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늦은 밤, 청담동 어느 술집. 적당하게 술이 올랐고, 어느덧 안녕의 시간이다. 시간을 보니 새벽 12시 30분. 꼼짝 없이 택시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시간. 평소처럼 카카오T 앱을 꺼내 인천 자택까지 택시를 호출한다.

44000원의 예상금액이 표출됐다. 뭐 이렇게 비싼가. 시간을 보아하니 심야 할증이 붙었을 것이고, 인천으로 넘어가는 콜이니 시외 할증도 포함됐을 거다. 그렇다고 어떤 다른 이동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니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지인이 조용히 한 마디 건넨다. “카카오택시로 시외 할증 없는 택시 부를 수 있는데, 써봤어?”

평소 카카오택시 매니아를 자부할 만큼 택시를 많이 타는 기자였지만 금시초문이었다. 가만히 명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기자에게 지인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여기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 입력하고, 일반호출 선택하면 옆에 살짝 보이지? ‘인천 택시만’ 체크할 수 있는 거. 예전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한테 이거 좀 잘 보이게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여전하네”

중형/대형/모범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 옆에는 ‘인천택시만’ 호출할 수 있는 박스가 살짝 보인다. 시외할증이 부가되지 않는 택시만을 호출해 부르는 기능인데, 진짜 몰랐다.

“너무 좋은데요! 와, 이걸 왜 여태 몰랐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자의 술자리는 통상 1주일에 3번 이상. 이 기능을 진작 알았더라면 시외 택시 할증으로 부가되는 20%의 추가 요금을 수백번은 절감했을 거라는 생각에 속이 쓰려왔다.

택시기사에게도 이득인 것처럼 보였다. 한국법상 지역 택시는 해당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영업을 하지 못한다. 영업 지역을 벗어나서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택시 면허를 받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귀로택시’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인천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승객을 태운 인천 번호판의 택시는, 서울에서 서울 혹은 경기도로 이동하는 승객을 태우지 못한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승객만을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심야 시간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승객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런 승객만 골라 태우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이동 매칭을 플랫폼이 도와주는 모습이다.

그는 왜 청담동에 있었을까

그렇게 호출을 시작한지 1분 정도 됐을까. “택시가 없을 수 있고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안내 메시지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르게 배차가 됐다. 기자가 만난 택시기사는 인천 송도에서 청담동 어느 호텔까지 이동하는 승객을 태우고 왔다고 한다. 인천 가는 손님이 없으니 가만히 차에서 TV나 보고 있으려고 했다고. 그런 찰나, 기자의 카카오 콜이 나와서 잽싸게 잡았다고 한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서울에서 인천 가는 콜을 잡으려면 청담동보다는 강남이나 이태원 같이 심야 이동 수요가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재빨리 인천으로 돌아가서 그쪽에서 손님을 받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궁금증을 못 참고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청담동이 술집이 몰린 곳도 아니고, 여기서 머무르려고 했던 이유가 있어요?”

택시기사가 낮은 웃음과 함께 답했다. “맞죠. 청담동이 술집 밀집 지역은 아닌데, 곳곳에 고급 룸싸롱들이 숨어 있어요. 거기서 일하는 아가씨 중에는 인천에서 출퇴근 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개 새벽 2~3시 즘이면 우르르 나오거든요. 혼자서 타시기도 하고 여러분이 모여 타시기도 해요. 손님콜이 안 나왔으면, 그 분들 나오는 시간까지 기다려서 태워서 들어 갔을거에요”

영업하는 택시기사가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무려 택시기사가 ‘단골 고객’을 만든다는 것이다. 택시업계 특성상 손님은 한 번 만난 택시기사를 다시 만나기 어렵다. 그 수많은 택시 중에 내가 어제 탔던 택시를 또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 아마 기자와 이 분과의 만남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는 어떻게 단골을 만들고 있을까. 이야기가 시작됐다.

“옛날에 카카오택시 없을 때는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단골 택시를 만들어 불렀어요. 지금은 다들 콜을 부르니까 많이 없어졌는데, 택시기사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번호 따놓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서 부르는 거죠. 우리는 그 분들 전화를 받으면 목적지까지 가서 기다립니다. 택시비말고 대기료도 받고, 주차료도 받았습니다. 그 날 수익이 좋고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면 팁도 두둑하게 챙겨주는 분들도 있었구요”

