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년 연속 나를 CES로 이끈 두 회사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매년 초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한 해 동안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격전을 펼칠 방향성을 미리 관전할 수 있는 콜로세움 같은 곳이다. 필자는 2017년 처음 CES에 참관했는데, 그 자리에서의 놀라운 경험과 인사이트가 4년 연속 참관하게 되는 동기가 됐다.
이 자리를 빌어 필자가 CES 참관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 경험 덕에 필자는 새로 등장하는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리딩하는 미래를 보는 관점을 다시 가질 수 있었다.
CES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글에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필자가 주로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은 4차 산업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해 나가는 회사들이었다. 필자는 지난 3년간 CES에 참관하며 이 회사들을 집중 관찰했다. 그 내용을 사용자/고객/서비스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CES 2020의 관전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자동차회사를 넘어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자하는 메르스데스 벤츠 등 글로벌 모빌리티 회사에 주목했다. 또,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로 불리우는 플랫폼 기업 중, 아마존과 구글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의 행보를 갖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2017 CES, 연합군까지 결성한 골리앗 ‘아마존’,
자동차를 넘어서 물류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필자를 4년 연속 CES로 발길을 인도한 장본인은 아마존과 메르세데스 벤츠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관람객들이 거의 없는 전시공간인 아리아 호텔에서 아마존 알렉사와 그들의 연합군이 보여준 행보는 필자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그 자체로 충분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세를 넓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즉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해 윈윈할 수 있는 3자(3rd Party) 디바이스 확산을 위한 연합군을 형성한 것이다. 이를 위해 무료 SDK인 알렉사스킬스킷(Alexa Skills Kit)과 API인 알렉사보이스서비스(Alexa Voice Service)를 연합군(관련 제휴 업체)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스피커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서 세를 넓혀 더 많은 경험 데이터가 축적되게 해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2017년 당시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과 간편한 사용자 경험으로 프리미엄 스피커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소노스(SONOS)등 스피커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또한 포드같은 자동차회사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화웨이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 관련 업체들과의 협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초지능과 초연결이라는 가치와 맥을 같이 하는 행보였다. 이러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 두뇌를 탑재할 수 있었던 AI 스피커 에코(Echo)는 2016년 1000만 대 이상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다.
아마존은 1990년대 초 차고에서 책을 파는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해 A에서 Z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로 확장했고 지금은 물류기업까지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아마존 에코를 출시했는데, 이를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등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가입자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들의 패턴을 확보하고 추천기술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다시 높이는 등 선순환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가까운 미래에 아마존이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신규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더 많은 데이터 확보는 더욱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고객경험을 만드는 기본적인 요건이다. 아마존 에코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데도 관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과 연합군을 형성한 것은 AI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진화 가능성을 높였다. 저가형 에코닷을 통해 사용자 풀을 넓히는 공격적인 행보에 자극 받은 구글은 저가형 구글 홈 미니를 출시해 추격했으나 아마존은 2017년 말 전체 미국 시장의 72%를 점유하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시장조사회사 카날리스에 따르면 2019년 3분기(7~9월) 아마존은 전년대비 65.9% 성장률과 36.6%의 점유율을 보이며 지금도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에 이어서 2~5위 업체들의 점유율은 모두 10% 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업체별 스마트 스피커 출하는 아마존이 가장 많은 1040만대를 판매해 선두를 차지했다. 2위는 알리바바로 390만대를 기록했고, 3위 바이두(370만대), 4위 구글(350만대), 5위 샤오미(340만대)가 뒤를 이었다. 상위 5개사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유일하게 구글만 40.1%나 감소했다.
필자를 4년간 CES로 이끈 두 번째 회사는 메르세데스 벤츠다. 필자는 2016년 9월에 열린 하노버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비전밴(Vision Van)을 봤다. 당시 교통의 미래라는 엔딩 타이틀과 함께 벤츠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영상은 당시 필자에게 큰 울림과 인사이트로 다가왔다. 물류창고와 연계된 물류 파렛트를 탑재한 밴은 차량 운행, 관리,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돼 있었다. 이를 통해 최적의 배송루트를 확인하고, 차량에 탑재된 드론으로 짐을 현관까지 자동 배송한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 염두해 둔 물류기업으로의 확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행보인 것이다.
구글이 단순 검색엔진에서 시작해서 광고와 접목하고 유튜브를 인수해 영역을 확장, 기존 티브이 영상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디지털 프레임을 넘어서 자율주행자동차, 디지털 제품 등 실상으로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방대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자동차로 기존 자동차 회사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헬스케어 산업으로 진출하는 등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타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인 메르스데스 벤츠도 기존의 자동차 생산 업체를 넘어서는 행보를 보였다. 특화된 물류창고와 배송용 전용 밴, 드론을 활용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를 CASE 전략이라고 부른다. CASE의 4가지 핵심 요소는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 및 서비스(Shared & Service), 전기 구동(Electric Drive)이다. CES에서 벤츠의 부스는 다른 부스와 달리 그들의 전하고자 하는 연관성 있는 주제를 부스 내에서 미니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한다. 인지 차량(Cognitive Car) 개발 계획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미래 자동차에 건강과 관련한 요소가 어떻게 구현 가능한지도 강의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시 방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의미 있는 주제로 진화했다.
CES 2017에서는 ‘커넥트카의 헬스디바이스로 역할’과 ‘인공지능의 기회와 한계’, ‘자율주행과 지도’, ‘라스트마일 배송의 비전과 관련된 솔루션과 서비스’가 세미나 주제들이었다. CASE 전략 아래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배터리 전기 구동차, 스포티 SUV 쿠페인 ‘컨셉 EQ(Concept EQ)’ SUV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이를 통해 차세대 가정용 배터리 기술도 선보였다.
또한 메르세데스 미를 통해 인공지능, 스마트 홈과 차량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전시했다.
반면에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와 혼다는 자율주행차에 AI를 탑재해 탑승자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내고 주행하면서 자동차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지금까지의 기호를 축적함으로써 운전자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고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동반자 콘셉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대세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를 넘어 인간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 주요 테마다. 미래 모빌리티를 사람 중심으로 운전자의 감정, 취향을 집적해 빅 데이터로 활용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코스까지 제안하는 등 사람과 비슷한 소통능력을 갖춘 자동차를 제시한 것은 의미 있다. 하지만 벤츠의 모빌리티를 통한 물류와 헬스케어 산업 등 다양한 타 영역으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에 비하면 다소 자동차에 국한되어 초점이 맞춰져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아이오닉 자율주행 자동차 전시를 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우버 등의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배송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가지는 주도권을 생각하면 현기차가 자동차와 기술에만 국한해 전시를 하는 것은 안타까웠다.
<김남형 계원예술대 교수> knh2001@iclou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