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가 다루는 범위는 방대하다. 수출입을 통해 원자재를 공급받고,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공장에서 제품과 부자재를 만들고, 창고에 보관하고, 전 세계의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아우른다. 선박과 항공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회사, 항만이나 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 통관 회사, 보험사,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회사, 트럭과 이륜차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연결돼 완결된 네트워크를 만든다.

물류 담당자는 산업을 막론하고 어디에든 있다. 제조기업의 물류 담당자는 공장 내외부의 다양한 흐름을 최적화 하는 일을 한다. 물류학계에서 ‘사내물류’라 명명한 영역이다. 유통기업에는 물류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 제조, 유통기업들이 자사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직접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은 공급사슬 각 영역을 최적화하기 위한 IT 솔루션을 개발한다. 또 다른 기업은 물류 현장에 들어갈 하드웨어 설비를 구축한다. 물류 인프라로 투자 상품을 만드는 금융회사도 있다.

물류가 다루는 범위가 넓은 만큼 각 영역의 특성은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라스트마일 물류라도 사륜차 기반 쿠팡 로켓배송이 다르고 이륜차 기반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가 다르다. 같은 이륜차더라도 배달대행과 퀵서비스는 차이가 있다. 단가 체계가 다르고,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다. 물류의 공통점은 ‘연결’이 만든다 뿐이지, 그 성질은 제각각이다.

물류기업 담당자들은 서로 다른 내외부 파트너와 ‘연결’을 만드는 일을 한다. 혼자서 모든 물류를 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물류기업 담당자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종합물류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안재용 팀장은 이 회사에서만 17년 이상 일하며 5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직무를 수행했다. 그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물류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의류 물류와 관련된 신사업을 맡았다. 다음으로 물류혁신팀에 배정 받았다. 여기서 회사의 거시적인 운영 기획 업무와 컨설팅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아 IT기업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참여했다. 물류전문 미디어 CLO가 21일 주최한 ‘로지스타 커리어 페스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로지스타커리어페스타에서 청중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안 팀장. 로지스타커리어페스타는 물류 유관업계를 대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다. 이 날 롯데글로벌로지스뿐만 아니라 LG CNS, SF익스프레스, KOTRA, 정운관세법인, 로지스올, 닥터키친, DHL서플라이체인코리아, 신세계DF, 두손컴퍼니, 인천항만공사, 농협물류 연사가 참여하여 직무 지식을 공유했다.

편의점 물류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점포가 지금은 1만개 정도 됩니다. 저는 3000~4000개 정도의 점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때 편의점 물류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금은 편의점을 위한 전국 물류센터가 3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 때는 10여개 정도 됐습니다. 이 물류센터들의 생산성이 각각 다릅니다. 왜인지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편의점 물류센터는 같은 물건을 다루고, 비슷한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비슷한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별 퍼포먼스 차이가 발생합니다.

저는 물류센터를 평가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도입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물류센터에 상주하면서 운영 업무를 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센터장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운영 성과를 관리했습니다. 특별히 생산성이 좋은 물류센터가 있다면 우수사례로 벤치마킹하여 전체 물류센터의 생산성을 상향 평준화 하고자 했습니다.

재고 관리도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편의점 물류의 SKU(Stock Keeping Units)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습니다. 당시 실온으로 관리되는 상품만 4000개 정도 있었는데, 창고 안에서, 혹은 배송 중에 물건이 없어지거나 파손되는 일이 왕왕 있었습니다. 재고 로스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물류센터 부지를 찾고, 물류센터 레이아웃을 결정하고, 물류센터 운영 인력과 차량을 적절하게 소싱하여 프로세스를 잡는 일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익 관리 또한 제 일이었습니다. 고객사와 수수료를 협상했습니다. 이 때 참 힘들었습니다. 매년 물류 원가는 계속 높아지는데 화주사가 그런 물류기업의 사정을 전부 반영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효율화 포인트만 찾아서 일부 단가를 인상해주거나, 동결하거나, 오히려 깎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류/온라인 물류

다음으로 맡은 것은 의류 온라인 물류였습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캘빈클라인, 콜롬비아 같은 브랜드의 물류를 맡아 했습니다. 유니클로가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편의점 물류만 오래하다가 의류를 다뤄보니 그 차이점에 놀랐습니다. 의류는 봄과 여름에는 부피가 작은 상품을 운송하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커집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같은 숫자의 물량을 처리하더라도 겨울에 훨씬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특히 유통회사에서는 ‘이벤트’ 물량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서 유니클로가 감사제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면 평소 대비 물량이 20배 정도 튀어 나옵니다. 당연히 이렇게 튈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일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류센터 이전도 업무 중 하나였는데, 제가 있을 때만 3~4번은 옮겼던 것 같습니다.

당시 업무 중 하나는 택배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여기서 택배란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처럼 개인이 주문해서 개인이 받는 택배가 아닙니다. 창고에 보관된 상품들을 각 매장까지 전달하는 택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내부에서는 ‘의류 택배’, 혹은 ‘B2B 택배’라고 불렀습니다. 그 당시 현대택배와 한진드림익스프레스 두 군데서 이 의류 택배와 관련된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했습니다.

이 때 일을 하면서 신사업은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많은 자원을 들여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파트너사의 역량만 믿으면 안 됩니다. 실제로 저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도 어느 정도 확보한 이후에 신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가장 큰 실패 경험인데 파트너사가 물류를 처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우리 역량이 부족해서 그 물량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사업은 큰 손실을 보고 접게 됐는데, 이 때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기본 역량은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거시전략 결정과 컨설팅

다음으로는 우리 내부에서 ‘물류혁신팀’이라 부른 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창고 수배송과 같이 미시적인 영역의 최적화를 넘어서 물류 운영과 관련된 거시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직무였습니다. 이 팀에서는 우리 회사의 향후 인프라 전개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 기업들의 첨단 설비, 솔루션이 참 많은데 어떤 현장에 어떤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서 운영단에 피드백을 전하는 일을 했습니다.

우리와 직접적인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고객사, 혹은 외부 고객사로부터 물류 운영 관련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컨설팅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IT 시스템 구축

다음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는 개발사와 미팅을 통해 운영단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키고, 실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리하는 업무입니다. 예전 운영부서에서 근무했을 때는 이런 프로세스가 있는지 설명하고, 이렇게 WMS를 만들어달라고 개발사에 요청을 하면 당연히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개발사에선 역으로 필요한 부분을 상세명세서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때 실제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 이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실패한다는 것을 이 때 배웠습니다. 제가 WMS와 TMS를 적용해서 잘 된 곳도 있고, 아예 망한 곳도 있습니다. 대체로 잘된 곳은 고객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참여한 곳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곳은 대체로 잘 안됐습니다.

최근에는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플랫폼이라고 해서 국내 복합 물류를 처리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SDS의 첼로나 FSK L&S(SK C&C 합작 물류 자회사)의 케롤처럼 롯데글로벌로지스만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그 초기 작업을 진행하다가 지금은 포워딩과 국제물류 관련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스마트 물류’는 크게 두 축이 결정합니다. 하나는 ‘자동화’고 또 다른 하나는 ‘데이터’입니다. 자동화 측면에서는 수많은 설비 중에 어떤 것을 도입할지 결정하고, 우리 인프라에 들어가서 잘 운영될 수 있는지 검토 합니다.

우리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최적화’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는 이 최적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창고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면 창고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의 개별 동선 같은 것이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걸 수집하는 게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어렵습니다. ‘기술’ 측면의 이슈라기보다는 가시성 측면의 이슈가 존재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최대한 데이터 수집을 쉽게 하기 위해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