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인스타그램 IGTV 버튼

지금 사용 중인 인스타그램을 열어 메인화면을 살펴보자. 상단이 깔끔해진 게 느껴질 것이다. DM버튼 옆을 차지하던 IGTV 버튼이 어느샌가 사라져있다. 만약 버튼이 여전히 있다면 당신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거나 인스타그램에게 선택받은 1%의 인류다. IGTV 버튼이 사라진 이유는 사용자 피드백 때문이다.

IGTV는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영상 서비스로 별도의 앱으로도 서비스한다. 세로 영상만을 올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즉, 틱톡을 따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용자들은 최소 15초, 최대 10분의 영상을 올릴 수 있으며 인증받은 사용자는 1시간까지 업로드할 수 있다. 이 ‘1시간’의 숫자가 틱톡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문제점 역시 인스타그램과 연동된다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볼 수 있는 영상을 굳이 다른 앱으로 이동해 본다는 게 문제가 된 셈이다. 파격적인 매력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사용자는 앱 전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유행하는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틱톡에 비해 인스타그램에서 할 수 있는 건 수동적인 영상 보기뿐이었다. 인스타그램은 IGTV의 존재를 통해 인스타그램의 핵심 콘텐츠인 인플루언서를 크리에이터로 만들고자 했고, 별도의 크리에이터 유입도 바라고 있다.

IGTV의 정책은 조금씩 바뀌었다. 세로 전체화면 영상만을 제공하다 가로 영상을 2019년 중반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 IGTV 앱에서 보면 가로 영상의 섬네일은 제대로 잘려 있지 않다. 또한,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전환하는 도구 등은 제공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세로 전체 화면 영상은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으나 이제는 IGTV 내에도 세로 전체 영상이 많지 않다. 크리에이터들은 하나의 소스로 여러군데 업로드하길 원하며, 이들은 기존에 제작한 유튜브 영상을 그대로 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IGTV는 ‘인플루언서들의 틱톡’에서 유튜브나 페이스북 워치(watch)가 되고 있다.

IGTV가 원했던 모습: 인플루언서 TV
IGTV가 원했던 모습: 각종 세로 TV쇼
실제 IGTV의 모습: 인기 유튜브 모음

IGTV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이 역시 인스타그램과 연관이 있는 문제다. 유튜브처럼 수익화할 수 있는 모델이 없었다는 것이다. 숍 기능 등 인플루언서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인스타그램앱과는 다르다.

IGTV를 운영하는 계정의 경우 계정 내 탭에서 IGTV용 영상을 찾을 수 있다. 구독 중인 경우 IGTV 앱에도 노출된다

2018년 6월, IGTV 등장 이후 IGTV는 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틱톡은 15억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물론 이것은 틱톡의 천문학적인 광고비 집행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틱톡이 광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IGTV보다는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IGTV는 여전히 운영하는 계정에 한해 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IGTV 버튼이 사라진 이후 IGTV 앱을 통해 세로 영상을 구독하는 이들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조용히 IGTV를 묻을 땅을 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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