ‘배송 속도전’에서는 쿠팡이나 새롭게 물류를 강화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는 뒤처지는 상황이다. 11번가가 향후 IT와 외부 업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마켓플레이스에서 어떤 기회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약속했던 11번가 새 출발 원년의 흑자전환을 끊임없는 노력 끝에 달성하게 됐다”며, “고객에게 ‘커머스 포털’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면서 2020년 또 한 번 성장하는 11번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11번가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번가 2019년 실적 분기별 요약

11번가 2018년 매출액 6744억원 영업손실 678억원

11번가 2019년 매출액 5949억원 영업이익 14억원

-2019년 1분기 매출 1569억원 영업이익 43억원

-2019년 2분기 매출 1458억원 영업이익 4억원

-2019년 3분기 매출 1405억원 영업이익 3억원

-2019년 4분기 매출 1517억원 영업손실 36억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