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10s] 2010년대를 대표하는 제품들

아이폰 4(2010)

국내에 처음 정식 유통된 아이폰은 아이폰3Gs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아이폰은 아이폰4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물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후면에 유리를 덧대 완벽한 피아노 블랙을 구현했으며, 측면을 정밀하게 깎은 강박적인 스티브 잡스식 디자인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제품. 이후 아이폰 5부터는 현재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모두 쓰이고 있는 금속 소재가 등장한다.

기억할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최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이전, 320p 수준의 저화질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던 인류에게 ‘화질은 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국내에는 KT가 2010년 9월에 들여왔다.

 

갤럭시S II 4G(2011)

2011년 이전에 아이폰이 크게 히트한 이유는 아이폰에 대항할만한 제대로 된 폰이 없었기 때문이다. 갤럭시S는 갤럭시K, 갤럭시U로 파편화돼 있었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각 통신사마다 (이름만)다른 모델을 낸 것이었다. 수준급의 폰을 만들고 있던 HTC는 이름값이 부족했다.

‘이것이 안드로이드 폰이다’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의 두번째 모델에서 탄생했다. 3G, CDMA 버전을 2월에 먼저 공개했으며, LTE 버전을 9월에 공개하며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3월에 출시된 3G 버전이 나왔지만 ‘진정한 갤럭시 S II는 따로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루머로 치부됐으나 실제로 LTE버전이 출시되며 3G모델은 가짜처럼 여겨지게 됐다. 두 제품 모두 갤럭시 SII지만 당시엔 3G 모델을 산 사람들의 상실감이 있었다.

 

갤럭시 노트(2011)

갤럭시 S에 이은 새로운 플래그십. AP로는 갤럭시 S와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S펜이라는 무기+큰 사이즈로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패블릿(Phone+Tablet)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큰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폰이 됐다. 당시 제품 크기는 5.29인치로, 요즘으로 치면 작은 폰에 들어간다는 점이 재밌다. 화면을 터치하면 물방울 소리가 나는 OS가 특징이다. 삼성폰 UI의 삼성 본인들은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단점이었던 터치위즈 UI가 빠지고 네이쳐 UX 1.0이 들어간 제품이기도 하다. 물방울 소리는 네이쳐 UX의 효과음이었던 것이다.

최초의 S펜은 지금처럼 와콤의 기술을 사용하며, 필압 인식 레벨은 256이었다(현재는 4096단계를 지원한다). 갤럭시 노트의 등장 이후 LG의 뷰(Vu) 시리즈 등 다양한 패블릿이 등장했으나 살아남은 건 갤럭시 노트뿐이다. 홍미노트는 반쯤 살아 있다. 그리고 갤럭시 노트는 무럭무럭 성장해 국가 방위를 책임지는 폭탄이 되었다.

 

아이패드(2010)

MS가 핸드헬드 기기에서 죽을 고비를 넘고 있던 즈음,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태블릿PC의 스탠더드를 정립했다. 태블릿PC 자체는 MS나 LG가 먼저 만들었으나, UX를 잘 다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MS는 어떻게든 마우스를 쓰게 만드려고 했지만, 아이폰의 성공에 힙입은 애플은 마우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만으로 제어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OS는 맥 OS와 iOS를 섞어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코드상으로는 iOS의 한가지였으므로, 처음엔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고 앱스토어가 태블릿 시장을 평정했다. 현지까지도 가장 태블릿 앱 수가 많은 기기로 남아 있다. 아이패드는 2세대에서는 가벼움을 얻고, 3세대에선 빠른 단종을 얻었으며, 아이패드 에어 2부터는 무적으로 남았다. 현재 아이패드 에어는 교육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전문가를 위한 용도인 아이패드 프로가 펜과 함께 출시돼 있다.

 

서피스 프로(2012)

윈도우8과 윈도폰 7, 8은 타일 UI(메트로 UI로 부른다)를 정립한 기기였다. 이 타일 UI는 타일을 배치하고 그 타일 하나하나가 정보를 표현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장차 안드로이드나 iOS에 적용되는 카드 UI의 초석이 된다.

