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편의점, 주유소, 공유오피스까지. 오프라인 유휴공간에 ‘전동킥보드’가 들어서고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킥고잉(운영사: 올룰로)의 ‘전동킥보드’는 이마트와 일렉트로마트에 들어갔다. 킥고잉은 이마트 이전에 편의점 CU(운영사: BGF리테일)와도 제휴해서 매장에 전동킥보드 비치를 마쳤다. 킥고잉은 스파크플러스,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와 셰어하우스와도 제휴를 하고 있다. 각 오프라인 공간 앞이 킥고잉 전동킥보드 ‘주차 공간’이 됐다.

킥고잉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9일 GS리테일과 GS칼텍스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라임’의 킥보드가 자사 편의점과 주유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공간은 전동킥보드의 충전거점으로 활용된다.

GS칼텍스 주유소 앞에 비치된 라임 전동킥보드 충전거점(사진: GS리테일)

강남 지역을 거점으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씽씽(운영사: PUMP)’ 역시 주유소를 충전 거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씽씽은 최근 SK(주)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는데, 협업 계획에는 주유소의 모빌리티 거점 활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오프라인 공간 사업자와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에게 그들의 유휴 공간을 내주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마찬가지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들이 굳이 힘을 들여가면서 제휴를 하고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 또한 있다.


다양한 오프라인 유휴공간에 전동킥보드가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최근인 25일 이마트와 제휴를 밝힌 킥고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동킥보드 운영 프로세스

본격적으로 양측이 공간 제휴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운영 프로세스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운영 프로세스 속에 굳이 공간 사업자와 공유킥보드 업체가 힘을 모으게 된 이유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자 관점. 킥고잉을 포함하여 국내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모바일앱을 설치하고 사전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QR코드 결제를 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이 끝나면 아무데나 주차를 해놓으면 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전동킥보드 서비스 지역 내로 주차를 하도록 소비자에게 가이드 한다.

하지만 업체의 가이드를 무시하고 서비스 지역 밖까지 전동킥보드를 끌고 가는 소비자는 존재한다. 서비스 지역 안이라면 따로 주차 공간을 통제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여기서 아무 곳이라고 한다면 건물 내부, 공동현관문 출입이 통제되는 아파트 내부, 차량과 사람들이 통행하는 골목길 한 가운데 등 다양하다. 심지어 전동킥보드를 개인 소유처럼 사용하려고 자물쇠를 채워놓는 소비자도 있다.

기자가 부산에서 만난 중국의 공유자전거 오포. 이 자전거는 문이 잠긴 담장 뒤에 주차돼 있었다. 사실 이건 그나마 찾기 쉬워서 상태가 양호한 거다.

다음으로 업체 관점. 전동킥보드에는 ‘전동’이 붙었기에 당연히 일정 시간 사용한 이후에는 충전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자가 전동킥보드 충전을 해주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이 킥보드를 특정 공간에 수거하고, 충전하고, 수요가 밀집되는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고장난 전동킥보드가 있다면 이 또한 수거가 필요한 품목이다. 이 과정을 킥보드 운영사가 직접, 혹은 외부 제휴 물류업체를 통해 수행한다. 전동킥보드를 잔뜩 실은 화물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면, 바로 그것이다.

전동킥보드 BEAM을 싣고 이동하는 화물차를 강남에서 만났다. 라스트마일 물류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조용히 봤는데, 화물차 기사가 킥보드를 화물차에서 내리고 최종 배치 위치까지 타고 이동했다.

