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신선 물류센터 프랜차이즈가 나온다면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매달 온라인 음식료품 거래액이 3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온라인쇼핑 매출 규모는 매년 약 26%의 성장을 거뒀고, 온라인 식품 거래규모는 동기간 매년 39%의 성장을 나타냈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 식품 거래는 약 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기준 음식료품 거래액 규모는 1조1867억원으로 전체 판매카테고리 중 5위(9.3%)를 차지했다. 동기간 전월대비 이커머스 거래액은 20.2% 증가했고, 신선식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28.4% 증가했다.
물류는 온라인쇼핑의 파생상품이다. 비대면 구매 특성상 ‘택배’는 필수적으로 연결되며, 어느 정도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온라인으로 판매할 물건을 재고로 보관하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고객 주문에 맞춰 출고할 수 있는 물류센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 온다.
특히나 온도에 민감한 음식료품 카테고리를 다루기 위해서는 신선(저온) 물류센터가 필수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한국 저온 물류센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저온 물류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가 관측된다. 특히 2016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카테고리가 저온 물류센터의 수요를 지속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서의 분석이다.
유휴 공간을 채우는 새로운 방법
한창 수요가 치솟고 있는 신선 물류센터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만들고자 하는 물류업체가 있다. 개념은 간단하다. 저온 및 복합(저온, 상온) 물류센터 운영 사업자, 특히나 소형 사업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유휴 공간(공실)이다. 이 유휴 공간을 프랜차이즈 본사 역할을 맡는 물류업체가 영업한 화주의 물량으로 채워준다.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 역량을 공유한다. 물류업체는 외부 파트너를 통해 더 많은 화주의 물량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한다.
벌써부터 저온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의 테스트에 들어간 업체의 이름은 아워박스다. 이 업체는 신선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10월 BEP(손익분기점)를 돌파했다. 현재 평택에 소재한 유진초저온 물류센터와 군포에 위치한 유한킴벌리 이커머스 풀필먼트센터의 공간에 들어서 물류 운영을 하고 있는데 고민이 있다면 ‘공간 부족’이다. 공간만 있다면 줄 서 있는 화주사의 물량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게 이 업체가 보이는 자신감이다. 아워박스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2017년 설립하여 이제 3년 된 신생기업인 아워박스는 어떻게 저온 물류센터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역량을 프랜차이즈로 확장한다는 것일까. 박철수 아워박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Q1. 경력이 다채롭다. 주로 SCM과 구매 관련 일을 했는데, 어쩌다가 물류업체까지 창업하게 됐나.
A1. 28년 동안 외국계 기업에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구매 관련 일을 해왔다. 물론 영업도, 인사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커리어의 70% 이상은 SCM 업무였다. 최근 경력부터 거슬러 내려가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버드와이저 APAC에서 구매, SCM 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그 전에는 디아지오에서 3년 동안 구매물류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디아지오 전에는 피자헛코리아에서 구매, 영업, HR교육 담당 팀장으로 일했다.
2015년에 회사를 퇴사하면서 다음 방향을 고민했다. 여러 곳에서 전문경영인 제안을 받았는데 그것보다 이제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쭉 나열했는데 내가 그 동안 일했던 곳이 전부 F&B 관련 회사다. 음식료 카테고리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HMR 시장의 성장이 눈에 보이더라. 그래서 퇴사 후 엠디에스마케팅(샐러드미인닷컴)이라고 하는 HMR 전문 온라인쇼핑몰 운영사를 개인 자금으로 인수했다. 많을 때는 70억원 가까운 매출을 냈던 곳이다.
이커머스 업체를 직접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온 풀필먼트’의 니즈가 보이더라. 우리는 물류가 필요한 사업자였고, 그래서 우리 역량 안에 물류를 내재화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우리에게 물류를 맡기고자 요청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이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내 경력 안에서 내가 잘하는, 최소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찾아보니 자연스럽게 물류이기도 했다. 그래서 2017년 6월 20일 물류업체를 법인 분리했다. 그게 ‘아워박스’다.
Q2. 신선물류가 뜬다고는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아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켓컬리나 쿠팡 같은 업체들이 여전히 이 영역에 돈을 쏟아 붓고 있고, 위메프나 티몬 같은 업체들은 비용 부담에 포기하고 나갔다. 신생업체가 다루기엔 굉장히 부담스러운 영역인데 굳이 상온이 아닌 신선 물류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유가 있는가.
A2. 가장 큰 이유는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면서 ‘풀필먼트’ 역량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문제 없이 우리가 내재화한 것을 그대로 외부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소규모지만 풀필먼트를 직접 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을 녹여서 시스템을 자체 구축했다. 시스템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풀필먼트 비즈니스로 확장을 시도했다.
풀필먼트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저온’이다. 그래서 저온에 포커싱했다. 현재 아워박스 출고량 기준으로 95%가 저온 상품이다. 우리가 저온을 선점하면 이곳에서 명성을 만들고 향후 상온은 큰 문제없이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난이도가 높은 영역에 먼저 집중하고 거기서 일부 성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아워박스는 유한킴벌리의 이커머스 풀필먼트센터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을 수주했다. 유한킴벌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우리 시스템을 신뢰하고 풀필먼트센터 운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 우리의 능력을 증명한 일이 아닌가 싶다. 당장 비딩 자리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물류대기업들도 함께 나왔는데, 이들을 제치고 우리가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 서비스를 맡기고자 하는 회사들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OMS(Order Management System)를 자체 구축하고 이를 실제 물류센터에서 운영에 적용하고 얻은 노하우, 그리고 급격한 처리건수 증가에도 유연하게 대응했던 증거들이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된 것 같다.