그러나 아이콘 중심의 GUI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였다. 윈도폰은 무리였다. 그건 신도 살릴 수 없다. 윈도우에 명운을 걸었던 노키아 폰도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윈도우는 이후 윈도우식 GUI와 태블릿 모드(타일 UI)를 병행할 수 있는 태블릿을 만들었고, 그것이 서피스의 이름을 달게 된다. 특히 커버에 키보드를 단 형태는 서피스가 최초로 시도한 방법이며 터치패드까지 달려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타일러스를 끔찍이 싫어했던 스티브 잡스는 펜의 존재에 대해 반대했지만, 빌 게이츠는 “”나는 수년 동안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태블릿을 예상해 왔습니다. 결국 내가 옳은 것으로 드러날 겁니다. 이건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요”라며 서피스 펜에 대해 옹호했고, 이후 아이패드가 펜을 달고 등장하며 게이츠의 선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최근의 아이패드 팬은 기기에 붙일 수 있도록 변경됐지만 서피스 펜은 처음부터 붙일 수 있었다. 서피스 프로의 저가형 버전은 서피스 RT였으나 이건 잊어버리자.

 

맥북 에어(2010)

슬림 노트북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 물론 맥북 에어는 2008년부터 등장했고, 다른 회사의 슬림 노트북도 있었다. 이름 지은 사람만 슬림하다고 생각하는 슬림 노트북이.

맥북 에어가 2010년대 초반 슬림 노트북의 스탠더드가 된 이유는 가격과 SSD 때문이다. 2010년 4세대로 출시된 맥북 에어는 SSD를 기본 탑재하며 가격을 낮추는 등의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SSD 탑재로 인해 무게가 상당히 줄었고, ‘비싼 맥’에서 ‘살만한 맥’으로 탈바꿈한다. 칼날같이 얇다고 해서 ‘맥북 에어 블레이드’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이를 보고 자극을 받았던 윈텔 진영은 ‘울트라씬’이나 ‘울트라북’ 등의 인증 프로그램으로 맥북처럼 생긴 SSD 탑재 노트북 표준을 선보이게 되고, 한동안 노트북 업계 대부분은 얼마나 맥북 에어와 비슷하게 생겼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SSD 탑재로 인해(SSD는 노트북 부품 전체 중 가장 비싼 부품이었다) 가격이 높아지자 불만족스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후 맥북 에어는 레티나를 탑재하며 가격을 올려 다시 ‘사기 어려운 맥’이 되었다. 맥북 에어 같은 모습을 버린 LG 그램, HP 엘리트 드래곤플라이, 레노버 요가 등의 혁신 노트북이 많이 등장한 2019년, 소비자의 선택은 더욱 넓어졌다.

 

샤오미 외장배터리 Mi 파워뱅크(2016)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폰이 탈착식이 아닌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하자, 각 배터리 제조사들은 다양한 외장배터리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실수’라는 호칭을 획득하며 초대박을 친 제품은 샤오미 자회사 ZMI가 만든 Mi 파워뱅크였다. 다른 제품이 4만원을 넘거나 성능이 별로인 상황에서 등장한 Mi 파워뱅크는 2만원 미만의 가격임에도 5200mAh의 용량을 갖고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노트북을 한 번, 스마트폰은 3~4번 충전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이다. 편의성 면에도 강점이 있었는데, 콘센트로 배터리를 충전할 때 선을 꽂아 스마트폰도 동시 충전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기능 같지만 다른 배터리는 이 기능이 없는 제품이 많았다. 이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USB-PC, 무선충전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배터리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가격의 기준은 Mi 파워뱅크로부터 출발한다.

 

테슬라 모델 S(2012)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초가 토요타 프리우스라면, 완전 전기차의 시대는 테슬라의 모델 S가 열었다. 흔히 아는 것과 달리 첫 모델은 아니다. 2008년, 로터스 엘리스를 기반으로 한 테슬라 로드스터가 공개됐고 1200대가량을 판매한 바 있다. 이후 양산에 성공한 첫 모델이 모델 S다.

특징은 전기차인 것 외에도 차량 제어 버튼을 대부분 없애고 태블릿에서 제어한다는 점,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선보인다는 것, 듀얼모터 등이 있다. 비싼 가격 문제, 양산력이 떨어지는 점 등으로 인해 많이 보급되지는 못했으나 모델 S에서 쌓인 기술력으로 저가형인 모델 3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이제 사이버펑크 스타일의 픽업트럭도 만들고 있다.

 

네스트 서모스탯(2015)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스마트홈의 서문을 열어젖힌 제품이다. 네스트는 애플에서 아이팟을 만든 토니 파델이 창업한 회사로, 당시 별명은 ‘작은 애플’이었다. 이후 구글에 인수됐다.