유흥업소 등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속칭 ‘나라시 택시’ 영업을 자체적으로 하는 택시기사들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택시기사들은 특정 위치에서 특정 위치까지 일회성 이동하는 승객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형태의 이동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서 돈이 많이 되는 것은 한국에 방문하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콜밴’ 영업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본인들이 참 돈을 잘 씁니다. 아예 택시를 개인 기사처럼 이용하는 분들이죠. 우리는 그때그때 어디 이동했다가 잠시 기다렸다가, 또 이동해달라는 곳으로 이동하는 그런 업무를 해요. 그러다 만족한 분들은 단골손님이 됩니다. 연락처를 받아뒀다가 다시 한국에 오면 우리를 또 부르는 거죠. 이러면 하루에 버는 돈이 최소 20만원부터 시작해요”

생각해보니 기자도 그랬다. 2016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호텔 직원의 추천을 받아 콜밴을 불렀다. 우리는 하루 종일 그 콜밴을 타고 원하는 곳으로 필요할 때 이동했다. 서비스에 상당히 만족해서 기사님에게 팁도 드리고, 식사비도 따로 챙겨 드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이야기를 택시기사에게 꺼내니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느 나라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거죠. 사실 한국에는 법적으로 고급택시가 있긴 있는데, 비싸잖아요. 콜밴이 필요한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브로커를 통해서 택시기사를 소개 받아요. 택시기사 중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들 불려갑니다”

어떻게 영업망을 만들까

택시기사들은 스스로 단골을 만들고 있었다. 영업망을 구축했다. 처음부터 영업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거다. 엄연히 렌터카가 있는데 누가 택시를 렌터카처럼 쓸 생각을 했다는 말인가. 택시기사가 말을 이어갔다.

“오랫동안 일을 한 택시기사들은 어디서 부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을 잡을 수 있는지 잘 알아요. 일반인들만 모르는 거지, 기사들은 다 자체적인 루트가 있어요. 그런 루트를 잘 아는 택시기사는 돈을 많이 벌고, 모르는 사람은 못 버는 거죠”

그렇게 알게 된 택시기사의 업력은 25년. 그의 영업망은 소개와 소개를 거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가 예전에 시작했던 일 중 하나는 ‘유흥업소 영업 중개’였다. 손님들을 유흥업소까지 태워주는 일을 하면서, 유흥업소 웨이터에게 소개료를 받는 일이었다. 이 또한 ‘나라시 택시’가 하는 일이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유흥업소 포주들이 택시기사들 상대로 영업을 해요. 손님을 가게까지 모시고 오면 얼마 준다고 하면서 명함을 돌려요. 택시기사는 운행하다가 유흥업소를 가고 싶은 손님을 만날 수 있잖아요. 어디 괜찮은 가게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있으면 괜찮은 가게가 있다고 우리가 영업한 가게로 모셔가는 거예요. 바로 가게에 전화해서 시간 맞춰 아가씨 준비해달라고 하고요. 그렇게 손님들을 모셔 가면 포주가 나와서 5만원이다, 3만원이다 우리한테 돈을 줍니다. 옛날 옐로하우스가 있을 때는 인당 1만원을 받았고, 안마시술소 같은 곳도 인당 1만원 받았어요”

물론 요즘에는 유흥업계도 불황이라, 옛날 같지 않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영업망은 여전히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비자금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많이 사라져서 참 아쉽죠. 요즘에는 마사지 업소에 일하러 한국에 방문한 베트남, 태국 손님들을 태우러 다니는 일이 꽤 많아요. 수요에 따라서 세종시도 가고, 충청도 아산도 가고, 평택도 가는 손님들을 태워 갑니다. 이게 다 영업으로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마사지 업소에서 매니저 하는 분들이 ‘언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친구, 어디까지 태워다줘’라고 전화해서 요청하거든요. 이 분들이 누가 오는지 이름을 택시기사한테 문자로 날려주는데, 그럼 우리가 인천공항 입국장까지 가서 그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서있어요. 여기서 사람 나오면 목적지까지 이동해서 내려주고 돈을 받는 거예요. 여기서도 택시비말고 잡다한 돈들을 추가로 받죠”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새벽 1시 30분. 목적지인 인천에 도착했다. 요금으로는 처음 카카오택시에 노출됐던 44000원보다 훨씬 저렴한 36000원이 결제됐다.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잔뜩 해준 택시기사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라고, 조심히 들어가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 또한 내가 마지막 손님이라고 한다. 이제 곧바로 퇴근을 한다고.

이동 서비스는 이동한다. 때때로 택시는 택시가 아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막연하게 단골을 만들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택시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물류에도 있었다. 택배기사는 단순히 누구의 물건인지도 모를 택배 박스만 배송하면서 돈을 벌지 않는다. 어디엔가 박스가 쌓여 있는 점포가 있다면 용기를 내 들어가서 택배 서비스가 필요한지 물어본다. 그렇게 집하 영업을 하고, 부가적인 돈을 번다. 그들도 단골을 만들고 있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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