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매크로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일부 학계에서는 ‘실검조작방지법’ 혹은 ‘매크로 금지법’의 모호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아래는 오늘, 2019년 1월21일 체감규제포럼·디지털경제포럼·연세대정책전략연구소가 개최한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를 개최했다. 우선, 이 토론의 주요 쟁점에는 인터넷 예매가 음원 사재기 등의 이야기는 빠져있으며 실검법과 여론조작에 관한 내용만이 토론되었음을 밝힌다.

발제를 한 최민식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의 법안 일부 중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며 이 규정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대법원 판례 중 “악성 프로그램을 처벌해야 하지만 매크로 자체는 악성 프로그램이 아닌” 것을 들며 매크로를 기업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래는 학계와 변호사 등의 참가자들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왼쪽부터 최지향 교수, 정용국 교수, 이지은 변호사, 최민식 교수, 이상우 교수, 모정훈 교수, 곽규태 교수

토론 참여자

순천향대 곽규태 교수

연세대 모정훈 교수

법무법인 건우 이지은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장준영 변호사

동국대 정용구 교수

이화여대 최지향 교수

사회자: 연세대 이상우 교수

 

질문 1: 매크로 조작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조작으로 인한 피해의 대상인 누구인가?

곽규태 교수: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경우를 매크로라고 부르는데, 기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조작, 침해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조작과 피해의 대상은 이용자가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즈니스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주: 매크로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기업에서 퍼블릭 데이터를 수집하는 AI까지 매크로로 볼 수 있다)

최지향 교수: 정치권 논의를 보면 정치 엘리트가 여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시민을 매크로를 통해 조작할 수 있는 무지한 존재로 생각한다. 여론조작이란 게 사실 정치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작이라고 하는 것. 권력의 오만함이 깔려있다. 매크로 등의 제한이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의견의 교류와 표현을 막는다. 가장 큰 피해는 일반 시민들이 보는 게 아닌가.

이상우 교수: 여론을 조작한다는 결과로 피해받는 사람은 국회의원일 것이다.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건 의원 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말하는 것 같다.

 

질문 2. 매크로 조작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모정훈 교수: 매크로 조작의 행위자는 매크로 조작자다. 포털과 ISP는 조작보다는 관리의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악성코드의 경우 엔드단 사용자보다는 ISP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쉽다. 매크로 조작의 경우에는 일종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주로 매크로가 간단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드루킹 케이스를 보면 고난도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단순함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면 어디까지 매크로로 볼 수 있냐는 문제도 발생한다. 기술이 계속 업그레이드될 텐데 법률로 선을 지정해놓으면 계속해서 법을 고쳐야 했던 액티브X의 사례처럼 될 것이다.

정용국 교수: 책임의 정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위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규정해야 한다. 국민의 성향은 여론조작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다. 독재시대 등을 거치며 미디어가 권력에 통제되는 것에 민감하다. 종편만들때도 그랬다. 그러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미디어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이 안에서 실제로는 수천수만개의 여론이 있다.

이지은 변호사: 각 프로그램에서 악성의 요건이 충족돼야 처벌할 수 있다. 현재법에서는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가 어떤 행위를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기술을 기준으로 모든 매크로를 악성이라고 표현할 것인가. 모든 프로그램을 차단해버리면 문제가 될 것이다.

곽규태 교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법안의 대상과, 실제 프로그램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여론 조작에 대해서는 여론을 끌고 간다면 매크로뿐 아니라 ID 판매나 대여 등 문제가 될 요소가 많은데 매크로만 단속하는 이유는 정치적 여론형성 때문이 아닌가. 이 법은 법을 만들려고 하는 분들이 공방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

 

질문 3: 질문3: 온라인 사업자에게 기술적/관리적 조치라는 강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가?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강제의무는 이용자들의 기본권침해로 이어질 우려는 없나?

장준영 변호사: 헌법적 정당성을 판단할 때는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면 제제할 수 있다. 입법을 통해 국민의 (헌법을 보장하는 내에서의) 권한 제한은 가능하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기술적 보호조치 강화하는 입법 사례가 있었다. P2P 사업자나 불법 정보의 유통방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기술적 의무를 부여해 성폭력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매크로는 가치 중립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고 본질적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인가-하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지은 변호사: 현재의 법안이 너무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에서는 기술적으로 막기 어려운 공격의 경우 사업자의 책임을 경감해준다. 이렇게 법률을 명확하게 하면 된다.