네스트가 만든 서모스탯은 온도조절기로, IoT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채 나온 구형 보일러나 에어컨에 탑재할 수 있는 제품이다. 구형 제품을 스마트홈에 편입시킬 수 있도록 해 스마트홈 가전이 없는 가정도 스마트홈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설치는 복잡하다. 설치 이후에는 서모스탯이 온도 조절 패턴을 파악해 집안의 온도를 자동 혹은 사용자 명령에 따른 지능형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서모스탯 이후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으며, 그 관심으로 인해 필립스 휴와 같은 조명, 로지텍 리모트 허브, 아마존 에코,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활용하는 사용자가 많지는 않은데, 이유는 여러분이 한국에 살기 때문이다. LG와 삼성이 재빠르게 IoT 기능을 탑재한 가전을 선보였고, 심지어 귀뚜라미 보일러도 IoT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판매한다.

 

아마존 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2015)

서모스탯이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을 먹고 자랐다면, 아마존은 그 시장을 집어삼킨 업체다. 아마존은 스피커에 음성명령(알렉사) 기능을 넣은 스피커를 저렴하게 공급했고, “아마존에서 세제 주문해줘”와 같은 명령을 독려했다. 2017년에는 6살 꼬마가 “인형의 집 사줘”라는 언급을 하자 실제로 구매가 일어나 배달된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역 뉴스 앵커인 짐 패튼(Jim Patton)이 뉴스에서 다시 언급하자 그 뉴스를 보고 있던 알렉사들이 또 주문을 넣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 거래를 모두 환불 조치했지만, 최고의 광고를 무료로 한 결과를 얻었다.

이 시장은 네스트를 인수한 구글의 것이 되고 있다. 아마존보다 더 많은 편의 기능을 탑재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제품 출시, API 공유로 인해 현재 아마존 에코의 판매량을 앞질렀다.

 

오큘러스 리프트(2012)

영상을 보는 정도의 영도로만 사용하던 HMD로 VR을 구현한 제품. 양쪽 눈의 시차를 통해 3D 영상을 구현하는데, 이전의 제품과 달리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다. HMD와 조이스틱, 트래킹 센서로 구성돼, 지오펜스를 구성한 상태에서 게임을 할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의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후 HTC 바이브, 윈도우 MR 기기 등 대부분의 제품은 오큘러스의 제품 구성과 비슷한 형태로 제품을 출시했다. 오큘러스는 2014년 페이스북이 인수했다. 이후 PC와 연결이 필요 없는 오큘러스 고, 트래킹 센서 기둥 없이 카메라로 집 안 구조물을 파악해 HMD 하나로만 지오펜스를 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앞으로는 AR이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PC의 시대에도 게임 콘솔을 사용하듯 오큘러스 VR 역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MS 키넥트(2010)

MS가 엑스박스 360용으로 개발한 모션 트래킹 센서다. 키넥트 등장 이전, 모션 센싱을 할 수 있는 게임 콘솔은 Wii 리모컨이 있었다. Wii 리모컨은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가속도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한다. MS는 컨트롤러 없이 모션을 파악하는 기기를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키넥트다. 전 세계적으로 한달 내 250만대를 팔았으며, 2010년 동안에만 800만대, 1년 만에 1천만대 이상을 팔았다. 기본적으로 엑스박스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굉장한 판매량이다. 이후 MS는 윈도우용 키넥트도 발매했다.

키넥트가 중요한 이유는 적외선 도트 투사-인식의 방법을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수많은 점을 뿌려 되돌아오는 것으로 깊이를 파악하고, 사용자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추후 제한적으로 아이폰 X의 트루뎁스 카메라에 적용돼 전 세계인의 얼굴을 제일 많이 인식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셀카봉과 오즈모 모바일(2017)/오즈모 포켓(2018)

아시아에서 셀카봉(셀피 스틱)이 등장했을 때 북미 사용자들은 사진을 올리며 부끄럽다며 조롱했다. 그러나 그 이후, 셀카봉의 편의성을 깨달은 북미 사람들은 뒤늦게 셀카봉을 사용하게 된다. 아시아인들은 얼리어답터가 된 셈이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의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오즈모 모바일은 여기서 조금 더 나간 제품으로, 드론을 만드는 DJI가 드론에 탑재된 짐벌 시스템을 헨드헬드용으로 만든 것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조이스틱으로 카메라를 회전시키고, 피사체를 고정하는 등의 신기능을 탑재해 핸드헬드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현재는 다양한 카피캣들에 의해 카피되고 있지만,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 10만원대로 진입하며 많은 사용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거기다 폰이 필요 없는 초소형 핸드헬드 짐벌인 오즈모 포켓까지 내놓고, 그 오즈모 포켓도 카피당하고 있다.

 

그럼 2010년대, 안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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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이후 아이패드가 [폰]을 달고 등장하며 게이츠의 선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폰 > 펜

    오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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