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하면 한국에선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면도로니까 저렴한 임대료, 빠르게 철수할 수 있기에 비교적 적은 실패 부담, 오프라인이 아닌 배달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판매 집중, 그리고 배달 물류 연계. 한국의 공유주방이 제공하는 가치다.

일본에선 아니었다. 한국만큼 음식배달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에서 최초의 공유주방이 약 6개월 전 탄생했다. 도쿄 메구로구 나카메구로에 입지한 공유주방 ‘키친베이스(운영사: 센토엔)’가 그것이다.

키친베이스 나카메구로점의 내부 모습. 이렇게 주방 4개가 연이어 붙어 있는 구조다. 기본적인 주방 설비가 포함돼 있다. 한국의 공유주방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부분 이와 유사한 구조다.

키친베이스가 운영하는 4개의 주방에는 서로 다른 셰프가 입점해 있다. 태국 음식점, 햄버거 음식점, 한국 음식점(입점 예정), 그리고 키친베이스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면요리 전문점(미역국수와 마라탕면을 판다.)이 들어왔다. 주로 700~1000엔 정도 가격대의 저렴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타깃한다. 하루 평균 주방당 20~30개, 많으면 80개까지 주문이 발생한다.

지난 12월 말 키친베이스의 야마구치 다이스케(山口 大介) 대표가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우리의 음식배달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음식배달 시장은 일본이 한국보다 3~4년은 뒤쳐져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특히 음식 배달(Logistics) 모델을 직접 운영하는 키친베이스였기에, 한국의 배달 서비스를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반대로 우리가 일본의 배달 시장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도 생각된다. 일본은 한국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라인과 협력하여 2014년 진출했지만, 실패의 고배를 마셨던 시장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아무래도 당시 일본의 음식배달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 실패의 이유였던 것 같다”며 “지금은 당장 중국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디디추싱이 ‘디디푸드’ 브랜드를 출시 준비하며 일본 배달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최근 일본 배달시장 진출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도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협업의 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야마구치 대표를 만나 ‘일본의 배달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공유주방, 음식배달 플랫폼,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물류까지.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지 묻고 답변을 받았다.

한국에 방문한 야마구치 다이스케 센토엔 대표(사진 오른쪽)와 배승호 센토엔 CFO(사진 왼쪽). 야마구치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주최한 아마존 BM 스터디 3기 참석차 도쿄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왜 공유주방인가

한국과 일본의 공유주방 탄생 배경은 같다. 음식점을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면도로에 있는 주방을 임대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본으로 음식점을 오픈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키친베이스에 들어간다고 ‘운영비(Running costs)’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와 같은 운영비용은 단독 창업과 거의 비슷하게 소모된다. 하지만 창업 자본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야마구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보통 일본에서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데 드는 준비 비용이 1000만엔(약 1억원) 정도라고 이야기 되는데, 우리는 오픈 준비비용으로 50~100만엔을 받는다”며 “90~95% 이상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키친베이스의 오픈 준비비용에는 ‘보증금’과 ‘보험료’, ‘시스템 사용료’ 등이 포함된다.

초기 키친베이스의 사업 모델은 공유주방 입점 업체로부터 매출 수수료를 받는 것이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최근 ‘임대료’를 받는 형태로 변경하고 있다. 키친베이스에 입점한 업체들은 15~25만엔 가량의 임대료를 매달 키친베이스에 지불한다.

한국의 공유주방 역시 대부분 임대료를 수익모델로 채택한다. 예컨대 최근 송파구 석촌동에 3호점을 연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은 보증금 1200만원에 월 임대료 180만원으로 단독 주방을 임차한다.

야마구치 다이스케 키친베이스 대표는 “일본은 주로 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낮다. 특히 건물 지하나 2층, 3층은 레스토랑이 들어가기엔 손님을 모으기 애매한 위치라 평가 받는다”며 “이렇게 레스토랑을 하기엔 저평가된 부동산을 찾아서 공유주방을 만들고 음식점을 열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임대차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극복한 이면도로의 한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공유주방 역시 이면도로 입점의 한계는 있다. ‘오프라인’ 판매가 주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키친베이스는 오프라인 판매를 하기는 하지만, 매장 접객을 따로 하진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키친베이스에는 손님을 받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테이크아웃’ 손님만 받는다.

