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이머들을 위한 아타리 호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시에 천대받는 것은 게이머다. 2019년 전 세계 게이머는 25억명이며, 지난 한해 미국에서만 게임 전체의 매출이 17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외국에서도 집 안에서 게임하는 것은 한심하게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서도 마찬가지다. 호텔에는 주로 TV가 놓여있지만 해외 호텔 TV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넷플릭스도 볼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호텔에서 휴식하는 ‘호캉스’류의 휴식도 있지만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호텔 소비자는 주로 전자이므로 후자를 위한 시장도 존재할 수 있다. 그 호텔을 아타리의 이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타리는 최초로 비디오게임 퐁(pong)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회사다. 퐁은 탁구나 벽돌깨기와 유사한 게임이다. 아타리는 스티브 잡스가 유일하게 직원으로 다녔던 회사다. 놀란 부시넬(Nolan Bushnell)이 창업했다. 부시넬과 잡스의 유명한 일화는, 부시넬이 오만한 잡스에게 칩 50개 미만의 게임기 보드를 만들어오라고 시켰고, 잡스는 이걸 다시 스티브 워즈니악에게 하청을 주듯 맡겼는데 수준급의 엔지니어들이 하지 못한 걸 워즈니악이 성공시킨 것이 있다. 당시 잡스가 받은 돈은 5000달러였지만 워즈니악이 받은 돈은 350달러로, 거래상에서 하도급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아타리는 이후 이후 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 1983년 ‘아타리 쇼크’로 무너진다. 북미 게임 시장은 아타리 쇼크 이후 1980년대 후반 일본 기업인 닌텐도의 슈퍼마리오시리즈로 살아난다.
이후 아타리는 게임 부문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분할해 매각했다. 하드웨어 부문은 컴퓨터 회사로 변모했으나 IBM PC들에게 밀려 고전했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 게임회사에 인수된 아타리는 북미 외의 사업을 철수하고 북미에서 작은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거의 죽어있는) 신화 같은 느낌의 아타리는 브랜드를 여전히 갖고 있다. 이 브랜드를 활용하자고 제안한 건 혁신 및 전략 대행사인 GSD 그룹이다. GSD 그룹은 아타리의 이름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해 아타리 호텔(Atari Hotels) 사업을 시작한다.
아타리 호텔은 게이머를 위한, 그러나 일반 고객도 올 수 있는 호텔을 지향한다. 주요 시설에 대해서 밝히지는 않았으나 AR과 VR을 활용한 몰입형 경험이 주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공연장과 스튜디오 등이 존재하므로 e-스포츠 행사 역시 주최할 수 있다.
호텔 개발은 GSD그룹과, ‘닌자 터틀’의 디렉터였던 나폴레옹 스미스 3세(Napoleon Smith III), 부동산 개발사인 트루 노스 스튜디오(True North Studio)가 함께한다.
호텔의 콘셉트는 “레트로가 현대를 만나는 모습”이라고 나폴레옹 스미스 3세가 말했다. 여기서 GSD 그룹이 아타리의 이름을 구매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호텔에 쉽게 올 수 있는 연령(50~60대)가 느끼는 게임 향수의 절정은 아타리 혹은 NES일 것이며, 닌텐도의 브랜드는 함부로 살 수 없으므로 아타리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니나 닌텐도, MS가 직접 호텔을 만드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호텔은 2020 연내부터 지어진다. 따라서 호텔의 위치와 대략적인 외관 외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VR과 AR, 레트로 게임이 주요 콘셉트라고 가정하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게임 속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고 유추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하듯이 아타리 호텔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READY GUEST ONE(손님 1호 준비 완료)”
게이밍 경험 외에도 호텔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AR과 VR 등을 도입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아타리 호텔은 아케이드 바(오락실),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아타리 호텔은 2020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건축을 시작하며, 이후 오스틴(텍사스), 시카고(일리노이), 라스베이거스(네바다),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캘리포니아), 시애틀(워싱턴) 등으로 진출한다.
게임 개발사 아타리는 호텔 계획과 별개로 게임 콘솔인 아타리 VCS를 제작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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