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린 프로세스 이제 그만…프로세스 마이닝 하자”

과거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는 프로세스 혁신(PI)라는 작업을 병행해서 진행하곤 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 즉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활동이다.

PI를 위해서는 현재(AS-IS)의 프로세스를 먼저 진단해야 했다. 어떤 절차로 일이 진행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혁신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AS-IS 프로세스를 그리기 위해 위해 많은 컨설턴트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AS-IS 프로세스를 그렸다. 당연히 이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이와 같은 수작업 프로세스 진단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프로세스는 크게 볼 수도, 세밀하게 볼 수도 있다. 크게 볼 때는 같은 프로세스를 밟고 있더라도 세밀하게는 직원마다 일하는 프로세스가 다를 수도 있다. 수작업 AS-IS 진단은 이와 같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지 못한다. 또 프로세스는 시시각각 달라질  수도 있는데 수작업으로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PI 프로젝트 할 때 그려놓은 프로세스가 실제 직원들의 일하는 방법을 바꿔놓지 못하고 그냥 문서로 캐비넷에서 잠자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수작업에서 생기는 문제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ERP를 도입하면서, 프로세스를 수작업으로 그리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스 마이닝’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AS-IS 프로세스 분석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요즘 기업의 업무는 대부분 컴퓨터상에서 처리된다. 컴퓨터에서 처리되는 업무는 이벤트 로그 데이터가 남기 마련이고, 이 로그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프로세스로 업무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AS-IS 업무 프로세스 분석 자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가 병목구간인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프로세스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자동으로 그려주기 때문에, 반복되는 프로세스 구간이나 지체되는 프로세스 구간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구간이 병목인지 알아내서 원인을 해소하면 업무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간다.

또 고객의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웹사이트에 들어와서 어떠한 경로로 상품을 구매하는지 프로세스로 그릴 수 있다. 고객이 이탈하는 구간이 어디인지, 반복하는 구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면 수정하기 쉽고, 이는 고객경험 향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가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RPA에 앞서 프로세스 마이닝을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RPA는 프로세스 실행을 자동화해주는 기술인데, 그에 앞서 프로세스를 진단해서 효율화한 프로세스 실행을 자동화하면 더욱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아직 초기 기술이어서 관련 시장은 크지 않지만, 최근 해외의 일부 스타트업이 유니콘 성장하기도 했다. 독일 뮌헨 공대에서 시작한 셀로니스가 대표적이다. 플럭시콘이라는 회사의 디스코라는 툴도 인기가 많다.

국내에도 퍼즐데이터라는 프로세스마이닝 스타트업이 있다. 퍼즐데이터는 가트너가 발행한 프로세스 마이닝 마켓 가이드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일하다.

퍼즐데이터 김영일 대표는 “데이터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그려보면 사람이 수작업으로 그린 것과 다르게 엄청나게 복잡한 프로세스로 업무가 진행됨을 알 수 있다”면서 “실제로 기업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고객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프로세스 마이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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