오프라인 손님이 덜 드는 ‘이면도로’의 한계는 온라인으로 극복했다. 일본에서는 데마에칸(出前館)과 우버이츠가 양대 배달 플랫폼으로 평가 받는다. 키친베이스에 들어온 음식점들은 이 플랫폼들에 입점해 음식을 판매한다. 한국의 공유주방 입점 음식점들이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과 연계해 음식을 판매하는 개념과 같다.

야마구치 대표는 “현재 일본 음식배달 시장은 약 4000억엔 정도의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500억엔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전체 음식 카테고리 중 3.5~4%가 배달 음식 시장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음식배달 플랫폼의 점유율은 공개된 자료가 없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대략 우버이츠가 40%, 데마에칸이 40%, 라쿠텐딜리버리나 파인다이닝 같은 여타 플랫폼들이 20%를 형성하는 것으로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밝히자면, 한국의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20조원 규모로 추산(한국외식산업연구원, 19년 3차 외식산업 배달 실태에 관한 연구 참고)된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17년 기준 한국의 음식업 매출액은 약 107조원이며, 동기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음식업 매출액의 약 14% 수준으로 조사됐다.

직접 확보한 ‘배달망’


키친베이스는 배달망을 직접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총 7명의 라이더를 고정급제(시급 1200엔)로 고용했다. 키친베이스가 라이더를 고용한 이유는 ‘서비스 품질’의 확보를 위해서다. 고객에게 최대한 빨리 갓 만들어진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라이더를 직영으로 운영한다.

한국의 공유주방 중에서도 위쿡, 고스트키친과 같은 업체들이 배달기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고스트키친은 현재 약 10명의 배달 인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고정급을 받는 정규직 기사이고, 고스트키친 직원들이 받는 모든 복지를 그대로 적용 받는다. 굳이 고스트키친이 배달대행업체만 쓰지 않고 라이더를 확보한 이유도 키친베이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고스트키친 관계자는 “배달대행 기사들이 공유주방에 들어와서 최소 5개 주문을 묶어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최초 주문한 고객 대상의 배달이 늦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라이더를 고용한 것”이라 설명했다.

고스트키친 강남 공유주방 앞에 대기중인 라이더. 키친베이스 역시 라이더를 직접 운영한다. 첨언하자면 우버이츠와 함께 일본의 양대 배달 플랫폼으로 평가 받는 ‘데마에칸’은 전업(프로)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모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보통 ‘건당’ 돈을 받는 이들이다. 보통 신문배달업을 하던 이들이나 레스토랑 스탭을 하던 이들이 많이들 데마에칸 라이더로 넘어갔다는 야마구치 대표의 설명이다. 크라우드소싱으로 모은 자전거 라이더가 중심이 되는 우버이츠와는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키친베이스도 아웃소싱과 직영 라이더 운영을 병행한다. 배달 업무를 직영 라이더에게 우선 할당할 뿐이다. 키친베이스는 직영 라이더가 모두 업무 중인 상황이 오면 ‘우버이츠’ 라이더를 통해 배달을 진행한다. 우버이츠 판매 수수료로는 약 35%를 지불한다. 한국에서 철수한 우버이츠가 15~30%의 수수료를 받았던 것과는 다르다. 우버이츠 라이더가 평균적으로 받는 임금은 건당 500엔 정도다.

첨언하자면, 일본에도 음식배달의 피크타임은 있다. 키친베이스의 경우 평일 기준 통상 점심시간인 오후 12~13시, 오후 18~20시가 피크다. 주말에는 피크타임이 한 시간 정도 늦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한국도 점심, 저녁이 피크타임인 것은 동일하지만 그 범위가 좁다. 키친베이스 라이더들은 일이 별로 없는 유휴시간에는 전단지 배포 임무에 투입된다.