여기서 어려움이 있다면 앞서 말한 ‘어뷰징’ 사용자와의 싸움이다. 화물차 기사에게 숨어있는 킥보드를 찾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임무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시간 로스가 존재하고,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물류효율 또한 떨어지게 된다. 어찌됐든 잘 찾으면 다행인데, 아예 행방불명되는 전동킥보드 또한 왕왕 등장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왜 유휴공간에 ‘주차공간’을 마련하는가

킥고잉이 이마트나 CU,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와 같은 오프라인 공간 사업자와 제휴하는 큰 이유는 ‘질서 있는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전동킥보드가 ‘아무데나’ 주차돼서 생기는 보행자나 차량의 불편함, 그리고 킥고잉 입장에서는 운영 관점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물류 측면에서도 이익이 되는 것이 있다. 충전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수거(픽업)한다고 했을 때 픽업지가 분산된다면, 효율은 나오기 어렵다. 여러 군데 띄엄띄엄 킥보드가 주차된 것이 아니라, 최대한 한 곳에 많은 킥보드가 밀집해 있어야 ‘밀도의 경제’의 효과를 볼 수 있고, 운영비용 절감 또한 가능하다. 아무데나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열심히 찾느냐 생기는 운영 로스 또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데나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열심히 찾아야 하는 것은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킥고잉 이용 편의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킥고잉은 최근 제휴한 이마트뿐만 아니라 여러 공간에 ‘전동킥보드 거치대(‘킥스팟’이라 부른다.)’를 배치한다. 소비자앱에서 거치대가 비치된 곳은 ‘P(주차장)’ 마크로 표시돼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는 것을 유도한다. 외부 업체와 제휴된 공간은 파트너사의 로고 아이콘으로 주차 장소를 표기해둔다.

이마트 매장 앞에 배치된 전동킥보드 거치대. 킥고잉에 따르면 향후 이 전동킥보드 거치대에는 ‘충전 기능’까지 탑재할 계획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거, 충전, 재배치하는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사진: 킥고잉)

물론 그냥 주차 장소만 표기해두면 소비자가 그 장소까지 굳이 이동하여 주차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고, 킥고잉의 유인책은 ‘쿠폰’이다. 쉬운 방법으로 지정 주차 공간에 주차한 소비자에게는 킥고잉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협력이 필요한 방법으로는 지정 주차 공간에 주차한 소비자에게 해당 매장의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킥고잉 관계자는 “지난 9월 SPC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스트릿 매장 앞에 킥고잉 주차장소를 마련하는 이벤트를 한 달 정도 운영했었다”며 “이 때 매장 앞에 주차한 고객들에게는 해당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지급했다. 소비자에게 유인 혜택을 어떻게 주는지는 제휴 업체와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공간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킥고잉은 운영효율을 만들 수 있다. 소비자는 킥고잉 할인 쿠폰과 매장 이용 쿠폰 등을 받을 수 있다. 킥고잉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길거리에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생기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공간 사업자는 무엇을 얻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제휴사업도 win-win이 기본이 돼야 한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와 공간 사업자의 제휴 또한 그렇다. 공간 사업자가 얻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리테일 매장은 조금 쉽다. 전동킥보드를 주차하는 소비자의 ‘매장 유인’을 노릴 수 있다. 이미 킥고잉이 풀어나간 방법대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동킥보드를 매장 앞에 주차한 소비자에게 매장 이용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킥고잉 관계자는 “이번에 제휴를 체결한 이마트의 경우 매장 앞에 주차한 소비자에게 킥고잉 할인 쿠폰을 제공하지만, 과거 CU와 제휴했을 때는 편의점 앞에 전동킥보드를 반납하는 소비자에게 편의점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며 “편의점은 일단 소비자가 매장에 한 번 들어오게끔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 편의점 방문 고객 유입을 늘리고, 들어간 김에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유오피스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는 전동킥보드는 공간 사업자가 입주민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늘릴 수 있다. 킥고잉은 스파크플러스,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사업자와 제휴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B2B 요금제(킥고잉 비즈니스)를 새롭게 만들었다. 킥고잉과 제휴된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여러 회사의 직원들은 공유오피스에 사전 신청을 한 후 킥고잉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앱 페이지를 제공 받는다. 사용요금은 킥고잉이 오피스 사업자에게 월 단위로 일괄 정산 받는다. 이 때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요금보다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다.

향후 킥고잉은 이 B2B 요금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회사’가 일괄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인데, 이것을 직원들 개개인이 비용을 내지만 할인된 요금을 제공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비용’이 부담되는 공간 사업자들 또한 킥고잉을 통해 입주자에 대한 혜택을 녹일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 바이라이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