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으로 킥보드 옮기고 돈 벌기 – 이론편

라임은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다. 한국에는 2019년 10월 들어와서 서울 강남구, 송파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 방법은 여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와 같다. 라임앱을 설치하고, 길거리에 있는 킥보드를 찾아서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이용이 끝나면 사전 등록한 수단으로 자동 결제된다. 이용 요금은 기본 1200원(잠금해제 비용)이며, 1분당 18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변동 가격(Dynamic Pricing)이 적용돼 도시, 요일, 시간에 따라 다른 요금이 부가될 수 있다. 물론 오늘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이렇게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와 배터리 잔량이 표기 된다. 근처에서 QR코드를 스캔해서 탑승하면 된다. 도저히 못 찾겠으면 ‘링’ 버튼을 누르면 또롱롱롱 소리가 나면서 찾기 좀 편해진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의 핵심은 ‘운영’이다. 전기로 동작하기 때문에 방전된 전동킥보드를 수거하여 충전하고 수요 밀집 지역에 재배치하는 운영이 필수적이다. 고장나거나 파손된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일도 누군가가 해야 한다. 국내 대부분의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들은 이 운영 프로세스를 외부 물류업체에 맡기거나, 화물차를 통한 직접 수거를 병행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씽씽 사무실 옆에 주차된 화물차. 전동킥보드 수거 및 재배치에 사용된다. 첨언하자면, 씽씽의 전동킥보드는 ‘교체형’이라 화물차로 옮기는 것은 주로 고장난 것들이다. 띵동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건당 1500원의 돈을 받고 방전에 가까워진 배터리를 교체한다. 타업체와 운영방법이 다르다.

라임은 ‘일반인’을 쓴다. 쥬서(Juicer)라 불리는 이들이다. 배터리가 부족한 전동킥보드를 수거하여 자택, 사무실 등 어떤 공간에서든 충전하고 수요 밀집 지역에 재배치하는 일을 이들이 한다. 고장, 파손이 발생한 전동킥보드를 수거하고, 수리가 끝난 물건을 재배치하는 일도 이들이 맡는다.

누구나 쥬서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사전 신청을 통해 라임 하남 본사(라임 베이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을 수료하면 활동 지역과 셔틀(도보), 소형차, 중대형차, 트럭 등 운송 수단에 따라 전동킥보드 충전기를 최대 10개까지 지급 받는다. 이제 쥬서로 활동할 수 있다.

기자도 쥬서 교육을 받고 전동킥보드 충전기 부자가 됐다. 기자는 강남에서 활동하고, SUV 차량을 끌고 다닌다고 해서 7개를 받았다. 이거 미국에서는 개당 USD 40에 판매되는 나름 비싼 충전기다. 한국에서는 아직 판매하지 않고, 쥬서 교육 수료자에게 무료 지급한다.

기자도 쥬서로 등록했다. 탄탄한 이론 확충을 위해 약 1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쥬서의 피크타임은 언제이고, 어떻게 하면 잘 옮길 수 있는지 노하우를 머릿속에 넣었다. 이제 현장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그 전에 습득한 ‘이론’을 정리해본다.

쥬서의 임무

쥬서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전동킥보드 수거, 충전 및 재배치다. 이용자들이 하루 종일 신나게 타서 배터리가 방전된 킥보드를 수거, 충전하여 수요 밀집 지역에 재배치하는 임무다. 쥬서는 현재 강남구, 송파구 등지에 총 300여개의 라임 허브를 운영하고 있다. 허브라고 별것은 아니고 버스정류장 근처, 지하철 근처와 같은 수요밀집 지역을 칭하는 말이다. 충전 및 재배치 업무는 앱상에 ‘녹색’ 핀으로 나타난다.

이 곳이 라임허브다. 쥬서는 별도 앱설치 없이 라임앱에서 바로 UI를 전환하여 활동 가능하다. 라임허브 근방에 검정색 반경과 숫자가 표시된다. 반경은 이 안에다가 킥보드를 재배치하라는 뜻이다. 숫자는 해당 라임허브에 최대 배치 가능한 전동킥보드의 숫자다. 통상 수요가 많은 정류장이나 역 근처는 최대 10개, 그 외 지역은 최대 4개 배치되도록 설정했다는 라임측 설명이다.

두 번째는 고장 신고가 들어온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업무다. 쥬서가 직접 전동킥보드를 고칠 수는 없으니 수리를 하는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수리 거점은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베이스(라임 하남 본사) 한 곳이다. 이 업무는 ‘충전’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목적지로 하남까지 이동해야 한다. 하남으로 전동킥보드를 옮기는 동선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잡으면 안 된다. 앱상에서는 ‘붉은색’ 핀으로 나타난다.