최지향 교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 매크로에 한정할 수 없으니 실검을 사라지게 만든다.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실검 자체를 폐쇄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검 자체가 없어지면 실검의 순기능이 사라진다. 실검이 공유 경험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이용하는 주목적이 환경 감시 기능인데, 이러한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다.

모정훈 교수: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겠다. 디도스처럼 서버를 다운시키는 기술은 막기 어렵다. 이유는 정당한 패킷과 공격 패킷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IP에서 날아오면 그 IP의 접속을 막으면 되지만, 수천수만개로 늘어나면 불가능하다. 매크로 역시 하나의 프로그램만 있다면 가능하지만 분산 공격의 경우 막기 어렵다.

이상우 교수: 실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구글 트렌드 등이 있다. 실검이 없어지면 온라인 사업자의 경쟁력은 줄어들 것이다.

 

질문4

매크로 금지하는 해외사례가 있는지? 현재의 매크로 법안 통과될 경우 해외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 가능성 있는지?

장준영 변호사: 매크로 댓글 관련 해외 규제 사례는 없었다. 다만 미국에서 공연 티켓 예매 시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은 강력 규제한다. 온라인티켓예매법으로 금지 중이다. 해외사업자의 법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해외사업자라고 해도 국내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법 집행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 국내 사업자는 위법 책임을 묻기 쉽지만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아니다. 입법보다는 집행의 문제다.

정용국 교수: 여론 독점에 의한 폐해보다는 다양화된 정치 세력에 의해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이 존재하며 이를 조작의 과정으로 보지는 않는다.

 

질문 5. 현재의 매크로로 인한 여론 조작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론조작의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정용국 교수: 댓글 관련 논의 자체가 네이버와 포털사이트에 권력을 부여하고 신성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외 모든 사이트에 지배적인 여론이 있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기하고 자정 작용하게 돼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점유율이 상당해지며 네이버 댓글이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생각한다. 네이버는 공적 기관이 아닌데 지나치게 신성화돼 있다. 실은 그렇지 않다. 여론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댓글 기능은 사업자의 판단이고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여론을 어기는 것은 위법한 느낌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댓글 기능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댓글 여론의 문제 때문에 네이버의 기능을 제한하면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댓글의 기능적 한계를 알려주는 것이 이용자들에게 중요할 것이다.

최지향 교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며 매크로 금지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불가능하다. 정치권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입법으로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국회에서 정치 엘리트들이 놀 수는 없으니 인터넷 순기능을 찾을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지은 변호사: 4차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하며 사이버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규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그런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자. 안 되는 행위를 규정하고 나머지를 허락해주면 되지 않을까. 논의에 앞서서 가장 큰 의문점은 명확성의 원칙이다. 매크로 조작이 부당한 건지, 대량의 ID를 허위 사용자가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지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개념을 정하고 정의할 때 네거티브적으로 규제하는 게 중요하고 처벌의 범위도 중요할 것이다.

장준영 변호사: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역차별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개인방송의 선정성 등이 문제가 돼서 법을 개정해서 사업자에 대한 의무를 부과한 적이 있다. 이 법이 실효성이 없자 결국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단체로 하여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모니터링하도록 했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했다. 자율규제적인 접근이 이뤄진 것이다. 매크로 부분에도 자율규제로 접근하고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정훈 교수: 이 문제가 법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라인이나 인터넷 자정작용을 믿어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인터넷실명제법을 예전에 만들어냈다가 결국은 위헌판결을 받고 법안 자체가 폐지됐다. 매크로 법안 역시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공론화와 처벌가능성을 갖춘 다음에 하는 게 낫다. 아프리카TV의 사례처럼 모니터링을 하고 ISP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곽규태 교수: 명백한 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먼저 잘하는 것이 좋다. 매크로 조작의 고향인 음원이나 순위조작 등의 경우 추천제 폐지나 자정 시간대 발매 금지 등의 방법을 활용했는데, 그 이후 5일 만에 또다시 한 가수의 음원 사재기 문제가 발생했다. 수단에 의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사업자들에게 이걸 맡기면 사업자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생각이다. 수사당국이 여론조작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콘텐츠가 많아서 쉽지 않다. 기사는 1일 1만4천개이며 어떤 업체가 이 모든 걸 모니터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업체에서도 자정 노력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정리.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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