Q3. 오랫동안 기업물류 일을 했다. 온라인 물류와 기업물류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풀필먼트와 3PL의 차이점일 것 같기도 한데, 두 용어의 차이점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A3. 3PL에다가 소분을 얹은 것이 ‘풀필먼트’가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3PL이란 게 상품을 입고 받아서 검수하고 분류, 보관한 다음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불출하면 끝이 아닌가. 여기에 더하자면 수배송까지 연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풀필먼트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발생한다. 해당 주문 정보에 근거하여 피킹과 패킹(포장)이 이뤄진다. 이걸 고객에게 배송하고 반품이 왔을 때의 대응까지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연결돼 고객에게 가시성을 제공해야 한다. 전체 프로세스가 시스템 안에 녹아내려야 한다. 그리고 공급망 관계사들이 함께 시스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온디맨드’가 될 것 같다. 우리 고객사가 29개인데 고객사별로, 또 그들의 상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별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다 틀리다. 예컨대 냉동상품이라면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포장을 해야 되고, 냉장상품이면 저온 냉매를 써야 한다. 만약 전단지를 포장에 동봉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다면 넣어줘야 하고, 화주사의 로고가 박힌 테이핑을 요구한다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고객사에 제공하는 박스 형태만 26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이 가능하다면 3PL이 아닌 풀필먼트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워박스가 추구하는 방향은 인에이블러(Enabler)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커머스를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 물론 온디맨드가 안 되면 인에이블링도 안 된다. 그래서 온디맨드가 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풀필먼트가 아니라고 본다. 향후 엠디에스마케팅이 가진 마케팅 대행 역량까지 연결된 사업 모델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Q4. BEP를 넘어선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 10월 누적 BEP를 양수로 전환했다. 어떻게 했냐면 ‘효율성’을 올리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우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고객사에게 이전할 수는 없는 거다. 우리가 안아야 하는 거니 그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올리는 데 고민을 많이 했고, 시도했고, 실패했다. SCM에서는 PDCA(Plan, Do, Check, Act)라는 개념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계속 돌렸다.
우리 물류센터의 공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때문에 공간 활용도를 최대로 높여야 했다. 그래서 우리 물류센터에는 빈 공간이 거의 없다.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채워야지 우리가 생각하는 효율성, 서비스 품질이 나올 수가 있다. 분석 결과 특정 영역에 DPS(Digital Picking System)가 필요하다면 바로 설치해본다. DPS 도입으로 우리는 동시에 248개의 SKU(Stock Keeping Units)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아워박스의 오패킹률은 0.2% 안쪽으로 관리된다. 시스템과 연결된 DPS가 우리 작업의 속도와 정확도를 올려줄 수 있는 거다.
또 하나는 우리가 라스트마일 물류 영역까지 건드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되고, 우리는 적자를 보면서 나아가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규모 스타트업이 라스트마일 물류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본다.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업체를 연결해주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예컨대 아워박스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싶은 고객사가 있다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를 연결해준다. CJ대한통운과 견적협의가 끝났고 새벽배송 코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이들 소개해드려도 견적을 받으면 안 하시더라. 그만큼 화주사에게는 비용 부담이 생기는 모델이 아닌가 싶다.
Q5. 신선 물류센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재밌게 다가온다. 향후 어떤 성장 방향을 그리고 있는가.
A5. 우리가 풀필먼트를 내재화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얻은 역량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물량은 넘치는데 공간이 없어서 고민이 되는 순간이 오더라. 이렇게 넘치는 물량을 파트너센터에 넘기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당장 욕심을 내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기보다는 간단하게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길 원하는 물류센터 운영사업자가 있다면 우리 시스템을 사용해보길 권하고, 교육하고, 일부 물량을 위탁한다. 특히 대규모 물류센터는 문제가 아닌데 소규모 물류센터에선 공실이 왕왕 발생한다. 이런 사업자들이 물류센터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참가할 니즈가 있다. 우리는 파트너의 물류센터를 ‘플래그십 센터’라 명명했다.
실제로 그렇게 몇 군데를 돌려봤는데 아직 생각만큼의 서비스 품질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물류센터들이 풀필먼트 센터의 기능까지 하기엔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서 DPS 설비를 놓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큰 돈이 아니라 생각한 투자였는데, 파트너 물류센터에서는 큰 돈일 수 있다. 그게 어려웠다. 특히 저온이라 더 그랬다.
그 와중 고객 화주사가 견적을 줄 때 ‘남한테 맡기지 말고 아워박스가 하는 조건으로 해 달라’는 단서가 달리더라. 고객사는 그들이 우리에게 맡긴 화물을 남에게 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 우리가 더 잘 한다는 인식이 있는 거다.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도 우리 시스템은 준비가 돼 있다. 당장 함께할 수 있는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물류센터 운영사업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BEP 돌파에 굉장히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풀필먼트도 잘하면 돈을 벌수 있다. 프랜차이즈도 당연히 잘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모델에 합류하고자 찾아오는 사업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하나의 모멘텀만 마련하면 확산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A3 3번째 문단 2번째 줄에서
‘틀리다’ –> ‘다르다’ 가 맞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