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4K 콘텐츠를 빵빵 틀 수 있는 사업자는 딱 정해져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통신사업자 서비스(웨이브 등)뿐 입니다.”

국내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왓챠 박태훈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한국의 망비용이 너무 비싸서 전체 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왜 넷플릭스, 유튜브, 통신사업자(웨이브)만 4K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국내 CP(콘텐츠 제공업체)는 비싸게 망비용을 내고 있는데, 외국계 기업이나 통신사는 이렇게 비싼 망비용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의 망비용이 얼마나 비싸길래 이럴까?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1Mbps 당 접속료는 3달러77센트를 내야 한다. 이는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다. 서울에 서버를 놓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미국이나 유럽보다 4배에서 8배 많은 접속료를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면 비용이 상승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VR 사업을 하는 한 창업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창업자는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VR 콘텐츠 사업을 하는데 굳이 미국에 서버를 뒀다고 한다. 한국의 망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망비용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에 대한 회수가 끝나면 이용료는 내려가야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연평균 38% 망 접속료가 내려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상호접속고시 변경…“무식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상호접속고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상호접속고시는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돈을 누가 내느냐를 결정해 놓은 과기정통부의 고시다.

원래 KT, SKT, LGU+와 등 같은 계위의 통신사들은 서로 정산을 하지 않았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동일계위에서 전 세계 99.98%가 상호 무정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CP의 서버가 SKT에 물려있든 KT에 물려있든, LG U+에 물려있든 이용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어, 데이터를 보내는 쪽이 돈을 내도록 됐다. 이렇게 되니까 인기있는 CP를 보유한 통신사가 불리해졌다. 데이터를 더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통신사들이 서로 인기있는 CP를 보유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CP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너희 때문에 우리가 돈을 더 내게 됐으니 너희가 돈을 더 내라”는 논리가 가능해졌다.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U+의 접속경로를 KT 목동 데이터센터에서 홍콩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상호정산 방식에서는 페이스북 캐시 서버를 보유하고 있던 KT가 일방적으로 돈을 내야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같은 상호접속고시 변경에 대해 “무식했던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같은 계위간 데이터 양에 따라 돈을 주고받는 유례가 없는, 인터넷 정신에 반하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써 CP와 ISP(통신사), 국내 CP와 해외 CP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현경 교수는 “정부가 상호정산 방식을 강제한 결과 통신사만 수익이 좋아졌다”면서 “특정집단은 이익이 되고 특정집단은 불이익이 되는 정책을 하려면 공익적 목적이 담보돼야 하지만, (상호접속고시 변경은) 그 공익적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호접속고시 변경으로 국내 CP만 불이익을 받고, 통신사가 CP 유치 경쟁을 하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과기정통부도 최근 대책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1계위 사업자 간 데이터트래픽을 1대 1.8 비율까지는 정산하지 않도록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다. 통신사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 트래픽 격차가 발생하더라도 최대 1.8배 격차까지는 상호 간에 접속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경신 교수는 “1대 1.8은 현재 상황을 고착화 하자는 것”이라면서 “통신사가 더이상 CP를 유치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사무총장은 “트래픽 종량제가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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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이라는 프로파간다

이 기사 서두에 인용한 박태훈 왓챠 대표의 하소연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규제나 정책이 한국 기업을 우대하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차별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이 역차별이라는 단어가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 처음 ‘역차별’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CP 업계인데, 통신업계가 이 역차별을 논리로 자신들의 수익강화를 꾀하고 있다. 통신사와 정부는 국내 CP와 해외 CP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해외 기업에 망비용을 받겠다는 것이다. 국내 CP가 한국의 망비용이 비싸서 못살겠다고 하니까,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모두 비싸게 받겠다는 식의 해법이다.

박경신 교수는 “해외 사업자에게 망이용료를 내라는 것 자체가 인터넷이 뭔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쉰다. 이 기사에서도 ‘망 비용’이나 ‘망 이용료’라는 표현을 썼지만 박 교수는 “인터넷에는 원래 ‘망 이용료’라는 게 없다”고 일갈했다. 내 컴퓨터를 인터넷 망에 연결하는 접속료만 내면 누구나 전세계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한국의 통신사는 접속료를 마치 통행료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강변했다. 국내 CP들이 통신사에 돈을 내는 건 망 통행료나 이용료가 아니라 통신사를 통해 전세계 컴퓨터와 연결하는 접속료를 내는 것으로, 해외 사업자들 역시 자사 서버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 접속료를 낸다는 설명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장은 “국내 CP들이 역차별을 처음 이야기한 것은 국내에서의 접속료가 비싸서 국내에 접속점을 갖고 있지 않은 해외 CP에 비해 불리하다는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저희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니까 엉뚱하게 해외 CP에 돈 달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이 해외 회선 비용 커지니까 해외 CP에게는 캐시서버까지 달아주는 특혜를 주면서 국내 CP에는 비싸게 접속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통신사나 정부 측 당사자가 참여하지는 않아 반대 논리는 전해지지 않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