키친베이스만의 ‘가치’

한국의 공유주방 업계에선 ‘임대료’ 경쟁이 한창이다. 20여개의 공유주방 업체들이 곳곳에서 난립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고 셰프를 끌어오기 위한 직관적인 수단은 ‘저단가’다. 단순히 이면도로니까 저렴한 임대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유주방 입점 음식점에게 다른 ‘가치’를 제공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이 한국 공유주방 업계의 숙제로 대두된다.

키친베이스 또한 여러 경쟁 사업자가 등장한다면, 똑같은 고민에 부딪힐 수 있다. 앞으로 나타날 경쟁업체 모두가 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료를 넘어선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입점 사업자들을 키친베이스 생태계 안에 안정적으로 남길 수 있다.

키친베이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셰프의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키친베이스는 온라인에 강한 사업자다. 그렇기에 온라인에서 어떤 음식이 잘 팔리는지 알고 있다”며 “일례로 특정 음식의 옵션 메뉴로 치즈를 넣으면 잘 팔린다거나 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잘 팔릴 만한 음식을 공동 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배달 플랫폼은 한국과 다르게 판매 카테고리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양대 플랫폼 중 하나인 데마에칸은 주로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돈부리(덮밥)’, ‘카레’와 같은 음식이 잘 팔린다. 또 다른 플랫폼인 우버이츠는 도쿄 시부야, 미나토 등지에서 시작한 만큼 햄버거나 샐러드 같은 웨스턴 음식이 잘 팔리고 여성 소비자가 많다. 파인다이닝 같은 경우는 초밥 배송으로 시작한 플랫폼인지라 초밥 카테고리가 강하다. 물론 데카에칸에도 샐러드 카테고리가 있지만, 잘 안 팔린다는 게 야마구치 대표의 설명이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의 특성이 다르기에 플랫폼별 맞춤 마케팅이 필요하다.

야마구치 대표는 “우리가 판매하는 음식 중 미역을 갈아 만든 국수가 있는데 플랫폼마다 광고 문구를 다르게 한다”며 “같은 국수를 팔더라도 남성 고객이 많이 쓰는 데마에칸에서는 ‘시원한 국물맛’을 강조하고, 여성 고객이 많이 쓰는 우버이츠에서는 ‘가타카나’를 쓰는 식으로 여성이 선호하는 느낌으로 리패키징 한다”고 밝혔다.

가치를 제공하는 두 번째 방법은 ‘커뮤니티’다. 키친베이스는 데이터를 통해 어떤 고객이 특정 입점 셰프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셰프와 고객이 공유주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다른 방식으로 셰프와 셰프가 서로 만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이벤트도 기획한다.

야마구치 대표는 “한국의 공유주방 사업자와 커뮤니티 사업 제휴 욕심이 있다”며 “일본 셰프는 한국으로 가고, 한국 셰프는 일본으로 와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키친베이스 내부에서 ‘스토리지 비즈니스’라고 명명했다. 예를 들어서 옆집 누구의 어머니가 볶음우동을 잘 만든다고 해보자. 어머니에겐 주말에 짬나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해 키친베이스 주방에 방문해서 볶음우동을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 음식을 평일에 판매하여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오는 5월 2호 공유주방을 출점할 예정인데, 그 때 스토리지 비즈니스 출시를 준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홋카이도(북해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셰프가 도쿄 시장 출점을 위한 테스트마켓으로 키친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냉장고에 한국 음식이 차는 그 날이 올 수 있다.

국경을 넘어선 음식 판매라고 불가능할 것은 없다. 한국 음식을 일본 키친베이스 주방 냉장고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보낼 수 있다면 말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이라 물류가 어렵다면 주방장을 키친베이스에 파견해도 된다. 한국의 레스토랑 사업자들은 키친베이스를 일본 사업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야마구치 대표는 “한국 사업자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 한국 레스토랑 사업자들이 키친베이스를 일본 진출의 테스트마켓으로 이용하는 것도, 키친베이스를 통해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 키친베이스는 셰프들에게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제공하고 싶다. 우리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라고 이야기 하는데, 셰프가 한 장소에 고정돼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든, 세계 어디에서든 주방을 바꿔가면서 일하게 하는 방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