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데이터로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대기업은 스타트업처럼 혁신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이미 거대한 몸집과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적 행보를 걷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외부의 스타트업을 우군으로 삼으려는 노력하곤 한다.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와 같은 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KB국민카드가 운영하는 퓨처9(FUTURE9)도 비슷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퓨처9은 KB국민카드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더인벤션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스타트업을 선발, 협업,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이 퓨처9의 목표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는 퓨처9 3기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3기 참여 스타트업의 사업 현황과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번 데모데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KB국민카드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대기업의 강점과 스타트업의 강점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실제 사례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셜벤처 ‘위대한상사’가 운영하는 공유주방 ‘나누다키친’을 들 수 있다. 나누다키친은 호프집처럼 특정 시간대에만 활용하는 매장의 유휴시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자영업의 최대 난제인 임대료를 대폭 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나누다키친은 단순히 공간만 재임대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주변의 상권을 분석해서 어떤 사업과 메뉴가 가장 장사가 잘될 수 있는지 정보와 레시피까지 제공한다.

위대한상사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실제 거래데이터가 없어 상권분석이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KB국민카드의 데이터가 큰 힘이 됐다. KB국민카드는 고객들이 그 지역에서 어느 가게에 많이 가는지 알 수 있는 실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와 위대한상사는 실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함께 논의해서 새로운 분석 단위를 창출했고, 이를 활용한 나누다키친 서비스는 자영업자의 창업부담을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높였다.

고객데이터 기반 자동차금융 플랫폼 ‘렌킷’도 KB국민카드와의 협업이 눈에 띈다. 렌킷은 소비자가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신용정보와 차량 사고내역, 운전자 정보, 운전경력 등을 분석해 맞춤형 대출조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렌킷은 KB국민카드와 함께 신용정보와 금융정보를 활용해서 유리한 대출조건을 안내하고 실행한다. KB국민카드 입장에서는 렌킷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늘려갈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다른 핀테크 앱에 대출광고를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산시장 ‘얌테이블’은 KB국민카드의 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했다. 얌테이블은 최근 B2C를 넘어 B2B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온수요라는 온라인 B2B 장터를 만들어 요식업체가 수산물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아직 B2B 시장은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된 시장이 아니어서 수산물을 활용하는 음심점주를 타깃한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얌테이블은 여기에 KB국민카드 40만 가맹점주 데이터를 활용했다. KB국민카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신규회원 가입 및 이용금액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KB국민카드 역시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던 시장을 카드결제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아예 KB국민카드와 스타트업이 공동사업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KB국민카드와 여행 스타트업 트립비토즈는 자유여행 플랫폼 ‘TTBB'(Trip Travel Better Beyond)를 개발했다. TTBB는 KB국민카드 고객 전용 자유여행 플랫폼으로, 전 세계 호텔, 항공, 액티비티 등의 여행 상품을 특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TTBB에서 고객에게 특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데 KB국민카드의 데이터가 유용했다. KB국민카드 데이터를 활용하면 고객이 어떤 생활 패턴을 보이는지,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지 알 수 있다.

김능환 KB국민카드 부사장은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신성장 동력을 찾는 전략으로 퓨처9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민카드와 스타트업 양측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입력 시켜 시너지를 일으키는 오픈이노베이션의 대표 모델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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