고장 전동킥보드 수거 업무는 앱상에 이렇게 붉은색 핀으로 표시된다. 하남까지 이동해야 하니 동선이 맞는 사람이 아니면 왠만해선 잡지 말자.

세 번째는 라임 서울 베이스에서 출고되는 전동킥보드를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 있는 라임 허브로 배치하는 임무다. 두 번째 임무와 마찬가지로 충전을 할 필요는 없지만, 픽업을 위해 하남까지 방문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앱상에서는 ‘주황색’ 핀으로 노출된다. 현재 앱상에 주황색 핀은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으니 없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라임은 관련하여 쥬서가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임무를 내년 초 추가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병목이 발생하는 곳

현재 가장 많은 주문량이 나오는 쥬서의 핵심 임무는 첫 번째다. 수거하고 충전하고 재배치하는 일이다. 익일 오전 2시까지 수거한 전동킥보드는 충전을 하여 오전 7시까지 라임 허브에 재배치해야 된다. 오전 2시 이후에 수거한 전동킥보드는 오후 5시까지 재배치해야 한다. 완전 방전된 라임의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4시간인데 이를 반영한 재배치 시간이다. 시간 안에 배치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최소 충전비율은 95% 이상이다. 때문에 웬만하면 전동킥보드를 완충해서 재배치하자. 애매하게 충전을 했다가는 이동 중에 충전비율이 95%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라임 허브에서 전동킥보드 반납이 안 된다. 힘들게 일하고 돈을 못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거하고 재배치하느냐는 것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들고 가도, 끌고 가도, 타고 가도, 싣고 가도 된다. 앞에 세 가지 방법은 도보(라임에선 셔틀이라 부른다.)로 쥬서 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라임의 서비스 제공 지역인 송파구와 강남구에 자택이나 사무실이 있는 이들이 이 방법을 쓴다.

여기서 타고 가는 것은 라임이 권장하는 방법이 아니다. 전동킥보드 배터리가 남아있으면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많이 타면 오남용으로 간주해 추후 경고가 갈 수 있다. 그렇다고 들고 가기엔 라임 전동킥보드 하나의 무게가 22.5kg이다. 허리 나갈 수 있으니 웬만해선 끌고 가자.

‘차량’에 싣고 가는 방법 또한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일반 중소형 승용차라면 뒷자리에 한 대 정도의 킥보드가 들어간다. 라임 킥보드가 접이식이라면 더 많이 들어가겠지만 아쉽게 접히지는 않는다. 트렁크에 못 싣는다. 카니발 같은 승합차나 레이와 같이 고가 높은 차량에는 3~5대의 전동킥보드를 실을 수 있다. 10대 이상 싣기 위해선 트럭을 동원해야 한다.

라임 관계자는 “보통 자택과 사무실에 공간이 많으니 배터리를 10개씩 들고 가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하지만 병목이 발생하는 기준점은 충전 공간이 아니라 이동 수단”이라 설명했다.

숨은 킥보드 찾기

수거와 충전, 재배치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다. 쥬서의 숨은 업무가 있으니 ‘숨은 킥보드 찾기’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왕왕 킥보드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 놓는다. 잘 보이지 않는 이면도로에 있을 수도 있고, 아파트 고층 베란다에 있을 수도 있고, 심하면 자택이나 사무실 내부와 같이 사유지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여기서 마지막 경우는 쥬서가 찾을 수 없다.

라임은 쥬서가 킥보드를 찾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크게 네 가지 기능을 지원한다. ‘예약’, ‘탐색’, ‘링’, ‘보고’가 그것이다. 첫 번째 예약은 쉽게 말해 다른 쥬서가 해당 전동킥보드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하는 ‘찜’ 기능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전동킥보드는 다른 쥬서의 앱 화면에서 30분 동안 노출이 사라진다. 그 시간 동안 여유 있게 찾으면 된다. 힘들게 킥보드 근처까지 왔는데 누군가가 그 킥보드를 가져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 기능은 하루(12시간)에 총 3번 사용할 수 있다.

‘탐색’은 차량으로 픽업하기 위해 이동하는 쥬서가 활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이다. 카카오맵, 네이버맵, 웨이즈 중에 끌리는 것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링’ 기능은 킥보드가 안 보일 때 신호를 보내서 소리가 나도록 하는 기능이다. 백날 지도와 현실 공간을 뒤져봐도 안 보이는 킥보드를 찾는데 필요하다. 누르면 또릉롱롱 소리가 나는데, 이걸 듣고 열심히 찾으면 된다. 라임 직원들이 킥보드 탐색 업무에 투입되면 통상 30~40번씩 울려서 찾는다고 한다. 숨은 킥보드 찾기 정말 어렵다.

