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에 장 선 날

지난 13일, 게임회사 넷마블에 장이 섰다. 일 년에 한 번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로 넷마블 본사에서 열리는 바자회다. 피겨(figure)나 전략 게임 같은 장난감부터 앨범, 서적, 전자제품, 먹거리 등등을 판다고 해서 참가해 장바구니를 들었다.

본격적으로 장을 보라고 준비된 장바구니.

입구에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노란 장바구니가 비치됐다. 물건을 살 마음이 있다면 바구니를 들고 줄을 서면 된다. 단 하루 열리는 장날이니만큼, 좋은 물건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 벌써부터 줄이 길다.

나눔데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품은 넷마블의 임직원이 기증한 것이다. 사놓고 쓰지 않은 새 상품부터,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중고품까지 다양한 상태의 상품을 직원들로부터 받았다.

장터에 나온 제품들은 가격 택을 붙이고 있는데, 이들의 몸값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정했다. 기증한 사람이 값을 매기는 것보다는, 배테랑(?)이 붙인 값이 아마도 더 적정한 중고 시장가일 것이란 신뢰가 들었다.

일일 점원에 물으니 팔린 물건 값은 기증이 된다고 했다. 100%가 아니라 200%다. 물건 값 만큼, 넷마블 측이 돈을 보태 아름다운 가게로 보낸다. 내가 낸 돈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줄을 선 이들에게서 “웬만하면 사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줄을 선 이들을 배려해 장터 입구에는 ‘비매품’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넷마블이 후원하는 지역 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만든 것들이다. 그림부터 열쇠고리, 스티커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스티커는 한 장씩 무료로 나눠줬다. 파는 물건인 줄 알고 집었는데 심봤다. 최근 펭귄이라는 종족에 빠져 버린 나는, 이끌리듯 펭귄 스티커를 집었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정말 여러 상품이 나왔다. 이제는 보기 힘든 CD부터 아이돌 포스터는 물론이고 세상에 여기서 이런 걸 볼 줄이야 싶은 전기밥솥이나 인덕션 같은 전자제품도 나열돼 있었다. 커피머신도 한 대 판매중이었는데, 오후에 강남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살 뻔 했다.

온갖 종류의 모자와 의류도 있었고, 연말연시에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때 쓰라는 포장 상자도 팔았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 집에 있는 거 다 들고 나왔구나.”

뭔가를 사고 싶긴 했는데, 그렇다고 밥솥이나 커피포트를 살 순 없어 집은 물건들이다. 양말 두 켤레와 XX참치 한 캔 해서 3000원이다.

장터 옆에서는 경매도 한참이었다. 역시 임직원들이 기증한 물건인데 여기는 단가가 더 세다. 신디사이저부터 에어팟, 뭔가 비싸보이는 술 등 총 17개의 상품이 나왔다. 시중가 15만원이었던 에어팟은 “5만원!” “만원 더!” 등 소란스럽더니 7만원에 팔렸다. 권영식 님(아마도, 넷마블의 권영식 대표로 추정되는)이 내놓은 여성 앵클부츠도 경매가 성사됐다. 경매로 마련된 수익금도 기부된다.

넷마블이 결성해 후원하는 장애인 조정 선수단은 지난 1년 사이 국내외 경기에 출전해 서른개의 메달을 따왔다. 나눔데이에서는 선수들이 직접 참여해 직원들의 조정 체험을 도왔다.

작은 축제처럼 마련된 나눔데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구성원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기획된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자회에 나온 물품이 총 1700여점이다. 임직원의 참여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이중 고가 물품은 경매를 통해 판매됐다. 이 수익금들은 지역사회 복지기관, 아동복지기관 등에 전액 기부된다.

기업이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 혼자서는 절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간접적으로 지역 사회로부터 혜택과 영향을 받는다. 지역사회의 기업에 대한 평판 역시 성장에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 기업들은 최근 여러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넷마블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나눔데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임직원들은, 넷마블이 지역 사회의 일원이며 사회공헌 역시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되지 않았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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