마지막 ‘보고’ 기능은 도저히 못 찾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예약을 누르고 30분 동안 열심히 찾았는데 전동킥보드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안 보일 때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보고를 통해 ‘분실 신고’를 하면 예약 기능 3회 제한이 차감되지 않는다.

보고에는 ‘고장 표시’ 기능도 있는데, 이것을 그냥 하면 힘들게 킥보드를 찾았는데 돈은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망가진 전동킥보드를 찾았더라도 끌고 갈수만 있다면 픽업해서 충전을 하고 재배치를 하자. 그 다음 고장 표시를 하면 쥬서는 돈을 받고, 라임도 고장난 킥보드를 발견할 수 있으니 서로 좋다. 이건 라임 쥬서 교육현장에서 권장하는 내용이다.

숨은 킥보드 찾기를 지원하는 라임의 4가지 기능. 왼쪽부터 전체 화면과 예약, 탐색, 보고를 눌렀을 때 각각 노출되는 화면

피크타임의 이해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에는 ‘피크타임’과 ‘유휴시간’이 있다. 라임과 같은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의 피크타임은 출퇴근과 점심시간이다.

쥬서의 피크타임은 조금 다르다. 배터리가 방전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보통 출근, 점심, 퇴근시간까지 한창 전동킥보드가 이용된 오후 9시 경부터 방전 위기에 처한 전동킥보드가 출몰한다. 픽업 주문량이 치솟아 오른다.

계절 또한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는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겨울은 쥬서에게도 비수기다. 물량이 상대적으로 덜 나온다. 라임측에 따르면 겨울에는 쥬서가 1 회전을 초과하는 업무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오후 9시 피크타임에 한 번 차량으로 전동킥보드 수거를 하고, 집에다 킥보드를 갖다 놓고 다시 돌아와서 수거를 나가는 업무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통상 쥬서 한 명이 한 차에 실으면 끝날 정도의 물량이 겨울에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 피크타임을 감안하여 본인의 업무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쥬서 피크타임이 되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하자. 쿠팡이츠가 됐든 배민커넥트가 됐든, 부릉프렌즈가 됐든, 쏘카 핸들러가 됐든 할 일은 많다. 피크타임 이후에도 다른 일을 하자. 카카오T 대리가 됐든, 타다 드라이버가 됐든, 쿠팡 상품을 사서 아마존에 팔든 이쪽에도 할 일은 많다.

그래서 얼마 버나요?

가장 중요한 것. 이렇게 일하면 얼마나 벌 수 있나. 라임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변동 가격이 적용됐듯, 쥬서에게도 변동 가격이 적용된다. 알고리즘에 따라서 쥬서가 받는 돈은 달라진다. 통상 충전임무의 경우 3000~4000원대의 주문이 가장 많이 나온다. 낮은 것은 2000원대, 높은 것은 6000원대까지 튀어나온다.

라임이 이야기하는 쥬서의 가격 책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긴급성이다. 빨리 해치워야 하는 임무일수록 금액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서 배터리가 0%에 가까워질수록 쥬서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늘어난다. 반면 배터리 잔량이 여유 있고, 수거할 전동킥보드가 연이어 세워져 있으면 단가가 떨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난이도다. 어려운 주문일수록 금액은 높아진다. 뜬금없이 전동킥보드가 북한산 중턱에 가있다고 한다면 금액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이 난이도를 쥬서앱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쥬서 앱에는 전동킥보드가 마지막으로 GPS 신호를 보낸 시간과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라이딩을 한 게 언제인지 노출된다. GPS 신호가 끊어진지 오래된 전동킥보드는 방전된 상태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누구도 찾지 못해 행방불명 됐을 가능성이 높다. 난이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라이딩 또한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난이도를 보여준다. 소비자도 잘 못 찾는, 혹은 굳이 타러 가기 싫은 어딘가에 주차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하루가 넘어가도록 아무도 타지 않은 전동킥보드도 있다. 3일짜리 이상도 가끔씩 보인다.

라임 관계자에 따르면 많이 하는 쥬서는 하루에 50개 정도의 전동킥보드를 충전하고 재배치한다. 한 대당 수익을 3000원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15만원 이상 버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트럭을 써야 한다.

라임측에 따르면 차량을 통해 픽업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도보 셔틀로 쥬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대개 이 분들은 라임 서비스 지역인 서울 서초구나 강남구에 자택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론은 이제 끝났다. 이론대로 한다면 피크타임을 노려서 모여 있는 전동킥보드를 싹쓸이 하면 된다. 픽업지와 충전지 사이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지인이 거주하는 강남 공유오피스의 플러그를 활용한다. 이렇게 라임 쥬서로 전동킥보드 옮겨서 부자 될 거다. 다음은 실전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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